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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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곳곳에 눈길을 주는 것조차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마당을 외면하듯이 들어와 웃옷만 갈아입고 작은방에 틀어박힌다.

엄마! 소리 내어 울고 싶기도 하다. (p.106)

이 한 문장을 읽고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새삼 엄마에 대한 모든 마음이 달라졌고, 어떤 일 하나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친정엄마 생각으로 마음이 애잔해질 때면 가까이 있지 못해 보지 못하는 마음을 바로바로 전화해 목소리로 달래곤 하였다. 그런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이 책은 故 박완서 선생님의 딸 호원숙 님께서 쓰신 책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로,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딸인 이분께서도 글과 연관된 일을 하신다는 것은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접하게 되는 그녀의 글은 뭐랄까. 큰 작가를 둔 엄마의 그늘에 감추어져 있다기보다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엄마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의 첫 소설 <나목>이 출간되었을 때 엄마가 작가가 되었다는 자랑스러움 보 다는, 엄마에 대한 상실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 나도 딸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박완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딸로서의 기억은 아련하고 그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고, 동시에 나의 기분도 거기에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엄마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딸과의 추억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고, 또 이야기 중간 주간에 선생님의 생전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하기도 한 책이었다.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팬이다. 이제 다시는 그분의 글을 새롭게 읽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고도 슬프다.

내가 언제 살면서 엄마의 손을 잡아드리고 쓰다듬어 본 적이 있었는지.. 이 부분에서 또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내었다. 왜 그러지 못할까. 내 손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셨을 엄마의 그 손을 나는 왜 그러하지 못 했던 것일까.라는 자책과 함께 앞으로는 많이 많이 잡아드리리라.라는 힘찬 다짐으로 눈물을 쓰윽, 닦아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게 나의 엄마만큼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엄마 박완서를 그리워하며 쓴 애잔하고 가슴 아픈 작가의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젖어드는 책이었다. 앞으로 그녀의 좋은 많은 글들을 읽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것은 주어진 일정을 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 빡빡하거나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몸 움직임은 조용하고 작지만 빠르다. 손힘은 강하고 야무져서 항상 결과물은 놀랍도록 알차고 완벽하다.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일의 양을 조절하고 몸의 상태와 의논하면서 지내는 현명한 지혜는 본받고 싶은 덕목이다. 그리고 새롤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아 정신적인 젊을을 유지하신다. 힘겨워하면서도 쏟아져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p.17)

엄마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녀가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나는 어느 순간 엄마의 세계에 내가 함몰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딸로서 엄마를 사랑하고 작가로서 존경하지만 내 생활에서 엄마의 비중이 커질수록 나 자신에 대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눌려 있다는 걸 발견했다. 숙제를 채 마치지 못한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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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장 육아 - 눈물 쏙? 행복 팡!
이순영 지음 / 나름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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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쉬운 것이 아니다. 세계 모든 맘들의 외침일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맘들은 아마도 더 크게 외칠 것이다. '아이는 낳으면 그냥 혼자서 잘 자란다.' 라는  먼 옛말과는 다르게 요즘은 아이를 육아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문제를 떠나, 이 아이가 커서 성장하는데 미칠 수많은 것들을 한 가정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부의 말 한마디, 남편과의 관계, 등 신경 쓸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신경써서 나의 아이를 기르고 싶은 것 또한 요즘 부모들의 마음이다. 나또한 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꼭 할거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엄마 성장 육아' 라고 하는 이 책은 채씨 성을 가진 아이 셋을 둔 '채트리오' 아이 엄마인 이순영 씨의 경험과 육아 교육 지침서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이지 많은 부분을 배우고,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육아하는 방법은 미리 알아놔야 좋다'​라고 말하는 채트리오 엄마의 말씀을 믿고, 나중에 나의 육아에서 많은 부분 실천해 볼 것이다. 

 

 

제1장에서는 아이의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보다 엄마의 마음이란다. 우선 엄마의 건강이 좋아야 아기를 돌볼 수 있고, 마음 또한 그렇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우선 좋은 나를 만들자. 라는 말이다. 엄마의 좋은 영향은 은연 중에 아이가 받기 때문이다. 그 말 그대로 엄마의 나쁜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또한 영향을 줄 것이니까 말이다. 엄마는 강하다. 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엄마는 누구보다도 약하다고. 저자는 육아일기를 써가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보기를 강조하며, 분노하는 일이 잦거든, 자신의 분노를 꼭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에서는 정말 대 공 감이다. 엄마의 영향은 아이에게 정말 지대하니까 말이다.

 

제2장에서는 육아를 엄마가 모든 부분 전담하지 말고 남편과 함께 하라고 충고하며, 그 방법에 대해 서술해놓으셨다. 남편은 직장일하느라 사실 육아에 많은 부분 참여를 못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엄마와 아이의 사이에 없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와 아이의 유대보다, 부부사이가 좋은것에 더 많은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남편과 육아를 함께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지고, 한다면 아이에게 또한 남편에게 좋은 경험과 시간이 될 것 같다. 아빠를 교육하라고 조언한다. 

