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된 운명의 성/이탈로 칼비노
어느 우거진 숲 속 오가는 여행자들이 어느 성에 모여 저녁을 먹고 타로카드를 고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고 그 카드의 암시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이 특이했고, 저자가 이 작품을 쓸 때 타로카드를 직접 고르고 배치하고 나열해서 지은 이야기라 뭔가 실험적인 정신이 느껴졌다.
타로카드를 보며 이야기를 읽어야하기에 솔직히 집중이 덜 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칼비노는 환상문학의 작가라는데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봐야겠다.

자리에 앉은 손님 중 하나가 흩어진 카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식탁의 넓은 부분을 비워 두었다. 하지만 그는 카드를 가지런히 모으지도 않았고 뒤섞지도 않았다. 그저 카드 한 장을 들더니 자기 앞에 놓았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그의 얼굴과 카드 속의 얼굴이 닮았다는 점에 주목했고,그 카드로 그가 ‘자기‘를 의미하고자 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한다는 것을 이해할 것 같았다.p13 - P13
우리 중 그 모든 성배와 동전의 카드(이러한 카드들은 사실을 명백하게 설명해 줄 그림이 나오기를 우리가 열망하는 순간에 튀어나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이야기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 이야기꾼의 소통 능력은 형편없었는데, 아마도 그의 재능이 이미지의 명백함보다 관념의 엄정함에 더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P31 - P31
너는 부(동전)를 원하느냐, 아니면 힘(검)을 원하느냐? 아니면 지혜(성배‘)를 원하느냐? 지금 바로 선택하라!" 그런 질문을 던진 자는 바로 엄숙하고 빛나는 대천사였으며(‘검의 기사‘) 우리의 악당은 곧바로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부(동전)를 택하겠습니다!" "너는 막대기‘들을 받아야 한다!" 말을 탄 대천사의 대답이었다. 그사이 도시와 나무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도굴꾼은 나뭇가지들이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숲 한가운데로 곤두박질했다.p39 - P39
"세상은 존재하지 않아." 동요하는 진자(振子)가 다른 극단에 도달하자 파우스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단 한 번에 완전히 주어진 전체는 없어. 유한한 수의 원소들이 있고,그것들의 조합이 무수하게 늘어나는데, 그 조합들 중 소수만이 하나의 형식과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또한 의미 없고 형식 없는 먼지들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되지. 마치 78장의 타로 카드 한 벌이 옆에 놓이면서 이야기들의 연쇄가 나타났다가 곧바로 흩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야."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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