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성룡의 징비 - 치욕의 역사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박기현 지음 / 시루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그러면 임진왜란 발발 당시 조선군은 왜적을 물리칠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적어도 전시 작전 체계 매뉴얼
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전서네는
금세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반만년 동안 북방 민족이나 왜구를
비롯한 대외의 적과 수없이 싸워온 조선의 정규 군제와 방위 태세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p.40)
그때나 지금이나, 매뉴얼 상으로는 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은 똑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 조선에는 류성룡이라는 인물이 있었지만, 지금의 정치계에는 과연 류성룡에 견줄 만한 정치인이
있었던가? 있는가? 라는 물음만이 남는다. 전쟁 1년 전, 류성룡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감하고 혼자 이리저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질 아니하였다. 일 년 전에 그의 말에 귀담아듣고 방비를 철저히 하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이가 없는 것은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의 일본의 전쟁에 대한 정세를 보고 온 의견이 달랐다는 것이다. 선조의
물음에 두 사람은 다른 답을 한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답변에도 선조는 그냥 넘겨버린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정치계도 정치계였지만, 왕은 어떠하였는지?
선조는 한 나라의 중심을 지켜야 했음에도 백성보다 자신의 자존심이 먼저였고, 마음이 심란하기가 일쑤였으며, 한마디로 우왕좌왕하였다. 물론, 왕도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십분 이해하지만, 조금이라도 백성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왕조차 전시에 도망을 갔는데,
도망간 백성들과 관료들을 참해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음이다. 그런 와중에도 뒤늦게 전시 수상을 맡은 류성룡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재빠르게 해 나갔으며, 그 일을 한 것에 대해서 전혀 뽐내지 않았음이라.
문신임에도 불구하고 무기나 전술, 전략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던지라 무신들은 그런 그에게 감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직 임진왜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당장 몇 달 전의 일만
보더라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것이고, 그 일을 해결할 방도 앞에서 우왕좌왕하지만 않았던가? 선거때만, 얼굴을 비치는
정치인들에게 이제는 일말의 믿음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투표를 해서 자신의 선거권을 당당하게 행사하라고 말하지만, 나의 한 표를
누군가에게 바칠 사람이 있던가? 당장 2017년 대선에 누구를 뽑아야 할지,
그 누구도 믿음을 주지 못할 뿐이다. 너무도
깊은 불신이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들은 과연 바뀌기나 바뀌는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류성룡이라는 우리의 선조. 한
인물에 대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라를 위해 가장 많은 고심과 마음과 행동을
바쳤음에도, 나라를 이렇게 만든 자신의 죄는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회한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사무치도록 애잔하고 아리다. 최근 들어
류성룡에 대한 책들이 많이 쏟아지는 이유도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고, 이 책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신분이 대신이 되었으나 나랏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
죄는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오." (p.84)
명나라군은 말에게도 먹이지 않는 겉벼를 류성룡은 백성들에게
나눠주어 일단 굶어죽는 것만이라도 막아보려고 애쓴 것이다. 그의 표현 가운데 '민생이 길바닥에 고인 물에 있는 물고기 같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손바닥 깊이도 안 되는 길바닥의 얕은 물웅덩이에서 펄떡이며 죽어가는 물고기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당시 조선 민중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