제3장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키워주기에 집중한다. 조기교육보다 아이의 마음이 먼저라고 말이다. 작은일에도 감사하게 느끼는 아이를 만들고, 아이와 대화할때도 자신의 말이 어떤 형식으로 전달되는지 조심히 말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다고 한다. 아이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감사했던 일은 뭐였어?"라고 물어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수한 아이로 성장하는 것보다 행복한 아이로 기르는 것을 우선시하라고 채트리오 맘은 말한다.

 

 

제4장에서는 채트리오맘의 육아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채트리오맘은 정말 지혜로우시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꼈던 부분이었다. 나도 이 책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나중에 꼭 하나씩 실천해 봄으로서 아이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며 키워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절실했다. 아이가 태어나 최소한의 자립된 행동을 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모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부모가 죽은 다음 3년상을 치른다고 한다. 나는 그 3년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되고, 감탄하였다. 육아를 하는 일은 정말 힘들기도 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감은 얼마나 클까, 도 새삼 생각해 본다.

 

 

육아는 나의 인격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도 더 긴급한 건 엄마인 나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 안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순응할 건 순응하고 버릴 건 버리고 그리하여 남은 건 더 좋게 만들어 가야 하기에 인생은 늘 변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좋아질 나를 생각하며 나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어진 인생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면 내 삶 또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습니다. (p.61)

 

행복한 육아는 육아에 올인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육아는 나의 행복, 아이의 행복, 우리의 행복, 나의 발전, 아이의 발전, 우리의 발전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행복을 아이가 줄 거라 믿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금 나의 행복이 아이가 말을 잘 들어서, 아이가 잘 해줘서 이뤄진 것이라면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합니다. 행복의 주도권은 내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행복을 쥐고 있다면 아이의 태도가 어떻든 나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정립해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기 쉽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잊었던 나의 자존감도 높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합니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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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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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한 여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좀 더 어리지만, 나보다 많은 경험들을 했고, 그 경험들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현재도 나아가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은 꿈 많고, 욕심 많은 아가씨이다. 책을 읽고 그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그 혹은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일은 나에게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녀의 이름 석자를 검색해 '나꿈소'(나의 꿈을 소리치다)의 자리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과 그녀의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경험이 많은 그녀이지만, 아직은 순수하고 강의는 조금 어색했지만, 그녀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가슴으로 전달되어 왔고, 그 떨리는 그녀의 앞으로의 길이 기대되는 강의였다. 김진향씨, 앞으로도 파이팅!! 하시길 바래요.

 

현재 "브이너스"라는 수제화 브랜드의 대표 겸 디자이너인 그녀는 이 직업 한 가지뿐 아니라, 모델이고, 라디오 CJ, 자기계발 강사, 그리고 봉사활동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이런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다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그녀의 동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사랑과 나눔을 가슴에 품은 여자라서 이 모든 직업을 거쳐온 것이라고. 아직도 많은 것들을 가슴속에 간직한 그녀는, 그 수많은 구두를 신고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기대된다고.

 

누군가는 그녀의 현재를 보고, 찬란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녀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고, 힘든 시간들이 많이 있었다. 이사를 많이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그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브랜드인 '바이탈 커뮤니케이터'(다른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사람. 무엇을 하든 활력으로 소통을 하는 사람.) 를 할머니가 될 때까지 가슴속에 지니고 살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 킬힐만은... 가끔씩은 운동화도 좀 신어주세요.라고, 허리가 시원치 않은 30대 새댁은 말해드리고 싶다. 너무 높은 구두만 신고 다니면, 나이들고 허리에 무리가 와요. 하하.

 

나는 구두보다 운동화가 많은 여자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불편해서 늘 신는 것은 운동화였고, 구두는 복장을 갖춰 입어야 하는 자리에 갈 때만 챙겨신는지라, 구두가 몇 켤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가늘고 높은, 화려한 힐을 쇼윈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볼 때가 있다. 내가 신지는 못해도 저런 구두 한 켤레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해왔었는데, 진향 씨가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구두로 나만의 세상을 정복해 보고 싶다.

 

사랑과 나눔으로 누군가에게 아낌없는 '활력'을 주는 그녀의 웃음이 계속 되기를. 그 아름다운 모습 속에 아름다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웃음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서툰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감정이 뒤섞인 일이라 어려운 일이지만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언제나 나는 성장하기 마련이다. 마음껏 사랑하길 바란다. 이것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니깐. (p.117)

 

누군가는 말한다. 봉사도 좋고, 기부도 좋지만 한창 예쁘게 꾸미고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게 더 즐겁지 않느냐고. 그게 20대에 맞는 옷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그런 삶만으로는 갈증을 느꼈다. 어쩌면 나눔활동은 다른 이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더 커지고 더 부자가 된 느낌이 드니 말이다. 혹시나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는 20대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가진 걸 한번 나눠 보라고.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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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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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질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큰마음을 먹고 전해줬을 선물에도 딱히 감동하지 못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가 바로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때다. (P.9)

 

 

우리는 거의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과 내일의 반복되는 삶. 이러한 매일의 일상에 지칠 때쯤, '영화 같은 삶 속으로, 흥미진진한 미래로'같은 일들이 두서너 달에 한 번쯤 생긴다면,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럴 때는 여행을 떠나보자. 하지만, 여행을 떠날 여유가 안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시간도 안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럴 때, 이것저것 재지 말고 한 번쯤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면, 좀 더 나의 삶이 달리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이애경 씨는 말한다. 떠나고 싶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떠나야 한다고.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좀 더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현재에 갇혀 답답하게 마음 끓이는 것보다는 그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니까. 이것저것 재지 말고 훌쩍 떠나보자. 자, 당신은 떠날 용기가 이제야 조금 생기나요?

