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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평점 :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모든 억압에 맞서 ‘똘레랑스’를 주장했던 인물이라고 학창 시절에 배웠습니다. 그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정치 종교 권력의 부패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조롱하며, 개인의 권리와 사상의 자유를 옹호했습니다. 출판사 ‘미래와 사람’에서 <시카고플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그의 유명한 철학 풍자소설 <캉디드>를 펴냈습니다.
소설에는 흥미로운 두 인물이 나옵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라고 말하며, ‘현재는 언제나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자 팡글로스와 ‘사람은 혼란, 무기력, 권태 속에서 살아가며, 현실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비관주의자 마르탱입니다. 팡글로스는 주인공 캉디드의 스승입니다. ‘캉디드’라는 이름의 뜻은 ‘순진한’입니다. 그는 스승 팡글로스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믿고 따릅니다. 하지만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안전한 성에서 쫓겨난 주인공은 엄청난 시련을 연속적으로 겪습니다. 그는 자연재해와 전쟁, 종교 박해와 노예 생활, 비인간적인 고문, 살인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도 연인 퀴네공드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그는 지상낙원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정착하지 않는 것은 연인을 만나고자 하는 일념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스승 팡글로스와 연인 퀴네공드를 다시 만납니다. 슬프게도 퀴네공드는 예전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상적이지 않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 이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 캉디드는 여전히 모든 일은 최선의 상태로 연계되어 있다고 말하는 팡글로스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비옥한 땅을 경작해야 해요” 그는 이제 스승 팡글로스처럼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여행 동반자였던 마르탱처럼 비관주의자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비참한 현재 상황과 자신이 처지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땅에서 경작하겠다고 말함으로써 그는 유쾌한 비관론자가 된 것입니다. 그는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미래일 뿐이며, 현재 좋은 일이 일어나든 나쁜 일이 일어나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볼테르는 이 소설의 주인공 ‘캉디드’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한 것 같습니다. 당시 정치 현실을 보고 ‘최고의 정부는 불필요한 사람이 가장 작은 정부’라고 말했고, 종교에 대해서도 ‘성경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과 절대적 진리를 믿지 않는 21세기 현대인과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절대적 진리를 믿지 않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현재의 삶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단상(斷想)에 젖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