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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하지 말라 - 인간을 살리는 쉼에 관한 21가지 짧은 성찰
이오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요즘 들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만큼 일에 치어 산다고 할까요? 이 책은 현대인이 쉬지 못하는 이유부터 쉼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과 구체적으로 쉬는 방법 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쉼에 관한 인문학적 통찰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왜 쉬지 못하는지 역사적으로 분석합니다. 중세 이후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삶의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은 더 많은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는 불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미래가 열려있는 자유인은 더 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불안에 시달립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되면서 사람들은 더 큰 부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 결과 모두가 경쟁에 내몰리고 더 고독하고 피로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쉼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성찰합니다.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욕망이 너무 많은 일을 낳았으니, 사회체제를 바꾸는 것보다 욕망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한 개인이 사회체제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욕망의 강도와 속도를 통제하고 욕망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합니다. 사실 욕망의 완전한 충족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욕망의 대상을 향해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아야 삶에는 쉼과 평화가 찾아듭니다. 3부에서는 어떻게 쉴 것인지를 다룹니다. 무엇보다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런데 소득과 성공을 위해 일을 멈추지 못합니다.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일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이 나를 쥐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는 일의 노예인 것입니다. 반대로 일을 멈출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일을 멈춤으로써 우리는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가는 진정한 자유인이 됩니다.
요즘 나는 성경 출애굽기를 읽고 있습니다. 십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은 안식일에 관한 명령입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20:8)는 계명은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20:10)는 구체적인 지침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겠다고 하는 히브리 노예들에게 이집트의 파라오는 너희들이 게을러서 그런 말을 하니, 벽돌을 만드는 볏짚을 주지 않고 하루 할당량을 채우라고 명령합니다. 더 열심히 일만하라고 다그친 것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이집트의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을 쉬게 할 것인가, 일만 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쟁을 벌인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이 승리하여 이스라엘은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유대인에게 있어서 안식일은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쉼이 생활 규범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쉴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즐거운 쉼을 위해, 놀이와 섹스, 자신을 성찰하는 인생 공부, 휴일에는 인터넷을 꺼두기, 일없는 모임 만들기, 등등을 제시합니다. 나는 일, 욕망, 시간을 주도하는 자유인인가, 그런 것들에 끌러다니는 노예인가 돌아보는 유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