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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여행 김태권
채널을 돌리다가 앗, 이 영화! 하면서 방영만 되면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쇼생크 탈출이며 리틀포레스트? 그리고 아저씨, 콘스탄틴....
그 중에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다. 키아누 리브스가 지옥여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흩어지고 불타오르는 곳, 수많은 괴물들이 떼 지어다니는 곳이다.
절에 가면 보게 되는 지옥들은 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그림들과 닮았다. 혀를 뽑히고 불이 타고 온갖 악귀들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진지하게 형벌을 행하고 있다.
이 책은 고전문학 등에 담겨 있는 지옥들의 모습과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독교 이전의 성인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찾으려 노력하다 만들어낸 연옥의 개념과, 지옥불에 타오르는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옥에서도 경중이 있어서 어떤 죄가 가장 간악한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지옥불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일까, 아니면 명예와 부를 얻은 자들은 저승에 가기엔 저지른 죄가 너무 많은걸까.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며, 대부분 천국을 기원하며 성당과 절을 짓는 걸 보면 말이다.
불교에서 죄인을 데쳐낸다는 확탕지옥과 얼어죽인다는 신곡의 얼움지옥 사이를 오가듯 서양고전과 동양고전의 지옥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들을 펼쳐내지만, 작가의 글에는 지금 이 헬조선이 저승의 그 곳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다.(나는 여기엔 동의하지 않는다. 판도라의 항아리~ 상자로 오역된다고 한다~에서 날아오른 희망을 믿는다. )
헬은 북유럽 신화에서 여신의 이름읽 한다. 헬헤임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그 곳엔 빛도 없는 추운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북유럽 사람들의 지옥은 얼음과 빛의 부재다. 환경에 의해 지옥의 환경도 달라지나 보다. 상상 또한 결국은 아는 것에서 시작되니까 말이다.
지옥설계권을 가진 자는 신흥종교 창시자와 시인과 이야기꾼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다. 그들의 세치혀에서 내가 지옥으로 갈지 천국으로 갈지 정해지니 정말 어마무시한 권력이 아닐 수 없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생각해보면 헤라클레스도 지옥에 갔다. 의자에 엉덩이가 붙은 볼상사나운 테세우스를 구해주지 않았던가. 프시케 또한 사랑하는 님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옥에 갔었고, 오르페우스 또한 아내를 찾기 위해 그 곳을 찾았다. )와 단테의 신곡, 라블레드의 가르강튀아에 지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고 한다.
단테의 신곡이야 워낙 유명하니 그림이며 설명도 많지만, 작가는 시시포스의 지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시포스하면 국어선생님이 떠오른다. 독후감 숙제에 카프카의 시지프의 신화를 써 간 적이 있었다. 오로지 짧다는 이유와, 시시포스 신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이유였다. 국어선생님은 내게 아직은 시지프의 참맛을 알 나이가 아니라고, 자신의 나이쯤 되어야 의미를 알게 된다고 하셨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번 극성스런 학생들이 바글거리는 학교에 가야하는 밥벌이의 무한 되풀이가 신물이 나셨겠지. 근데 생각해 보면 그 국어선생님 거의 초임이셔서 기껏해야 20대 중후반이셨을 거다. 그 나이도 지금 생각하니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알까 싶다. 하하하
크게 새로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는 지옥모음집이다. 그렇지만 나는 워낙 이런 주제를 좋아해서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파란색이 초기엔 악마의 색이었다가 성모의 색으로 바뀐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파란색은 여아들의 색상이었으며 분홍이나 붉은 색은 여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색이라고 여겼다. 분홍은 남아들이 색이었다. 바뀐 건 오래되지 않으며 색의 구분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적게 낳게 되면서, 완구 회사등이 남매간의 장난감 색 등에 차등을 두어 새로 사게끔 하는 꼼수가 담겨 이런 색의 차별이 강화되었다는 설도 있다. )
기억에 남는 것! 제주 큰 굿‘시왕맞이’ 에는 어른말에 겉대답을 하면 “발설지옥행”이라고 한다. 뭔가 두렵다.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연옥, 혹은 림보라 불리는 곳에 가야 할 것 같다.
책에 소개 된 오윤(갯마을의 오영수작가님의 장남이다.)의 <마케팅1 지옥도>그림이 무지 마음에 든다.
소비를 부추기는 세상에서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집착하는 이 곳이 바로 지옥이다. 그런데 좀 옛날 그림이라서인지 소비하고 집착하는게 콘이나 커피 등이다. 좀 귀여운데 하다가도 소비와 중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 아래 그림은 콘스탄틴의 지옥, 오윤님 그림, 그리고 책에수 발견한 반가운 인물 폴스타프님 ㅎㅎㅎ, 서문의 글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