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벽에 일어나서 이 책을 집어 들고 무작정 읽었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눈도 따끔거리고 비몽사몽간에 닥치는 대로 활자를 새가 모이 쪼아 먹듯이, 쪼았다.
저자는 시인이었다.
시인의 산문집도 시를 닮았는지 문장이 시적인 산문이다.
아니 시와 산문의 경계조차 흐릿했다.
밑줄 긑고, 밑줄 그은 문장에 포스트잇도 붙이고 등등 나름 읽는 노력을 해가면서....
역시 시인의 글은 시적일 때는 튀고, 산문스러울 때는 속속 박혔고,
그의 아포리즘에 감성 언어는 시인과 함께 새벽을 밝혔다.
그리고 다소간의 허무와 다소간의 공허들과 쓰림들. 역시 시인의 글은 조금은 퇴락한 집의 평상에서
읽는 맛이랄까.
인용한 시구절 하나가 또렷이 남는다.
최승자 시인의 시 중에서 ' 우리의 존재, 나의 존재가 하나의 루머'였다는 구절.
시집에서 읽었던 구절을 만나는 반가움. 그러나 내용은
고향이랍시고 거의 간 적이 없는 어릴 적 '글쎄 뒷집에 살던 노인이 별세하셨더란다'라는 소문을 누님이 전해주듯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소문이라도 전달될까?
요즘처럼 소문만 무성한 시대가 또 있던가. 정보는 점점 밝아지고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오히려 소문이 더 활개를 치는 문맹 현상의 아이러니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