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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평점 :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때,
정해진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을 흔드는 무언가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질 때,
통장에 적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
할 때,
큰마음을 먹고 전해줬을 선물에도 딱히 감동하지 못할
때,
터벅터벅 힘없이 돌아오는 퇴근길이 늘어갈
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가 바로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때다.
(P.9)
우리는 거의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과 내일의
반복되는 삶. 이러한 매일의 일상에 지칠 때쯤, '영화 같은 삶 속으로, 흥미진진한 미래로'같은 일들이 두서너 달에 한 번쯤 생긴다면,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럴 때는 여행을 떠나보자. 하지만, 여행을 떠날 여유가 안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시간도 안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럴 때, 이것저것 재지 말고 한 번쯤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면, 좀 더 나의 삶이
달리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이애경 씨는 말한다. 떠나고 싶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떠나야 한다고.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좀 더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현재에 갇혀 답답하게 마음 끓이는 것보다는 그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니까. 이것저것 재지 말고 훌쩍 떠나보자. 자, 당신은 떠날 용기가 이제야 조금 생기나요?
나는 이 책의 작가와 성격이 비슷하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개의치 않아 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주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줄 때에는 그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나와 성격이 반대인 신랑은 타인에게 부탁도 잘하는 편이고, 도움도
잘 받는다. 그리고 물론 타인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잘한다. 그런 신랑은 나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항상 말하곤 한다.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아주 많은 곳을 여행한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고,
그녀가 여행하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과 변화를 담은 책이다. 그래서, 그녀가 어느 곳엘 가서 그곳의 자세한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 감정 위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서 어디를 갔는지는 중간중간 지역만
간단하게 나올 뿐이다. 사막의 도시 피닉스, 스위스 로잔, 쿠바 트리니다드, 도쿄, 스위스 베른, 스위스 몽트뢰, 케냐 나이로비.
그녀가 간 그곳은 어떤 공기를 간직한 곳일까? 그녀가 찍은 사진
속 모습들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쫓아간다.
가끔, 누군가의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는 물론
나 혼자 떠날 용기가 아직은 없지만,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의 아이가 생기면, 신랑에게 아이를 맡기고 기차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나
혼자서. 떠난 그곳에서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주저하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나보는 것도 좋다고. 저자의 용기 나는 돋움의 말에 가슴이 울리고 공감되는 글이 많은 책이었다. 당신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말 한마디보다 떠나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할지?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잘 서 있을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고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83)
여행은 스스로 써내려가는 옴니버스 영화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큰 세트는 일단 정해져 있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혼자 독백하듯 모놀로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적절히 넣어 흥미 있는 에피소드로 풀어갈 것인지는 순전히 글을 쓰는 나의 몫이다. 길을 물어 보는
짧은 에피소드에 한 명을 등장시키더라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여행이 즐거워진다.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