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바르게 개는 법 - 어른을 꿈꾸는 15세의 자립 수업
미나미노 다다하루 지음, 안윤선 옮김 / 공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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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단순하게 어린 아이에게 팬티를 바르게 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팬티를 바르게 개지 못하는 아이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책이었다. 팬티를 바르게 개는 것에 방법 따윈 없다고. 자신만의 팬티 개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팬티를 바르게 개는 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결말부터 먼저 말해서 김이 새는가?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10년간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런데 그는 기술가정과 교사로 전공을 바꾼 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아니, 도대체 왜 주요 과목인 영어를 나두고 기타 과목인 기술가정과 교사로 전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10년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들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생활의 방식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진짜 삶을 사는 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달콤하고 멋있게 들려왔다.

그는 학생들이 성년이 되기 전 꼭 배워야 할 '4대 자립'이 있다고 말한다.

 

생활의 자립.

경제적 자립.

정신적 자립.

성적 자립.

 

이 그것이다. 4대 자립을 학생때 잘 배워둔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 할 것이며, 학교 생활에도 물론 잘 적응할 것이라고. 그리고 나또한 이 4대자립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4대 자립으로부터 학생들로 하여금 하루하루가 즐겁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말이다. 요즘 뭐든지 부모들이 다 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가족들을 챙기게 만들자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교육도 많이 바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남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걱정이거나 남과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사람은 먼저 '혼자'가 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응시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지배나 의존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고독'이 아닌 '혼자'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자립'을 위해 빠뜨려서는 안되는 훈련입니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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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과자 - 나는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꿈꾼다
김규흔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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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바야흐로 설 선물세트 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을 시즌이 왔다. 나도 친척들과 지인분드께 드릴 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매 명절때마다 대형마트를 들르지만,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기자기 하고 이쁜 한과세트를 보면서 아, 한점 먹어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격이 왜이리 비싼거야? 라는 생각도 뒤따라 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 김규흔 한과명인의 책을 읽고, 그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 가 격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몸소 알게 되었다. 하나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정성과 손길이 가는 음식이 한과이구나. 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달았고, 날씨까지 생각해야 하는 한과의 먹거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대한민국 한과명자 1호(약과분야)이신 김규흔씨. 그의 꿈이 이 한권의 책에 모두 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 꿈들 중 하나가 우리의 한과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그 꿈을 위해 많은 길을 걸어왔다. 한과의 자동화시스템 구축, 한과 문화 박믈관 개관, 한과문화페스티벌 개최 등 한과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그의 노력들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

대학교에서 조리와 제과제빵을 전공한 나는, 조금은 한과와 가까웠다고 말해도 되려나. 한식조리기능사를 따기 위해, 조리기능사 연습문제 레시피에 들어 있던 매작과를 서너번 집에서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시험이 끝나도 그 매작과의 맛을 잊지 못해, 몇번이고 다시 만들어 엄마와 함께 먹었던 그 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추억으로 떠올려졌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그 매작가도, 언제부터인가 만들지 못했다. 김규흔 명인의 한과에 대한 이 책에도 그의 한과에 대한 추억이야기를 그리웁듯이, 중간 중간 말해준다. 그 중 할머니와 산자이야기가 내 마음에 내내 남아 있다.

이 책은 한과에 관심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너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한과 업종을 생각하고 계신분들이거나. 물론 그도 아닌 분들이(나 같은 사람) 읽어도, 우리 나라 한과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풍부한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추억거리와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한과를 맛보는 입이 즐겁지는 못하였지만, 책에 실린 한과의 아름다움을 보느라 눈이 얼마나 호강하였던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김규흔 명인의 한과 작품은 온전한 예술의 경지였다. 우와.. 라는 감탄어가 저절로 흘러 나올만큼.

과자의 탄생부터 시작해, 한과의 재료 이야기, 그리고 만드는 방버에 따라 달라지는 한과의 종류와 기초지식, 한과 레시피, 마지막에 김규흔 명인의 한과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세계의 ​과자에 대한 소개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한과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자긍심도 가지게 된 것 같다. 정말 꼭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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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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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 관련 책과 징비록이 책으로 출간된 책을 최근에서야 정말 많이 읽은 것 같다. 한 10권 정도. 신랑이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고 온 이후 이순신 관련 영화와 드라마, TV프로그램을 모두 찾아내 매일 저녁 보면서 나도 많은 관심이 생겼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출판업계에서 유성룡 관련 책들이 막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웬만한 출판사는 대개 한권 정도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들 중 이 책에서는 유난히 선조에 대한 비난의 글들이 많았다. 아니, 비난이라기 보다 선조를 무지막지한 인간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가, 한나라의 왕이었던 그가 정말로 그런 말들을 내뱉었던 것일까? 충격적이었다.