 

나는 이 책의 작가와 성격이 비슷하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개의치 않아 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주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줄 때에는 그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나와 성격이 반대인 신랑은 타인에게 부탁도 잘하는 편이고, 도움도 잘 받는다. 그리고 물론 타인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잘한다. 그런 신랑은 나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항상 말하곤 한다.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아주 많은 곳을 여행한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고, 그녀가 여행하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과 변화를 담은 책이다. 그래서, 그녀가 어느 곳엘 가서 그곳의 자세한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 감정 위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서 어디를 갔는지는 중간중간 지역만 간단하게 나올 뿐이다. 사막의 도시 피닉스, 스위스 로잔, 쿠바 트리니다드, 도쿄, 스위스 베른, 스위스 몽트뢰, 케냐 나이로비.

그녀가 간 그곳은 어떤 공기를 간직한 곳일까? 그녀가 찍은 사진 속 모습들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쫓아간다.

 


 

 

 

가끔, 누군가의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는 물론 나 혼자 떠날 용기가 아직은 없지만,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의 아이가 생기면, 신랑에게 아이를 맡기고 기차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나 혼자서. 떠난 그곳에서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주저하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나보는 것도 좋다고. 저자의 용기 나는 돋움의 말에 가슴이 울리고 공감되는 글이 많은 책이었다. 당신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말 한마디보다 떠나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할지?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잘 서 있을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고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83)

 

여행은 스스로 써내려가는 옴니버스 영화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큰 세트는 일단 정해져 있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혼자 독백하듯 모놀로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적절히 넣어 흥미 있는 에피소드로 풀어갈 것인지는 순전히 글을 쓰는 나의 몫이다. 길을 물어 보는 짧은 에피소드에 한 명을 등장시키더라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여행이 즐거워진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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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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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미지가 연예인의 전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 또한 '사유리'라는 방송인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엉뚱한 면만 봐왔었고, 그게 그녀의 전부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쓴 글이 사실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아, 내가 그녀를 잘못 봐왔던 거구나 아니, 잘못 봐온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의 그 모습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녀에게도 이런 감성적인 면과 따뜻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구나.라고 새삼 그녀를 이 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반가웠다. 그리고 나보다 상당히 어린 줄 알았는데, 어? 그녀는 79년생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네. 상당한 동안이었구나..라고 놀랐다.


그녀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녀는 거기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 벌써 한국에 온 지도 10년차라고 한다. 책에서의 그녀의 이미지는 방송과는 달리 차분했고, 따뜻했으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전해졌다.

 

 

그녀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점,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송을 하면서 겪은 일들, 인종차별에 대하여, 도움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그녀 자신만의 생각과 그림으로(그녀가 그린 그림들이다) 따뜻한 글들이 여기 실려 있다. 자신은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이 당당해 보였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데는 사유리 부모님의 영향도 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 교육방식이 너무도 훌륭해 보였다.

 

그녀가 자주 가는 남대문 앞에서 하루 종도록 서서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주는 할머니였고, 사유리는 그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나눔을 베풀 줄 아는 할머니의 모습에 감동했던 것. 어느 날, 촬영을 하고 다리를 따뜻하게 하는 기구를 선물 받고, 그녀는 남대문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그것을 주기 위해. 그녀의 이런 모습에 나는 감동했다.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애국자란, 함부로 다른 나라를 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좀 뜨끔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아주 많이 흉보고 있지 않는가? 어쩌면 그녀의 그런 말은 우리 국민의 그런 부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 인종을 차별하는 발언이 당신의 나라를 욕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그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역사 속에 내재되어 있던 상처들이 가끔씩 비쳐 나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한순간만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것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그녀 자신을 위해서라고. 한때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들을 후회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그녀의 글이 성숙하게 느껴졌다. 나를 포함하여 방송의 이미지가 그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그녀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는 시점이 될 책인 것 같다. 그래서 따뜻한 그녀가 포함하고 있는 발랄하고 엉뚱함이 더 빛을 발하길 희망해 본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화가 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상대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는 것을

먼저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무엇보다 정성을 받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p.50)


1508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그릇에 얼굴을 담글 때 물이 각막의 굴절력을 바꿔서 더욱 잘 보이게 되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이 콘택트렌즈의 원조라고 한다. 1508년에 상상했던 것이 몇 백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현실이 되었다. 이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도, 이 세상을 더욱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p.76)


나이를 먹으면서 남에게 상처받은 것보다 남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것은 사람이 나이를 먹는 맛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남을 배신한 것보다 남에게 배신당한 것이 마음의 구원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준 상처가 더욱 아파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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