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테마 소설집
박솔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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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세대는 정말이지 중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 하나가 화제가 되면, 너도나도 그것을 따라하려고 할 뿐 아니라,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 그리고 무언가 중독된 사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조차도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컴퓨터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보지 않는 시간대에는 항상 손에 있는 휴대폰으로 시선이 가게 되어 있다. 하물며 게임을 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중독임에 틀림없다. 우리 사회에 중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또 많을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에는 총13명의 작가들의 각기 다른 중독에 관한 13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어떤 소설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또 어떤 소설에서는 이 이야기가 도대체 중독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건지 오리무중인 소설도 있었다. 나에겐 낯익은 13명의 젊은 작가들. 그들의 앞으로의 활동에 파이팅을 던지면서 13편의 이야기중 인상 깊었던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흔한, 가정식 백반>

남편이 없는 여자들이 여성전용사우나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친분을 쌓아가는 이야기이다. 가깝게 지내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던 날, 바다를 향해 가던길에 들른, 인터넷에 보통의 맛집이라고 검색되어진 가정식 백반 이라는 음식집에 들어가 그곳에서 103동 이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명절이 되어도 갈곳이 없는 남편없는 여자들의 수다스런 삶의 이야기가 서글퍼진다. 여기서는 여성전용사우나가 중독이라는 주제인듯 보인다.

 

<원피스>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미용기술을 익혀 미용사가 된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그 일을 그만두고 가슴에 보형을 삽입하고 오랜 열등감으로부터 해방 되지만 그 수술이 부작용을 낳게 되면서, 법률사무소의 상담사인 나와 통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파란 원피스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그녀.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그녀와의 상담 전화가 끝나버렸는데도, 불시에 그녀의 생각이 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신문에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온 것을 발겨하게 된다.

 

<참고인>

친언니에게 호주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근처에서 혼자 살게 되는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 여동생의 이야기. 임신한 친언니로부터 호주에서는 잘 지내느냐는 메일이 드문드문 오게 되지만 여동생은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단한 이야기. 비관적인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도 비관적이다.

 

총13편의 이야기들이 아쉽기도 했고,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13명의 젊은 작가들은 또 다른 많은 글들을 쓰게 될 것이고, 발전하게 되겠지. 단편 소설집으로는 조금 아쉬웠지만, 중독이라는 한 가지의 주재로 나름 재미나게 읽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밝고 건전한 소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어둡고 악치 나고 불가해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윽고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은 마치 뚜껑이 달아난 맨홀에 빠진 양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곤 열린 세상을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부어댄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남달리 비관적인 기질을 타고난 건 아니다. 그들은 이 세계가 철근콘크리트처럼 공고하다고 믿을 만큼 순진할 따름이다. 그런 믿음은 100년 전부터 있어왔고, 100년 후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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