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벽에 일어나서 이 책을 집어 들고 무작정 읽었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눈도 따끔거리고 비몽사몽간에 닥치는 대로 활자를 새가 모이 쪼아 먹듯이, 쪼았다.

 

저자는 시인이었다.

시인의 산문집도 시를 닮았는지 문장이 시적인 산문이다.

아니 시와 산문의 경계조차 흐릿했다.

 

밑줄 긑고, 밑줄 그은 문장에 포스트잇도 붙이고 등등 나름 읽는 노력을 해가면서....

 

역시 시인의 글은 시적일 때는 튀고, 산문스러울 때는 속속 박혔고,

그의 아포리즘에 감성 언어는 시인과 함께 새벽을 밝혔다.

 

그리고 다소간의 허무와 다소간의 공허들과 쓰림들. 역시 시인의 글은 조금은 퇴락한 집의 평상에서

읽는 맛이랄까.

 

인용한 시구절 하나가 또렷이 남는다.

 

최승자 시인의 시 중에서 ' 우리의 존재, 나의 존재가 하나의 루머'였다는 구절.

시집에서 읽었던 구절을 만나는 반가움. 그러나 내용은

고향이랍시고 거의 간 적이 없는 어릴 적 '글쎄 뒷집에 살던 노인이 별세하셨더란다'라는 소문을 누님이 전해주듯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소문이라도 전달될까?

요즘처럼 소문만 무성한 시대가 또 있던가. 정보는 점점 밝아지고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오히려 소문이 더 활개를 치는 문맹 현상의 아이러니를 만난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6-06-08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책 읽기! 실천이 어렵네요. 일찍 일어나도 스마트폰만 만지작....ㅎ
시인이 쓴 산문은 시처럼 간결해서 좋더라구요.

yureka01 2016-06-08 11:27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전혀 의도한바가 없었습니다.
무척 피곤한데 잠이 들지 못하는 새벽이 괴롭더군요.
늙었단 증거중 하나라서 일까요 ..머쓱하더라구요.
네 맞습니다. 시인의 산문은 시닮은 은유가 있어 적절한 재미도 있고.
때론 시처럼 난해한 단어의 문장도 있고..ㅎㅎㅎ

루쉰P 2016-06-08 1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는 문장이 훅 들어오네요 ㅋ 전 시인이 쓴 산문은 아직 읽어 보지를 못 했어요 좀 편향되게 독서를 한다고 할까요? 좀 더 시야를 넓혀야 겠어요 ㅎ

yureka01 2016-06-08 11:56   좋아요 2 | URL
그야 저도 그렇습니다.
독서의 편향성은 어쩔 수 없습니다.(편향이라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죠)
다 섭렵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 봐도 다 못보고요.
그래도 약간은 지평이 넓으면 좋긴하죠..ㅎ

수퍼남매맘 2016-06-08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제겐...

yureka01 2016-06-08 12:10   좋아요 2 | URL
저도 아침에 혼수상태입니다..ㄷㄷㄷㄷ
새벽은 마취에서 깰 수없는 마법 시전중이더라구요.

hnine 2016-06-08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 시집도 추천해드립니다. 좋아요.
저는 거꾸로 yureka님 덕분에 이분 산문집 물어갑니다~ ^^

yureka01 2016-06-08 13:54   좋아요 2 | URL
그럼 저도 시집 물어 오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6-08 1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우리들의 가장 큰(?) 고뇌를 말해주네요.

yureka01 2016-06-08 13:5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지금도 돈벌라고 일하는데 ㅎㅎㅎㅎ
돈벌기용 일 하지 않으면 참 할 것들이 많은데 말이죠....

붕붕툐툐 2016-06-08 15: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읽히는 책은 좋은 책임에 틀림없을 듯!^^ 읽어보고 싶네요~

yureka01 2016-06-08 17:52   좋아요 2 | URL
아고 어쩌다 새벽에 읽은 책입니다.ㅎㅎㅎ
늘상 있는 독서가 되지 못했습니다.^^..

2016-06-09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0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1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2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2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3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5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3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6-11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루머로만 떠돌아도 잊히는 것 보단 좋아서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여기선 탄식처럼 다가와요...

yureka01 2016-06-11 19:11   좋아요 2 | URL
소식이 아니라 루머 있다는 게 슬프죠...

[그장소] 2016-06-11 19:14   좋아요 2 | URL
형체가 뻔히 보여도 와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습성을 어쩌겠어요...특히 말 과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만큼 ...그에 대한 빚갚음이려니 해야
할지도 몰라요 . ( 내뱉는 말들의 조심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늘 ~^^;;)
이래서 천형같은 삶...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