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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강산 2 - 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다 박정배의 음식강산 2
박정배 지음 / 한길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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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작가의 음식강산. 그 두 번째 책 국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비린 것들을 많이 먹고 자랐다는 남해 출신의 그답게 우리나라의 바닷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음식평론가와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이신 이 분은, 방송 프로듀서, 출판사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 오셨다. 그래서인지 이 한 권의 책에 아주 다양한 깊이 있는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양질의 내용에 비하면 책의 가격이 너무 저렴한 건 아니야?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였다. 다만, 이 책에 보면, 이곳저곳의 유명한 국숫집을 엄청나게 많이 다니셨는데, 물리시지는 않으셨을까? 궁금하다.

 

나는 사실 국수를 정말 좋아해서 즐겨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다. 일주일에 면을 먹는 정도는 하루, 이틀 정도? 하지만 가끔씩은 뜨끈한 칼국수가 정말 땅긴다던가~ 소면이 당기는 날도 있고, 시원한~ 냉면 한 사발 하고 싶은 날도 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 그런 날이 가끔씩은 있을 것이다. 주식인 밥만큼 국수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늘도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은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책 속의 막국수 맛집들이 떠올랐다. 내가 해 먹기에는 막상 귀찮고, 찾아가서 먹자니 엄두가 안 나고. 그냥 이렇게 입맛을 다실뿐이다.

 

국수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해 구포국수, 막국수, 고기국수, 콩국수, 짜장면, 밀면, 함흥냉면, 칼국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의 국수에 대해 소개해 놓으셨다. 다양한 맛집들도 소개해 놓고 있다. 손님을 받고 '막' 만들어 낸다고 해서 생긴 이름의 '막국수'라는 이름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정말 먹고 싶은 집 몇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맛보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국수는 행복을 주는 음식이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그 기분을 담아서 말이다. 박정배 작가의 국수에 대한 행복한 이야기는 먹고 싶다는 군침을 돌게도 하지만, 음식에 대한 역사와 그것에 담긴 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머무는 추억의 이야기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의 소중한 길 위에서의 음식의 문화를 깊이깊이 마음속에 남겨 두고 싶다.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속해오며 소면은 한국의 음식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면을 만드는 기본 방식이야 나라마다 비슷하겠지만 고유의 풍토와 기후, 사용하는 재료, 육수와 고명이 다르다. 거기에 우리의 수많은 애환이 서린 소면은 한국의 음식문화가 되었다. 짜장면과 짬뽕이 걸어온 길을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구포국수는 한국화된 소면문화의 부활을 위해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다. (p.39)

 

식당 하나 지탱하기가, 음식 하나 지켜내기가 참으로 힘들고 고뇌다. 제주의 음식은 서로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강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돼지고기와 몸국은 돼지고기 국수로 연결되고, 부산에서 탄생한 밀면은 제주에서 돼지고기와 두터운 면발, 멸치육수로 인해 다시 제주음식과 연결된다. 대체로 공통된 재료로 이루어진 제주의 음식은 그래서 다른 지역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배를 타고 제주를 빠져 나오며, 몸국과 고기국수와 자리돔과 멸치국수가 내 머릿속에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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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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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 가득한 거리들이 존재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인 장샤오위안씨는 중국의 책벌레이시다. 그는 책 읽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 삼만 권의 책이 가득한 그의 서재에서(현재는 아마 더 책이 많을 것이다) 매일매일을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아직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엔 이르다는 사람들의 충고에 번역가, 편집자, 서평가 등 많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과학사 학자이며 천문학자, 성학자이시기도 하다.

