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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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 애호가로서 커피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커피 한 잔에도 다양한 맛과 향이 있습니다. 쓴맛,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뿐 아니라, 원두를 분쇄할 때 코끝에 와 닿는 향, 물을 부을 때 맡아지는 향, 입 안에 퍼지는 향, 그 후의 여운, 등을 느끼며 커피를 내리고 마십니다. 그리고 커피의 바디감과 모든 과정에서 느끼는 밸런스까지 커피의 향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 외에 음식에 대해서는 이렇게 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보통은 그냥 맛있다, 맛없다, 쓰다, 맵다, 달다, 밍밍하다, 자극적이다, 등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에 따라 앞에다 너무라는 수식어만 붙여 두리뭉실하게 표현하곤 합니다.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음식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 하나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요? <맛의 과학>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맛의 과학>맛의 세계에 관한 흥미로운 설명이 가득합니다. 향미는 맛과 냄새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는데,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이라는 오감이 나름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또 음식을 어떤 무게와 색깔의 그릇에 내놓느냐에 따라 향미에 영향을 미칩니다. 심지어 배경음악이나 테이블 등 음식을 먹는 환경에 따라서도 맛은 달라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전적 기질, 살아오면서 겪었던 음식 경험, 삶의 문화권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맛의 세계에 살아갑니다. 이 책 Part1에서 Part3까지는 미각, 후각, 식감에 대해 과학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Part4에는 우리 머리의 전두피질(OFC)에서 맛, 냄새, 질감, 장면, 소리 모두를 뜨개질해 맛 지각이라는 공통의 천을 만들어낸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 줍니다. Part5에서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적 재료 MSG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Part7Part8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요리사가 요리에 맛을 더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향기 분자를 추출하고 농축하는 것, 둘째, 요리 그 자체에 열을 가하는 것, 그리고 셋째, 발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요리할 때, 재료에 따라 세 가지 방법 중 무엇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둘 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맛에 대해 배울 때 우리의 삶은 더 풍부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맛을 평가하는 능력이 나아질 수 있으니 좀 더 맛 경험에 집중해 보라고 우리를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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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로 본 중국왕조사 - 한 권으로 읽는 오천년 중국왕조사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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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사마천의 <사기>, 노자의 <도덕경>, <논어>, <장자> 등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역사와 사상사에 깊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중국 역사를 모르면 사상가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 관한 책을 몇 권 들춰보았는데, 너무 방대(尨大)하고 복잡해서 쉽게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사상사로 본 중국 왕조사>라는 책을 보는 순간,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유구(悠久)한 중국의 사상사와 왕조사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중국의 왕조사와 난해한 중국의 사상사를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다니,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라 우임금에게서 비롯된 홍범구주(洪範九疇)가 중국 사상의 기본코드가 되고, 상나라의 세계관인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중국의 세계관이 된 것에 관해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보통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묶어서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의 차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를 나누니, 사상가들의 연대가 확실히 들어옵니다. 춘추 시대에 노자와 공자의 사상이 뿌리를 내리고, 전국 시대에 묵자의 성악설, 맹자의 성선설, 그리고 고자의 성무설이 개진된 것들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법가 원리로 중국을 통일한 첫 제국 진나라의 황제가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한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그 후 한나라가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공자의 사상은 왕조의 교체가 있어도 중국의 사상적 기반의 지위를 잃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진나라 때 유불도를 종합하는 시도, 남북조 시대의 불교의 특징, 수나라 시대에 만개한 중국식 불교, 원나라의 라마교와 명리학, 명나라 때 국민교육헌장이 된 주자학 등등. 이제 제법 중국의 왕조와 사상을 잘 매치시킬 수 있습니다. 모두 이 책 덕분이죠.

