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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시 100편
김소월.김영랑 지음, 최세라 엮음 / 창해 / 2023년 1월
평점 :
얼마 전 강진에 갔다가 영랑 생가를 방문했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영랑의 시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죠. 이전에 강진이 이다지도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일주일간 강진에 머물렀기에 느낀 것은 아닙니다. 영랑의 시들을 읽으면서 강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영랑의 시에 대한 최세라 시인의 해설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영랑의 대표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말의 아름다움이라고 그는 평했습니다. 남도의 순박하고 서정적인 향토어가 영랑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황홀한 달빛>의 시구, “황홀한 달빛 / 바다는 은장 / 천지는 꿈인양 / 이리 고요하다”를 읽으며 나는 강진의 앞바다를 떠올립니다. 달 뜬 주작산에 올라 바라본 다도해는 꿈꾸고 있습니다. 영랑의 영롱하리만치 빛나는 시어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시상의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저 유명한 김소월의 <산유화>를 학창 시절 달달 외웠었는데, 중년에 읽으니 느낌이 새삼스럽습니다. 해설에 있듯, “저만치 혼자서” 핀다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이어지는 <진달래꽃>에서 떠나는 임을 “고이” 보내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결국 저만치 혼자 피는 꽃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자신의 삶을 원망할 일이 아닙니다. 일제 압제 아래 민족의 정과 한을 소월처럼 절절히 드러낸 시인이 있을까요?
김소월과 김영랑의 시를 각각 50편씩 교차해서 수록하고 감상과 해설을 한 것은 ‘시의 한 수’라고 생각합니다. 두 시인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서정시인인데, 겹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는 이들의 시 세계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게 한 좋은 시도입니다. 덕분에 이들의 시를 마음껏 즐기며 시인의 내밀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책 표지도 예쁘고 시와 해설의 간격과 위치도 훌륭합니다. 아름답게 엮은 이 책, 애장품이 되어 시집이 모여있는 책꽂이에 꽂아놓았습니다. 복잡하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사는 것이 외롭고 서글플 때, 복잡한 도시의 삶에 지쳤을 때, 아니면 희망을 꿈꿀 때, 이 책에 선뜻 손이 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