 

저자에게 독서는 낙이었고 정신적 지주이며, 독서는 그가 꽉 차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고 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갈 문구가 아닐까 싶다. 하루를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꽉 차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그렇다. 누군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 독서를 왜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그런 말에 대해 신경을 쓰지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을 따름이다. 다만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서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저자의 서평 생활에 대해 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어느 정도 앞으로 서평을 쓰면서 배워야 할 많은 점들을 일깨워준 부분이기도 하다. 서평 생활을 하다 보면, 서평을 써야 할 책들이 많이 밀릴 때가 있다. 나의 작은방에도 책장에 꽂혀 있지 못하고 바닥에 산처럼 쌓여 있는 책들이 있다. 아직 읽지 못하고 남겨져 있는 책인데, 서평이 밀릴 때 가끔은 이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나. 하는 한숨 아닌 한숨을 내쉬게 될 때도 있는데, 저자는 그때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나의 독서를 독촉해 줄 사람이 이것이다.'라고. 이런 서평 생활이 없었다면 누가 나의 독서를 독촉해 주겠는가.라며.. 이 부분에서 느낌표(!)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저자가 서평에 대해서 세 가지를 중요하게 말한 부분은 이것이다.

 

1. 책을 소개한다.

2. 책을 평가한다.

3. 책에서 어떠한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 독자와 공유한다.

 

물론 위 세 가지를 다 충족하기 위해서는 책을 두루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서평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그의 서평 생활을 읽고 많은 부분 생각하고 또 참고할 부분도 꽤나 많았다. 나의 개인적인 글에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나 청년 시절에는 감동을, 중년 시기에는 그리움을 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서상기>가 그런 책이다. 청년 시절의 감동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말했거니와 중년의 그리움은 그 시절에 읽던 내 심정이라고 하겠다.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느릿느릿 책을 읽고 깊이깊이 감동하는 그 마음은 겉은 안온해 보여도 속은 거친 들판 같았다. 이제 더는 그런 마음을 만날 수 없다. (p.58)

 

난 이제 책에 대한 욕심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서재에 며칠에 한 번씩 새 책이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견디지 못하고 새책을 사냥하러 나가려고 한다. 한동안 이런 탐욕을 그냥 내버려 두었지만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서재에 더는 자리가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으로 막 이사 왔을 때 내 움직이는 책장에는 책을 채우려면 한참 걸릴 듯한 너른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든 가득 차서 요 몇 년 전에는 벽에도 책장을 놓은 데다 딸아이의 방까지 침범한 상태다. 책에 대한 탐욕이 늘자 수많은 좋은 책을 점점 더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책상 위에 봐야 할 책이 한 무더기 쌓인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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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 삶의 지혜를 넘어 도전의 철학으로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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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의 문명에 대한 비교에 있어서 사실 누구나 이 두 문명을 비교할때, 누가 더 도전의식과 모험을 담고 있는 것이 더 강한가? 라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서양문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의 문명에 도전의식과 모험이 없다. 라고 말한다는 것은 잘못된 시선이 아닐까? 서양이 도전의식이 더 두드러진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동양의 문명에 모험과 도전에 대한 것들이 없다.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동양의 문명에는 도전과 모험은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는 계가기 되길 바라며 집필한 책으로 저자 신정근 선생님의 동양 문맹에 대한 단호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수많은 동양 인물들이 등장해서였기도 했지만, 그와 더불어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고전들을 접할 수 있어서였다. 요즘들어 고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었던 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탐독해 내려갔다. 동양철학 이라고 하면, 누구나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관심이 없다면 그렇기도 하다. 어려운 문구와 한자어들. 나도 처음엔 어렵게 여겼고, 사실 지금도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동양철학이고 고전이다. 그런데 한권 한권 조금씩 그 분야에 대해 접근해 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있고 재미가 있게 느껴진다.


