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이해경 지음 / 유아이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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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실》은 고종 황제의 손녀이며

의친왕의 딸인 이해경 왕녀가

자신을 비롯한 황실 가족의 삶을 회고한 책입니다.

이해경씨의 꼬꼬마 어린시절 이야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있었고

그녀의 일기를 조심스럽게 들춰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종의 다섯번째 아들로 태어난 의친왕이였고

대한제국 황족들 중 유일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나는 조선의 평민이 될지언정

일본의 황족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라는 말을 남긴걸로 유명하죠.

의친왕은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능이 아니라 가매장의 형태로

1955년 광진구 화양동에 조성되었다가

1965년 경기도 남양주시 홍유릉로에

부인 의친왕비 김씨와

합장으로 모셔져있습니다.

잠시 광진구 화양동에 가매장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왕실이나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을 사육하는 목마장이었던 곳으로

세종때는 이 목마장 벌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화양정이라는 정자를 지었죠.

지금의 화양동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고

조선 왕실과 관련된 곳이라

이곳에 가매장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만약 대한제국의 왕녀로 태어났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막강한 권력은 달콤했겠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면에는

평범한 일상속에서만 가질수있는

소소한 자유로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누군가 항상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은데요.

의친왕의 배다른 동생인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로도 많이 접해볼 수 있었는데

의친왕의 12남 9녀중에 한 명이였던 이혜경씨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보험일을 하던 이혜경씨의 어머니

우연히 의친왕의 눈에 띄게되었고

궁궐에서 의친왕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전담하다가 딸 이혜경씨를 낳게 되었습니다.

생모와 세 살 때 헤어져 의친왕비 손에 자란 그녀는

배다른 형제만 21명이였죠.

20년 가까이 이혜경씨 어머니의 역할은

생모가 아닌 자식이 없었던 의친왕비가 대신했고

아버지 의친왕은

후실들 집을 돌아가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감옥같은 궁중의 법도도 지키기 싫었고

아버지의 많은 여인들을 보기 싫었기에..

달랑 80달러만 가지고

미국으로 떠나서 유학생활을 하게 되었던 이혜경씨.

예절과 법도를 중시하는 궁궐생활만 하다가

개화된 바깥세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은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저도 한국에서만 살다가 유학을 떠나

처음으로 외국에 살면서

그동안 내가 참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비싼 유학비용을 마련하기위해

매일 쉬지않고 알바를 하였고

그 돈으로 생활비나 방세를 마련했거든요.

그 때 돈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었고

엄마아빠의 품이 너무나 그리웠어요.

그동안 내가 참 편하게 살았구나라고

처음으로 가슴 속 깊이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죠.

그녀도 저와 마찬가지로

억압된 궁궐에서의 해방감과 동시에

돈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시절 인형 같은 삶을 살았던 이혜경씨

인형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요.

학교다닐때에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위해

화려한 옷을 입지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애기손님은

그녀를 궁에서 키워준 유모를 칭하는 말이였는데

당시 궁에서는 시녀 이외의 직책을 맡은 사람들을

'손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의 손님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네요.


그래도 궁궐을 떠나 학교에 있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웠을것 같은 어린시절을 지나고

경기여고를 나와 이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풍문여자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직을 역임했던 그녀.

이혜경씨 입장에서는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많아서 싫었겠지만

고종의 후손으로 유일하게 계보를 잇고있는것도

의친왕의 자식들이란 사실이 흥미로웠고

노래도 잘하고 스케이트 대회에서 우승까지 할 정도로

인재였던 그녀..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참 멋진 여성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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