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을 읽는 즐거움
2차원의 글자들이 배경을 쌓아올리고, 대사와 방백과 독백들이 쌓여 3차원의 세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인형놀이나 역할극을 할 수 있다는 것? 혼자 웅얼거리며 읽고 있으니 남편이 자아분열중이냐고 ㅠㅠ

1.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불가코프가 원하는 스탈린의 모습. 그가 간절히 원하는 변화.
불가코프란 실존인물의 이야기다.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현실, 자신의 글들이 줄 그어지고 뭉개지는 상황에서, 스탈린에게 편지를 쓰다가 어느 순간 스탈린이 되어 버린다.
이제 그의 머리속은 온통 백지일뿐, 그가 써내려 가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서도 이렇게 심리묘사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있구나라는 걸 희곡을 통해 느끼는 중. 머리속에 그려지는 장면들과 인물들이 느낄 내면의 고통과 번민이 대사들에, 괄호 속 지문에 고스란히 담겼다가 넘쳐 흘러 독자를 물들인다.

그러면서 상상해봤다. 스탈린이 종이학 천마리를 접어서 작가를 찾아오는 것이다. 난 당신의 진정한 팬입니다. 이러면 스릴러 장르가 되지 않을까. ㅎㅎ 더위를 먹었나보다.


2.버스정류장

희곡을 읽는 재미?
거기서 이 책은 조금 애매하다 ㅎㅎ 일단 내가 무식해서일까. 어렵다.
버스정류장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같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조금 더 친숙한 정류장이 나와서 반갑다는 것, 이들의 대화가 더 와닿는 것.
떠나지 못하는 그들, 혹여 잘못된 정류장에 서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과 확신없이 보내는 시간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기도.
음, 도전할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 ~~
연극배우의 내면, 애환에 대한 독백형식의 고백과 야인에서 ㅠㅠㅠ

관객과의 사이에서 투명한 벽을 쌓는 배우. 그렇지만 소통해야 하는 배우에겐 그런 벽 따윈 처음부터 필요없는 것, 관객들의 비난을 막고 싶었다면 투명한 벽 따윈 또 무의미한 것.

야인에서의 정해진 배역없는 자유로움, 합창같은 대화의 나열 ( 높낮이를 달리 해서 같이 대사를 하는)등 연극 형식에서의 파격을 추구했다.
상연되는 극을 본다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특이하고 새로운 희곡이다.
희곡 속 상징하는 것들과 의미하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상황에 처했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다를테니.

친구는 인생책 중의 하나라고 했고, 나는 어렵고 ㅠㅠ


<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52헤르츠> 란 그림책이 있다. 혼자만
다른 주파수로 노래하는 고래,
가끔 어려운 책들을 만나면 주파수가 달라서 외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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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4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에 리뷰 읽는 즐거움 .🖐

mini74 2021-07-24 19:36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 스콧님 리뷰는모아서 갖고 싶다는 소유욕을 ㅎㅎ

scott 2021-07-25 01:04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 불타는 토요일에 희곡을 두편씩이나!!
가오싱젠의 연극은 배우 혼자서 허공 보면서 중얼거리는 데,,,,
프랑스로 망명을 가서 베게트 희곡에 영향을 받아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중국 현대극으로 재 창조 했다고 합니다.


스탈린 한국 여름의 뜨거움 맛! 보라고 소환 할까여 ?(ᐡ-ܫ•ᐡ)


mini74 2021-07-25 20:12   좋아요 2 | URL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계속 고도를 기다리며 가 생각났어요 ㅎㅎ

새파랑 2021-07-24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희곡계의 숨겨진 강자 미니님 ㅋ 버스정류장은 글만 봐도 어려워 보이네요 ㅜㅜ 희곡은 상상하는 재미가 큰것 같아요 😊

mini74 2021-07-24 19:32   좋아요 5 | URL
가오싱젠 희곡은 어려웠어요 ㅠㅠ

미미 2021-07-24 2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희곡 읽을 땐 뭔가 만만한데 내가 쓸 수는 없을 것 같고 남는 여운을 되씹으면 더 불가능하다는걸 알게되고 그렇더라구요ㅠㅋㅋㅋㅋㅋ😆

mini74 2021-07-24 20:47   좋아요 4 | URL
맞아요 ㅎㅎ *^^*

페넬로페 2021-07-24 2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오싱젠의 ‘버스 정류장‘도 희곡이군요~~
리뷰의 내용에 너무 의미 깊은 것이 많아 읽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이리도 책이 좋은것 같아요^^
진짜 알라딘 서재에서 단체로 연극보러 가야겠어요. 작년에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예편지‘ 연극으로 올려졌었다고 덕후인 저의 딸이 귀뜀해주네요^^

mini74 2021-07-24 21:19   좋아요 4 | URL
공구로 연극표 사서 갈까요 ㅎㅎ 따님 귀여워요 *^^*

붕붕툐툐 2021-07-24 21:35   좋아요 4 | URL
우왕~ 페넬로페 따님👍
저도 진짜 무대 상연되는 거 보고싶어요~~

붕붕툐툐 2021-07-24 2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곡을 웅얼거리며 읽으셨다니 너무 제대로 읽으신 거 아닙니까?
친구 인생책이 나에게 어려우면 괴리감 느껴지면서 외로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인생책을 친구에게 권하지 않는 좋은 친구(?)랍니다~ㅎㅎㅎㅎ

mini74 2021-07-25 20:14   좋아요 2 | URL
급반성합니다 툐툐님 ㅠㅠ 저 또한 독재자같은 친구였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1-07-24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대사가 많아서 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사를 읽으면서 귀로 들으면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은데요.
mini74님, 더운 주말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07-25 20:14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셨길 *^^*

바람돌이 2021-07-25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 희곡은 항상 거리감이 있던데..... 아마 본격적으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싶기도 하네요. 희곡을 읽으면 책을 읽는 동안 3차원의 공연세계가 펼쳐진다는 느낌에 아 읽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확 드네요. ^^

mini74 2021-07-25 20:13   좋아요 2 | URL
3차원 연극 속에 있다가. 갑자기 아 저녁에 뭘 먹지? 하며 옆길로 세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