2500년 전 공자부터 시작해서 현대 중국의 리쩌허우까지 이 책에는 수많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의 도전의식과 꿈,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특히 제자백가와 도연명에 대한 글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파괴, 모험, 도전, 독립, 창조, 선언, 기획과 꿈으로 파트를 나누어 고전을 이야기하고 동양의 문명에 대해 강한 신념과 어조의 글들을 담으셨다. 동양은 감성적이야. 도전의식이 없어~ 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대입할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화 한다는 것의 오류에 대해 집중해보아라. 고전과 인물, 그리고 서양과 동양의 비교 문명에 대해 꼼꼼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장자는 관계를 갖더라도 관계에서 생기는 것을 모두 잊으라고 한다. 내가 어제 한 사람을 길에서 보고 오늘 또 봤다고 하자. 보통은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네요. 서로 인연인가 봅니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나온다. 두 번의 마주침이 '인연'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인연으로 묶는 것을 반대한다. 나는 어제 한 사람을 보고 오늘 한 사람을 본 것일 뿐 같은 사람을 두 번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로써 사람은 서로에 대해 낯선 관계에서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대로 낯선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p.129)


동아시아 사람이라고 해서 뜻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져 현실 이외의 세계를 꿈꿀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동아시아 사람이라고 해서 현실 세계의 조야하고 너저분한 폭력과 불안을 넘어 어떠한 차별과 제약이 해체되는 유토피아를 기획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지족의 상태에 들어선 신선도 아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노예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도 사람이었던 만큼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꿈꾸고 싶은 것을 꿈꾸며 살아왔다. 동아시아 역시 '어괴력난신'하는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찬 환상의 세계를 그려왔다. 그동안 공자의 '불어괴력난신;이라는 사슬에 매여서 실상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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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구할 것인가?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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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장을 넘기자, 책의 표지에서 볼수 있는 그림 한장과 함께  갑자기 전차 문제가 등장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차가 질주하고 있는 중. 아무런 제지도 없이 전차가 직선 선로로 간다면,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5명의 인부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선로의 제어장치를 당겨 선로를 바꾼다면, 옆 선로에서 일하는 단 한명의 인부만 희생될 것이다.

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단박에 튀어나온 결정은 이것이었다. 다섯명의 목숨보다는 선로를 바꿔 한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을 선택해야지! 라고 말이다. 누구나 다 처음은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까? 다섯명의 목숨보다 한명의 희생이 더 적은수이니까. 그렇잖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이 문제가 나를 귀찮게 만들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종일 떠나지 않은 이 질문이었는데..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과연 정말 맞는 일일까? 올바른 결정일까? 라고 말이다. 내가 전차의 방향을 이동시켜서 그 인부의 죽음을 결정할 권한이 나에게 주어진다는 것이 맞는가? 그 소중한 한명의 생명을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처음의 내 결정은 서서히 작아져갔던 것 같다.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결정을 한 책 속 주인공은 대프니 존스라고 하는 27살 여성이었다. 그녀는 손잡이를 당겨 5명의 목숨을 살렸지만, 1명의 목숨을 그 희생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녀는 살인죄로 기소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은 사회적, 문화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면서 과연 그녀가 한 행동이 정당한 것인가? 라는 문제로 서로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렇게 대립되는 상반된 의견들이 오고가고, 책은 거기에서 끝난다.

 

사실, 그 단 하나의 전차문제를 가지고, 그녀의 죄가 무죄다, 유죄다. 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이쪽편을 들으면 맞는것 같고, 또 저쪽편의 말을 들으면 그도 맞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이론을 들고 나와 이야기하지만 그 반대편은 또 그에 맞는 이론을 들고 반박한다. 칸트와 니체,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들을 포함해 머리 아픈 법정 소송이 진행된다. 나는 아직까지 어느 것이 옳은 것이고, 맞는 일이었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자- 당신이라면 누구를 구할 것인가? 어서 대답해 보라.

 

 

약자는 강자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지만 맞붙어서 이길 도리가 없으니, 원한에 사로잡혀 강자에겐 '악'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자신에겐 '선'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요. 말하자면 선과 악은 패배자가 정의했다는 거예요. 우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서, 누가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뺨도 돌려 대는 것을 선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니체는 우리가 다른 뺨을 돌려 대는 이유는 상대의 뺨을 올려붙일 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강자에게 '악'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복수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여긴다고 말하죠.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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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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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재미있는 책은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추리소설 처럼 한번 첫장을 넘기면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 빨리 빨리 읽고서 끝내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책은 너무도 좋아서, 아껴두고 조금씩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도 완벽한 후자의 책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남겨진 페이지의 수가 점점 적어질수록, 그것이 아깝다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최대한 천천히. 그래서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아끼고 아껴서 총10명의 명사들의 글을 읽어내려갔다.

