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954년에 발표한 소설임에도 완벽한 몰입도를 보여준 소설이었다. 밤 늦은 새벽 2시에 읽기 시작해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읽었고, 그 다음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탐욕적이고 자신은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욕망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참지 못하고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1954년 발표된 이 책의 원제의 의미는 지푸라기로 만든 허수아비 같은 존재라는 뜻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야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에 살고 있는 34살의 힐데가르트는 가족이나 친지없이 홀몸이었고, 번역가의 일을 하면서 매일 매일을 변변치 않게 살아가고 있는 여자였다. 외모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쁘다고 생각했으며, 그녀는 매주 금요일에 배달되는 신문의 6면에 실린 결혼상담란에 남자들의 신상명세를 훓어보는 것으로 매주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광고의 어느 한 지점에서 그녀의 눈이 멈춰진다. 그녀의 모든 만족을 충족시키는 광고. 엄청난 부자가 결혼할 여자를 찾고 있다는 광고였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오직 그 부를 즐길수 있는 여자이면 된다고. 힐데가르트는 즉시 펜을 들어 자신에 대한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기다리던 답장 봉투. 그 한통의 편지에 의해 그녀의 인생은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자. 스스로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그녀는 타인의 말에 속아 버렸고, 끝내는 그녀가 생각했던 그런 세상을 누리지도 못해본채, 아니다.. 잠깐 정도는 누려봤겠지만,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결코 가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시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고. 누가 그녀에게 엄청난 부를 거머지게 할 행운을 줄 수 있겠느냐며 말하는 그 남자는 결국 그녀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잔잔하지만, 대담한, 그러나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스릴러 소설이었다.

 

허영과 탐욕에 눈 먼 그녀였지만, 그녀가 순수함을 한쪽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것이 없었으므로 누군가를 그토록 쉽게 믿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로가 당연한거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가슴이 슬프도록 아려오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가슴 깊은 곳에서 그녀가 소망하던 욕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녀의 순수함을 발견 했기 때문인지도..

 

 

참고로 말해두자면, 평범한 사람들은 대개 모험을 썩 달가워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아예 원하지 않았다. 도박을 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평온함, 말하자면 가난한 자의 행복이었다. 그러므로 불같은 열정이나 아슬아슬한 도전잉나 위험은 피해가는 게 상책이었다. 어설프게 '행운'이나 믿었다가는 뜨거운 맛을 보기 십상이란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p.8)

 

사람의 삶이란 별난 것 같으면서도 그리 별날 게 없는 것이어서, 해진 이불을 덮고도 잠은 오고, 찌그러진 통조림통에 담긴 음식도 목을 넘어가며, 숨을 곳을 찾아서라면, 감자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라면, 마른 나뭇단 한 묶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화염으로 뒤틀리고 내려앉아 뼈대만 남은, 파열된 하수도관과 박살난 유리창들만 남은 건물의 잔해 한복판에서도 그녀는 사랑을 했었다.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