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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죽음
주형일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1월
평점 :
모든 사진은 모순이다. 유한적 시간을 기억으로 늘리고자 하는 영원성에 대비해서, 지나버린 과거로 돌변해 버리는 본질적인 빛의 속성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진이 영정 사진 즉, 죽음에 대한 사진일 것이다. 사진은 찍는 순간에서 이미 과거가 되는 절대적인 속성에 이를 두고 하는 빛의 편린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진은 한때 존재했음의 증명이자 소멸되거나 소멸되어가는 것들의 부존재로의 증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거의가 주로 풍경 사진을 찍었으나 가끔은 의도하지 않게 인물사진을 찍을 때도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스럽게 포착한 인물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될 때, 사진을 찍었던 당사자로써 만감이 교차할 순간이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특히 사진 속의 인물의 영정 초상의 기억이 망자와 결부되어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오래전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이라 결혼식에 마침 매형도 함께 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사진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처음으로 D-SLR 카메라를 들고 갔던 결혼식에서 흔히 담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왕에 찍는 사진으로는 가족들의 기념하듯 모습을 담았었다. 그리고 사진은 백업 하드 드라이브에 파일로 저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후, 매형은 불의의 사고를 중상을 입었고 끝내 사고의 영향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했다. 전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라 사고의 수습과 장례는 난감했다. 떠날 나이도 아니고 한창 일할 나이였던지라 장례준비가 될 거도 없었으니 당연히 장례식에 쓸 초상 사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기억해낸 사진이 앞서 언급한 사촌의 결혼식에서 찍은 매형의 사진이 초상화로 쓰일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지만 그때 담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었던 거였다. 혹은 계획한 바대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멀지 않은 노인네들의 비중 있는 행사가 영정 사진을 찍는 일중에 하나일 것이다. 격식에 맞게 옷을 차려 입고 사진관에 사진가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잡으며 얼굴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을 차려 내는 행위야말로 자신의 마지막 생전의 모습을 담는다. 이는 자신이 보려는 목적의 사진이 아니라, 자신이 타자에게 보여주려는 자신의 기록이다. 즉 남을 위해서 또는 평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부존재의 증명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행위일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사진과 죽음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하고 있음을 저자의 연구에 대한 업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까지 죽음에 대해 가급적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단지 장례절차에 따른 병원의 영안실에서 마주하는 그런 일상의 숨은 죽음에 대해 사진으로써 관련성을 깊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사진을 오래 찍어 온 나로서 꼭 보고 싶은 책이었다. 사진과 죽음의 연관성은 사진의 본질에서부터 죽음이 현재의 사회적, 개인적 정치적, 문화적인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도 인간의 소멸과 기억이란 테마의 주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죽음은 단지 병원의 닫힌 공간에서 장례적인 의식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이때까지 사진을 찍어 오면서 사진을 찍어 가는 과정의 저변이나 밑바탕에는 항상 시간과 변화를 염두 했다. 결국은 사라지는 것은 무엇으로 변화라는 과정이고 이를 우리는 소멸이라고 하고 소멸은 다시 무엇으로 변한 생성의 연결고리를 갖는다. 여기에 죽음은 변화라는 변곡점의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진은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시간의 단면을 짜르고 영원성을 부여하려는 의지이며 반대로 그 영원성조차도 결국은 소멸과 생성이라는 순환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변하는 것만 영원할 뿐이라는 것에서 인간의 죽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절대적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사진은 모순이자 허망함과 공허함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단순히 빛의 담는 도구가 존재론적인 상징이자 기호가 되고 이를 모으면 지표가 되며 아이콘이 되는 절대적인 과정을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사진은 과거의 영상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고 나아가 미래의 유사성과 상징화되기도 한다. 미래의 반영은 과거이며 과거의 환영은 미래일 수도 있다. 사진은 오로지 현재를 찍고 과거로 돌변하는 자각을 위한 것이다.