한 주간 만에 48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목차를 보니, 중국 사상사와 왕조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도덕경> , 중국 사상가의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 놓았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을 때 자주 들추어 확인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동양 사상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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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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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세의 가을>로 유명한 요한 하위징아의 <에라스뮈스>를 읽고, 에라스무스가 토머스 모어의 환대를 받으며 그의 집에서 <우신 예찬>을 집필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중세교회의 개혁을 열망하는 자들이 많았습니다. 개혁의 방향과 방법은 다 달랐습니다. 루터는 복음의 열정에 바탕을 두고 가톨릭교회와 투쟁하는 길을 걸었지만, 에라스무스는 학문을 통한 점진적인 개혁을 원했습니다. 결국 에라스무스는 종교개혁파와 결별하고 가톨릭교회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자기중심적이고 은둔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라스무스는 1516<그리스어 신약성경 교정본>을 발간합니다. 이는 탁월한 인문주의자로서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라는 르네상스의 표어를 따라 행동한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 <우신예찬>은 인간의 삶에서 어리석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신랄하게 풍자하고 더 나아가 어리석음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해학과 풍자와 역설로 엮어냅니다. 그는 스콜라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믿음과는 상관없는 주제들을 쓸데없이 논쟁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또한 성직자들이 돈의 탐욕과 미신에 빠진 것을 풍자적으로 질타합니다. 부와 재물은 우신’(모리아, 어리석음의 신, 어리석음의 신격화)의 아버지라고 풍자합니다. 사람들은 이 부와 재물의 고갯짓 한 번에 다 넘어가 세상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에라스무스가 보기에 성직자와 교회가 부패한 것은 교리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신앙적인 양심과 경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황’(pp. 201~205)에 대한 그의 해학과 풍자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자처하는 교황들이 가난과 자기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리스도의 삶을 닮고자 애썼다면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힘든 자리에 있음을 알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온갖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교황들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졌고 그 피로 성장했으니 지금도 교회는 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에라스무스는 해학적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교황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전쟁만은 반드시 하고, 교황 주변의 아첨꾼들은 전쟁에 관한 교황의 광기를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자 경건이며 용기라고 부르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최고의 계명을 어기지 않고도 칼을 뽑아 형제의 복부에 꽂을 방법을 찾는다고, 에라스무스는 비꼽니다. <우신예찬>, 오래된 책이라 읽기에 벅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글이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에 영감을 주었다는 찬사가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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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 CHRISTIAN FOUNDATION 3
피터 워커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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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수많은 장소가 등장합니다. 특히 신약 성경 복음서에는 예수의 삶과 메시아 사역에 관련된 장소가 많이 언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복음서에 묘사된 예수의 삶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성경 지리를 꼭 공부해야 합니다. 이전에 성경 지도책을 장만해서 성경을 읽다가 지명이 나오면 들추어보곤 했습니다. 예수의 행적을 따라가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지만, 지도가 주를 이루고 각 장소에 관한 설명이 너무 간단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피터 워커의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는 다릅니다. 누가복음을 배경으로 해서 예수의 삶과 메시지를 알아갈 수 있도록,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부터 두 제자가 부활의 예수를 만난 장소와 관련 있는 엠마오까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장소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학자들의 토론도 꼼꼼히 소개합니다. 또 각 장소에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한 주요 연대를 주전부터 주후 2,000년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루살렘 성전에 관련해서, 민족의 중심이었던 성전에서 예수의 도발적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언급합니다. 그리고는 오늘날 성전에 가면 볼만한 유적지도 알려주고, 지도도 제시합니다. 또 이곳에 주후 705~715년 엘-악사 모스크가 세워졌다는 것과 주후 2,000년에 이스라엘 샤론 총리의 도발적 성전 방문으로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 인티파다(intifada)가 재개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이 책은 성경을 읽는 자들에게 예수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오늘날 직접 이 장소들을 여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주 매력적인 책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Key Note의 내용에서 역사적 지식을 얻고 성경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와 기독교 역사가 에우세비우스의 글 소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경 지리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의 또 다른 책,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는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생동감 있는 설명이 가득한 책일 것이라 추측해 보며 이 책의 출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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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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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는 사랑, 특히 남녀 간의 사랑입니다. 이 책 <사랑의 쓸모>는 이런 사랑을 묘사하는 소설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인간은 사랑에 울고 웃는 존재이니,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런 사랑,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슬쩍 질문을 던지며,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의 모습을 깊은 인문학적 통찰로 풀어냅니다.

,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17편의 소설 중 12편을 읽었는데, 많은 경우 소설 내용조차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런데 저자 이동섭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소설의 내용도 생생하게 파악되면서 주인공들이 했던 말과 행동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라고 격하게 감탄했습니다. 저자가 파헤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며, 어떤 인생이든 사랑은 나름대로 독특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는 저택에서의 화려한 파티와 돈으로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면서까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옛 애인의 사랑을 되찾으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가 지금도 데이지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앵에게 사랑이란 자신의 자존심과 출세라는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쓸모에 불과한 것이었을까요?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 부인은 로돌프 그리고 레옹과 간통하면서 추구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분명 육체적 쾌락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 에리카에게 섹스는 억압적인 어머니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기에 사랑의 행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사랑과 관련된 마음과 행동, 끌림과 유혹, 질투와 집착, 오해와 섹스, 결혼과 불륜에 대해, 이런 것들이 우리네 인생을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사랑의 용기와 열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쓸모>라는 책 제목, 소개한 소설의 저자와 작품에 대한 간략한 해설, 그리고 적절한 명화들의 배치, 모두 마음에 듭니다. 소개된 책 중 읽지 않은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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