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되고 싶었던 화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화가가 바로 르네 마그리트가 아닐까 한다.
그의 그림엔 이야깃거리가 항상 풍부하다. 그의 그림은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가 만든 세계는 매혹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아이들에겐 수수께끼같은 그림이다.
어쩌면 마그리트가 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중산모를 쓰고 붓이란 마술사의 지팡이를 들고 서 있다. 그리고 그가 곳곳에 그려넣은 마술적 트릭을 찾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1913년 마네주광장에서 커다란 축제가 열렸다. 서커스천막과 깃발은 나부끼고, 꽤나 많은 말들과 기수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라지는 마술과 변하는 마술들 사이, 회전목마앞에서 열네 살 소년은 자신의 예술의 원천이 되는 것들을 가슴에 품었고, 열두 살의 소녀 조르제트를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르네마그리트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마그리트의 예술세계의 첫 시작을 어린 시절 서커스와 축제로 보고 있다.
그의 영감의 원천?
서커스와 곡마단, 그리고 라루스 백과사전(백과사전 속 삽화의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복제하였다.) 연극과 영화적 경험과 효과라고 한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조각상들을 보면 조르조 데 키리코가 연상되는데, 실제로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를 보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마그리트는 다다이스트에서 초현실주의로, 그리고 음악을 회화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사티와 이사크 알베니스, 비발디, 바그너 등 그는 수 많은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고, 그림 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브르통이 말하는 자동기술법이나 무의식과 꿈, 이미지가 갖는 권위를 거부했고, 청각이미지와 음악을 중요시했다. 또한 현대적 소외의 이미지를 거리감을 통해 표현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66.png)
그가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본인의 첫 번째 작품은 <길 잃은 기수>로 기수는 마그리트 본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목마와 커튼은 서커스장을 연상시키며, 그 당시 혁신이었던 지오데식돔의 모습과 기둥들 사이로 악보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이 악보조각들은 예테보리의 소녀들이란 영국의 뮤지컬 악보라고 한다. 그 중 인용된 악보의 대사가 “아마도 당신은 마게이트로 여행을 가겠죠”이다. 마게이트는 마그리트의 이름을 연상시키면서, 또한 엘리엇의 시에서 “마게이트모래사장에서 나는 무를 무에 연결할 수 있다”를 떠오르게도 한다.
그는 유년의 경험과 대중문화의 경험을 다중감각적으로 표현을 한 종합예술인이 아닐까싶다.
그는 또한 한때 몸담았던 벽지회사와 포스터 등을 그린 경험으로 상당히 대중적인 것들에 거부감이 없었다. 그의 그림들 중 몇몇이 벽지에 사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러면서 그는 반복된 패턴 속에서 변화를 주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듯한 크기와 형태, 혹은 뜻밖의 장소는 신선함과 재미를 준다.
루이푀야드 감독의 무성영화 시리즈 속 주인공인 악당 <팡토마>는 마그리트의 페르소나같은 존재라고 한다.
아래 <불꽃의 재림> 속 팡토마는 칼 대신 장미를 들고 있다. 언뜻 강도가 든 장미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장미의 가시와 칼은 닮아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69.png)
급진적 전치와 역전, 그리고 도치, 어울리지 않는 병치와 커진 사물들과 부적절한 공간배치라는 그의 회화적 특징은 대부분 영화의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만 투사된 영화 속 스크린 보다, 그의 회화 속에 투사된 세상은 더 동떨어지며 더 몽환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마그리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루이스 부뉴엘과 달리는 <안달루시아의 개>와 <황금시대>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단다. 예전 영화 좀 안다하면 <안달루시아의 개> 정도는 봐야한다는 데, 나는 아주 쉽게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그림이 좋다 나는 하하하
<인간의 조건>에선 벽면에 투사된 카메라오브스쿠라 이미지를 모방해서, 실재 위에 포개진 재현형상과 배경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플라톤의 동굴비유를 연상시키는 이 그림은, 우린 실재보다 그저 투사된 이미지를 보고 있을뿐이라는 걸 말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70.png)
프리드리히 작품 속 부르주아 신사복장에 중산모를 쓴 이들을 차용해 마그리트는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하나가 여러개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입체경효과를 사용했다.
바타유와도 친해서 바타유의 책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고, 멜리에스의 영화 <네 개의 골칫덩이 머리들>을 보고 <침묵의 미소>를 그리기도 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71.png)
마그리트는 마술이 보여주는 환상을 그림으로 그렸다. 영화가 보여줬던 놀라운 효과를 화폭에 담았다. 그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 속에서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한다. 그림 속 여인이 푸르게 변하며 배경과 함께 사라지려 하며, 그림과 배경은 뒤섞여 버려 내가 사는 곳이 실제인지 환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마그리트는 마술사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림 속 트릭을 숨겨놓고, 찾아봐, 풀어봐, 그리고 내 그림 속 소리들을 들어봐.
마술사의 “페퍼의 유령효과”처럼 점점 사라지는 마그리트의 그림, 방을 채우는 거대한 장미, 알이 새로 바뀌고 하늘이 네 벽에 가득하다. 마네의 <테라스에서>의 그림을 패러디해, 그림 속의 베리트 모리조와 마네와 그의 동생 대신 관들을 그려 넣어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72.png)
관이 삐꺽 하고 열리며, 틈 사이로 빛이 비치면, 뿅 하고 중산모 속에 토끼를 감추고 나타날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9/pimg_7675121143014474.png)
기억에 남는 그림은 <위협받는 살인자>
이 그림은 마치 금방이라도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버릴 듯 하다. 키리코 특유의 원근법, 그리고 앞에서부터 뭔가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모자를 쓴 두 남자는 지금 방망이와 그물을 들고 있다. 신사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는 축음기앞에 서 있으며 뒤에는 살인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의 창문으로 비치는 산들과 세 개의 머리(초현실주의자들의 머리 ~ 마그리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가 솟아 있다. 마치 내가 공연을 보기 위해 서 있는 것인지, 창문의 머리 셋이 나를 지켜 보는 것인지모호해진다. 중첩성과 영화의 순차성이 그려지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에 있는 듯하다.
(마그리트 부부는 저먼스피츠들을 키웠다고 한다. 그 개들의 이름은 룰루, 그 사이에 난 새끼들도 모두 룰루. 앤디 워홀은 샘이란 고양이를 키웠고, 거기서 태어난 새끼들도 모두 샘이었다는데, 화가들은 이름짓기를 싫어하나? 싶다. 르네 마그리트는 1898년 황금개띠시다. 아셨다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림 속에 황금개 하나쯤은 그리지 않았을까 한다. )
(우리가 잘 알고, 쉽게 접했던 대중적 그림들보단 조금 낯선 그림들의 소개가 많아서 좋았다. 가짜거울이나 헤겔의 휴일, 그리고 벽지로 활용되는 하늘 그림과 숲 그림 등은 언급은 되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오히려 마술과 포스터 그리고 영화와 연극적 요소와 관련된 그림들에 대한 설명이 많아서 좋았다.)
처음 르네 마그리트 관련해서 읽었던 책들이다. 그림들과 관련 설명 등 좋았다. 도서관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