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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ㅣ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평점 :
( 북플님들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워낙 좋은 리뷰가 많아서 역사적으로든 뭐든 공부가 많이 됐다 *^^*)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누구를 위한 순교인가.”
죽어가는 이들,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박해받는 이들 앞에, 그들이 믿는 신은 침묵한다. 신음소리와 고문과 고통, 그 속에서 세바스티앙 로드리고 신부는 신의 소리를 듣는다.
“밟아라,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목숨을 걸고 지킨 종교적 순교가 있다.
그리고 숱한 신도들의 고문속 신음앞에 유다처럼 신을 모른다고 말한 배교자도 있다. 배교자였던 로드리고 신부를 통해, 신의 존재를 묻는다. 신도들을 살리기 위해, 그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밟는다고 하여, 침을 뱉는다고 해서 우리는 신을 버린 것 인가.
(다블뤼신부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선에서 21년 포교활동을 했고, 병인박해 시기에 끌려가 오랜 고문 끝에 처형을 당하신 분이다.
다블뤼 신부님은 고향인 프랑스에 많은 편지를 보냈다. 조선에 대해 애정을 가졌고, 조선말에도 유창했다. 그가 보낸 편지엔 조선인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삶에 대해, 나눠먹는 모습 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조선인의 계급제도에 대한 분노도 담겨있다. 고기가 먹고 싶어 아픈척 까지 하는 조선인들의 모습, 그리고 철종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판소리의 아름다움도 소개되어있다. 조선말에 능통했던 그는, 마지막까지도 종교를 설파하며 모진 고문 끝에 순교했다.
다블뤼신부님이 생각난 이유는 책 속 주인공 로드리고 신부와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편지형식으로 쓰인 책을 보며, 다블뤼신부님이 쓰신 편지들이 생각났다. 또한 책 속에 나오는, 일본의 모습에 대해 미개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까칠한 신부들에 대한 부분을 읽었기 때문이다. 조선인들과 함께 먹고 살아가며, 조선말을 익히고, 선입견 없이 조선이란 곳을 사랑했던 다블뤼신부님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