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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인간은 빈 그릇으로 태어나, 주변의 사랑과 헌신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너무 적어도 안 되지만, 너무 많으면 흘러넘쳐 버린다.
인간이 빈 그릇으로 태어나, 타인들의 십시일반 한 숟가락들로 고봉밥이 되어간다면,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들은 어떨까?
그들은 가득 채워진 채로, 온갖 매뉴얼과 다양한 명령어들로 가득 채워져, 더 이상 입력과 출력을 하지 않는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이 책 속 클라라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뛰어난 관찰력과 소통을 통해, 기계와 매뉴얼이 가득한 가슴을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로 채워간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에이에프, 그들은 인간을 위해서라도 돌발행동은 금지다. 그런데 주인공 로봇 클라라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기계를 부수는 일조차 조시를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14살 아픈 소녀 조시를 보고 운명이라 느끼고, 그런 조시를 통해 다양한 인간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습득한다. 가라는 말이 가지 말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밉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일수도 있다는 걸, 자식앞에선 무엇에든 희망을 거는 모습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상처 입히는 모습들이 혼란스러우면서도 그런 감정들까지도 소통하려 노력한다.
그런 클라라를 그저 기계라고 할 수 있을까. 던지고 버리고 꺼 버리는 기계.
클라라는 죽어가던 거지남자가 태양빛으로 치유되었다고 믿으며 , 태양을 맹신한다. 조시의 건강을 태양에게 빌고, 소망하며 태양을 위한 임무마저 자처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파괴하면서까지 클라라는 조시를 위해 희생한다. 조시를 사랑하는 부모와 주변인들을 통해 배운 것일까. 희생이 사랑이 배운다고 생기는 걸까?
인간을 인간이라 규정짓는 요소들은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인간의 고유식별 감정까지 인공지능 로봇들이 배운다면, 우린 인간의 범위를 확장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기술발전을 외면해야 할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꽤 많다. 인간다운 로봇, 사실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가 생각났다. 작가님의 책 <나를 떠나지 마>의 주인공들도 연상된다. 그렇지만 언급한 영화나 책보다 조금은 더 동화같은 느낌이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암울한 미래의 전초전? 밝게 끝나는 듯 하지만 야적장의 클라라와 클라라를 만나게 되는 매니저의 이야기는 미래가 인간에게도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그닥 좋지 않을 것임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들이 10대의 아이들이라서일까. 인공지능과 인간아이의 통합적 성장소설이란 생각도 든다. 클라라의 희생과 순수한 믿음과 더 인간다운 마음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한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며 서로의 미래를 맹세하던 조시와 릭은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자라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겠지만, 둘 사이의 그 끈만은 영원하리라는 걸 안다. 야적장에서 혼자가 된 클라라의 마음에도 그런 끈이 남아 있겠지.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클라라가 야적장에 혼자 남아있다. 우리는 클라라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 오늘 드디어 받은 책! 작가님은 1954년 푸른말띠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