아, 역시 글을 읽는 기쁨은 이런 것이구나. 나는 도달할 수 없는 그들의 글은 이런 것이구나. 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아쉽게도 마지막 한장 남은 책장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밀려오는 환희는 얼마를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

 

이 책에는 총10분의 명사들이 이쁘게 실려 있다. 불쑥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이름이 너무도 명성 자자하신 분들이라, 이 책의 저자이자 명사들을 한분 한분 인터뷰한 한정원 작가가 몹시도 부러웠다. 작가는 1년동안 그들과 인터뷰한 그 기록들을 이 책에 실었으며, 아울러 그들을 보고 느낀 시선을 글로 남겨놓으셨다. ​문장강화라는 책의 제목답지 않게 글쓰기의 기술이나 작문법에 관한 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며, 자신만의 조언을 남겨 놓았다.

 

열분 명사들의 현재는 그냥 턱하니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인생과 그들의 글쓰기, 자신들이 현재 이뤄낸 것들에 대해서 말한다. 한분 한분에 대해서 짧지 않은 긴이야기들이 적혀 있어서 얼마나 좋았던지. 말하지 않았던가? 많이 읽을수록 너무도 아까운 책이었다고. 총10분의 명사들은 이분들이다.

고은, 최재천, 김정운, 김홍신, 남경태

장석주, 김영현, 안도현, 이지성, 우석훈

명사들이 말씀하신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제각기 달랐다. 그래서, 단편일률적인 기술이 아닌 자신만의 문체를 발견할때까지 무진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정답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자신만의 문체.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것이라고 말이다. 육필원고를 고집하는 명사 김홍신​, 그와 반대로 컴퓨터가 없으면 글을 쓸수 없다는 명사 최재천, 수없는 경험과 노력으로 그들만의 글쓰기를 만들어 냈다. 간접적으로나마 한분 한분 명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들의 말을 잘 어우러서 책을 낸 한정원 작가에게도 고맙다. 당신이 독서가라면, 꼭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나처럼 아끼고 아껴서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 될 것이다.

 

 

정글의 새벽은 막 건져낸 두부 같다.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정글은 세상을 향해 향기로운 김을 뿜어낸다. 그 김 속에서 퍼올리는 내 글에 소재가 마를 리는 없다. 다만 그들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하는 내 붓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p.71)

 

그의 서재는 책이 사람을 압도하는 공간이다. 창문을 제외한 모든 벽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빼곡하다. 어찌나 촘촘히 꽂혀 있는지 새끼손가락 하나 넣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다. 책장에서 밀려난 책들은 바닥에, 책상 위에, 방 구석구석에 틈새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방에 둥지를 틀지 못한 책들은 아예 서재를 벗어나 거실까지 책 줄기를 뻗쳤다. 국립도서관에나 가야 볼 법한 빛바랜 책들부터 한국에서는 구할 수조차 없는 진귀한 사전들, 그리고 손으로 빽빽하게 눌러쓴 원고들까지, 그의 서재는 온통 시선을 잡아 끄는 보물들로 가득한 지식의 보고다. (p.137)

 

​시인은 벌이 꿀을 모으듯 한평생 의미를 모으고 모으다가 끝에 가서 어쩌면 열 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체험이다. 한 행의 시를 위해 시인은 많은 도시, 사람, 물건들을 보아야 한다. 하지만 체험의 추억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추억이 많으면 그것들을 잊을 수 있어야 한다. 추억이 되살아올 것을 기다리는 큰 인내가 있어야 한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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