사진이 초상화에 비해 빠르게 장례식의 메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초상화는 일반 대중이 그리 쉽게 요청에 의해서 제작될 수가 없었다. 시간이 비교적 많이 소모되고 화가에게 부탁을 하는 등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작업이라서 초상화는 아무나 그릴 수도 없었으며 영정으로 쓰이지는 못했다. 귀족이나 권력자들의 전유물처럼 되었던 이유이다. 초상화는 실제 하지 않는 가공적일 수도 있고 또한 초상 인물의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구술에 의해서도 그려지기도 했다. 화가의 사견도 상상도 가미될 수도 있기도 하다. 특히 유교에서는 초상화가 실제 했던 인물의 일치성이나 유사성이 제일 큰 주안점이었던 점에서 보자면 사진이 등장함으로써 사진으로 초상화를 빠르게 대체된다. 사진의 기본적인 원리를 안다면 사진의 프레임 속에 있는 인물의 영상은 반드시 존재했던 사람의 순간이라는 점이 초상화와는 크게 차이가 있다. 그림은 상상으로도 그리지만 사진은 반드시라는 절대적인 빛의 작용이 있어야 하는 차이점. 이를 두고 도식성과 지표성으로 나누었던 저자의 긴 설명은 이해되기 충분했다.
이처럼 사진으로 인한 존재와 부존재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투영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다 소멸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원한 것처럼 살려고 한다. 작은 이익에 전력투구하며 다툼이 번번한 것도 사실은 욕망일 것이다. 따라서 사진을 통하여 부존재에 대한 욕망의 허망함을 알아차리고 또한 알아 차림으로써 현재의 존재에 대한 삶의 방식의 변화에 있다. 내일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존재가 지금의 욕망에 일희일비하는 짓은 참으로 안타까움이 크다는 것은 사진으로 인한 상징성이 아닐까 한다. 사진을 찍음으로써 존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본능적 욕구와 욕망에 대해 따져 묻는 질문이 사진이라는 것에서 비로소 욕망의 내려놓음을 실천할 충분한 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00년을 더 살든 1,000년을 더 살든,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욕망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면 반드시 불만이 생기고 이 불만으로 인간의 관계가 갈등에 놓이는 이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다. 아무리 말로 내려놓음을 주장한다 해도, 어제 만난 사람이 오늘날 영정 사진으로 만날 때, 인생의 허망함에서 마주하는 깨달음이 없다면 이 역시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죽음은 개일적인 차원의 수많은 이야기들도 있다. 나아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사진과 죽음이란 책에서도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증명한다. 이 책에서는 사진의 아이콘화, 지표성에 대한 사회 문화적, 그리고 정치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연구한 업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사진의 초보자를 위한 사진과 죽음의 연관 관련성이기도 하지만 사진을 오래 찍은 분들이 읽으면 사진의 의미에 대해 더 심사숙고할 수 있는 계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갈등의 현장인 전쟁에서 사진으로 나타낸 것은 그림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고도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았고 이런 전쟁의 참화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연결되고 사진은 프로파간다로 돌변하는 현상을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다. 죽음은 개인적이기도 하고 사회적 정치적이기도 하다. 각종 사건의 현장과 사고의 과정에서 찍어 온 수많은 사진으로 사회는 그 요청과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또한 이 요청으로 인해 다시 사람들은 인식하게 되었고 계속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간 소위 감성 사진이라고 하는 에세이류의 사진만 읽어 왔는데 정말 뜻밖에도 이런 사진에 관한 연구가 치밀하게 피력된 책은 드물었다. 사진학에 대해 이 책만큼 심도 있는 연구업적을 만나는 것도 정말 드문 일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언론 정보학을 연구한 학자이지만 사진에 대해 또 사진과 언론에 대해 관한 저자의 연구 업적에 깊은 사유는 그동안 사진을 찍어 오면서 어렴풋한 정보를 학술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에게 웬만해서는 고맙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이 리뷰를 통해서 감사함을 나누고 싶다. 언제 기회 되면 학교로 찾아가서 꼭 한번 뵙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나 같은 사진 애호가를 만나줄지는 모르겠지만...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심령사진, 사회적 사고 사건이 된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진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단순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심도 있는 연구업적이 사진 분야에서도 나태내고 있다는 것이 반갑기 그지 없었단 책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존재론에 대한 사진과 관련한 마음을 묵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