 

내가 충격받았던 선조의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평양에서 이어 의주까지 피난을 간 선조는 급기야는 대신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중국에 조선을 갖다 주자고. 정말 그런 막말까지 했던 것일까? 부끄러웠다. 그 나라의 백성들은 왕과 대신들이 도망을 간 그 시간에 죽을 힘을 다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면서 싸웠다. 일본조차도, 왕도 버린 조선을 어떻게 노비들과, 아낙네들, 어린아이들까지, 심지어는 몸을 파는 여인네들까지 끝까지 대항하는 것이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중국에 조선을 갖다 주자고 말하는 선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일까? 하지만, 그가 이런말을 정말로 한 것인지, 아니면 소설의 픽션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책은 류성룡과 이효원이 자신들이 쓴 책 '징비록'과 '호종일기'를 펴놓고 그간 임진왜란의 진행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설은 이어진다. 흡사, 저 멀리 하늘에서 저선, 일본, 명의 상황을 위에서 지켜보듯이 이야기해 나가듯 그려놓고 있다. 왜란을 앞둔 조선의 책임자들의 이름을 죽- 나열해 놓았는데, 그 활자들에서 그들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쟁이 터지고, 봉수대의 햇불이 5개가 올라왔는데도 불구하고(전쟁을 알리는 불 5개) 이항복이 허겁지겁 선조에게 달려가 아뢰지만 선조는 불꽃놀이를 구경하자고 한다. 5개의 불꽃이 아주 장관이라며, 하하하,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온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당색을 가리는데 바쁘고, 누구에게 전쟁의 뒷죄를 뒤집어 씌울 것인지 논하는 그들이 정말이지 부끄러웠다. 작가는 말한다. 역사는 반드시 기록된다고. 그러니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인즉슨, 현대의 그대들도 똑바로 하라는 말이다.

 

 

나 환갑 노인네니, 이제는 국왕과 신하로서 말하는 게 아니라 어른이 젊은이한테 하는 소리로 말 좀 해 봅시다. 이 자식, 하성군 이균아! 시골 촌부에게 나라를 맡겼어도 이처럼 엉망으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야. 젊은 것이 계집만 밝히다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 차라리 이 자리에서 너도 죽고 나도 죽자! 네 아들 광해군이 나라를 구하든 말아먹든 다 맡기고 같이 죽어 버리자고! 나도 그 따위 멍청한 생각이나 하는 놈을 왕으로 모시고 싶지 않아! (p.113)

 

역사에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성룡은 7년간 전시 재상으로 활약했지만 녹봉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호종한 우리 선대조 두 분도 마찬가지다. 끊어진 녹봉은 1601년 1월분부터 지급되었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삭탈 관직된 유성룡은 녹봉을 끝내 받지 못했다. 큰아들이 먼저 죽는 불행마저 겪었다. 그가 예순여섯 살의 나이로 타계할 때 장례를 치를 돈이 없어 인근 선비들이 추렴해 쓸 정도였다.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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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테마 소설집
박솔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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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세대는 정말이지 중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 하나가 화제가 되면, 너도나도 그것을 따라하려고 할 뿐 아니라,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 그리고 무언가 중독된 사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조차도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컴퓨터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보지 않는 시간대에는 항상 손에 있는 휴대폰으로 시선이 가게 되어 있다. 하물며 게임을 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중독임에 틀림없다. 우리 사회에 중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또 많을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에는 총13명의 작가들의 각기 다른 중독에 관한 13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어떤 소설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또 어떤 소설에서는 이 이야기가 도대체 중독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건지 오리무중인 소설도 있었다. 나에겐 낯익은 13명의 젊은 작가들. 그들의 앞으로의 활동에 파이팅을 던지면서 13편의 이야기중 인상 깊었던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흔한, 가정식 백반>

남편이 없는 여자들이 여성전용사우나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친분을 쌓아가는 이야기이다. 가깝게 지내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던 날, 바다를 향해 가던길에 들른, 인터넷에 보통의 맛집이라고 검색되어진 가정식 백반 이라는 음식집에 들어가 그곳에서 103동 이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명절이 되어도 갈곳이 없는 남편없는 여자들의 수다스런 삶의 이야기가 서글퍼진다. 여기서는 여성전용사우나가 중독이라는 주제인듯 보인다.

 

<원피스>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미용기술을 익혀 미용사가 된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그 일을 그만두고 가슴에 보형을 삽입하고 오랜 열등감으로부터 해방 되지만 그 수술이 부작용을 낳게 되면서, 법률사무소의 상담사인 나와 통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파란 원피스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그녀.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그녀와의 상담 전화가 끝나버렸는데도, 불시에 그녀의 생각이 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신문에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온 것을 발겨하게 된다.

 

<참고인>

친언니에게 호주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근처에서 혼자 살게 되는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 여동생의 이야기. 임신한 친언니로부터 호주에서는 잘 지내느냐는 메일이 드문드문 오게 되지만 여동생은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단한 이야기. 비관적인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도 비관적이다.

 

총13편의 이야기들이 아쉽기도 했고,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13명의 젊은 작가들은 또 다른 많은 글들을 쓰게 될 것이고, 발전하게 되겠지. 단편 소설집으로는 조금 아쉬웠지만, 중독이라는 한 가지의 주재로 나름 재미나게 읽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밝고 건전한 소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어둡고 악치 나고 불가해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윽고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은 마치 뚜껑이 달아난 맨홀에 빠진 양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곤 열린 세상을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부어댄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남달리 비관적인 기질을 타고난 건 아니다. 그들은 이 세계가 철근콘크리트처럼 공고하다고 믿을 만큼 순진할 따름이다. 그런 믿음은 100년 전부터 있어왔고, 100년 후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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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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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에 발표한 소설임에도 완벽한 몰입도를 보여준 소설이었다. 밤 늦은 새벽 2시에 읽기 시작해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읽었고, 그 다음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탐욕적이고 자신은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욕망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참지 못하고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1954년 발표된 이 책의 원제의 의미는 지푸라기로 만든 허수아비 같은 존재라는 뜻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야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에 살고 있는 34살의 힐데가르트는 가족이나 친지없이 홀몸이었고, 번역가의 일을 하면서 매일 매일을 변변치 않게 살아가고 있는 여자였다. 외모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쁘다고 생각했으며, 그녀는 매주 금요일에 배달되는 신문의 6면에 실린 결혼상담란에 남자들의 신상명세를 훓어보는 것으로 매주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광고의 어느 한 지점에서 그녀의 눈이 멈춰진다. 그녀의 모든 만족을 충족시키는 광고. 엄청난 부자가 결혼할 여자를 찾고 있다는 광고였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오직 그 부를 즐길수 있는 여자이면 된다고. 힐데가르트는 즉시 펜을 들어 자신에 대한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기다리던 답장 봉투. 그 한통의 편지에 의해 그녀의 인생은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 스스로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그녀는 타인의 말에 속아 버렸고, 끝내는 그녀가 생각했던 그런 세상을 누리지도 못해본채, 아니다.. 잠깐 정도는 누려봤겠지만,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결코 가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시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고. 누가 그녀에게 엄청난 부를 거머지게 할 행운을 줄 수 있겠느냐며 말하는 그 남자는 결국 그녀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잔잔하지만, 대담한, 그러나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스릴러 소설이었다.

 

허영과 탐욕에 눈 먼 그녀였지만, 그녀가 순수함을 한쪽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것이 없었으므로 누군가를 그토록 쉽게 믿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로가 당연한거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가슴이 슬프도록 아려오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가슴 깊은 곳에서 그녀가 소망하던 욕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녀의 순수함을 발견 했기 때문인지도..

 

 

참고로 말해두자면, 평범한 사람들은 대개 모험을 썩 달가워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아예 원하지 않았다. 도박을 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평온함, 말하자면 가난한 자의 행복이었다. 그러므로 불같은 열정이나 아슬아슬한 도전잉나 위험은 피해가는 게 상책이었다. 어설프게 '행운'이나 믿었다가는 뜨거운 맛을 보기 십상이란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p.8)

 

사람의 삶이란 별난 것 같으면서도 그리 별날 게 없는 것이어서, 해진 이불을 덮고도 잠은 오고, 찌그러진 통조림통에 담긴 음식도 목을 넘어가며, 숨을 곳을 찾아서라면, 감자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라면, 마른 나뭇단 한 묶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화염으로 뒤틀리고 내려앉아 뼈대만 남은, 파열된 하수도관과 박살난 유리창들만 남은 건물의 잔해 한복판에서도 그녀는 사랑을 했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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