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를 살해한 후 새로운 정욕에 몸이타올랐을 때는 신혼의 첫날밤을 기다리면서, 신변의 안전이 보장된 다음의 미칠 듯한 환락을 기대하면서 견뎌왔다. 그러다가마침내 첫날밤이 온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별안간 거북해져서불안하게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팔을 뻗어서 정열적으로 껴안기만 하면 되는데, 그들의 팔은 이미 사랑에 지치고 포만해진 듯이 힘이 없었다. 낮의 심한 피로가 그들을 더욱 짓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그처럼 말없이 냉정하게 있는 걸 괴로워하면서도 욕망을 느끼지 않고 두려움이 섞인 거북한 태도로 서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의 불타는 꿈은 이상한 현실에 부딪혔던 것이다.  - P209

두 사람 모두 애정이 죽었으며, 카미유를 살해함으로써 욕망도 죽었다는 두려운 현실에 직면하고있었다. 불이 살며시 꺼져가고 있었다. 장밋빛 큰 불덩이가 잿더미 위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섬점 방 안의 더위는 참을 수 없는지경이 되었다. 꽃들도 시들어가면서 그 무거운 냄새로 방 안의공기를 더욱 탁하게 했다.
- P218

로랑은 두 주일 넘게 어떻게 하면 카미유를 다시 죽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물에 던졌는데도 아주 죽어버리지 않고 매일 밤 그들의 침대로 와서 눕곤 했기 때문이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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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러 분야에서 남성의 데이터는 많으나 젠더 데이터의 공백으로 인한 여성의 불편과 차별과 부조리함을 꼬집고 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은 이러한 불변과 차별성에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으나
젠더 데이터의 공백은 빅데이터앞에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런 공백에 좀 더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물어보라는 것이다.
어쨌든 여성은 인류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성 굴절어가 있다는 것에 처음으로 인지했고 (한국어에는 남성형 여성형 명사가 없으니) 그로인해 남성적인 것이 우수하다라는 것을 은근히 어필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굴절‘이라는 단어가 제일 와닿았다.
굴절이라는 표현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잘 대변하는 단어 같았다.
남아 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에는 더더욱 이러한 굴절의 각도가 심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각하든 지각하지 못하든 간에 이러한 굴절에 넘 익숙해져 나마저도 굴절된 시각으로 나 자신을 정의하지 않기로 생각한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걸러진 내 잉여물이다.

이렇게 남성 지배적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결과, 남자의 경험과 남자의 관점은 보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따지고 보면 세계 인구의절반인 여자의 경험은 특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P35

칼스코가의 기존 제설 순서가 일부러 여자를 희생해서 남자에게 혜택을 주려고 고안된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많은 예처럼 젠더 데이터 공백의 결과였을 뿐이다. 이 경우에는 관점에 공백이 있었다.
이 순서를 최초로 고안한 남자들은 - 당연히 남자들이었다 - 자신의이동 패턴에 따라 필요에 맞게 순서를 정했다. 일부러 여자를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여자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여자들에게필요한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즉 이 데이터공백은 계획 단계에 여자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였다.
- P59


성별/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해법은 분명하다. 여성 진출 공백을메우면 된다. 의사결정과정에, 연구에, 지식 생산에 참여한 여자들은 여자를 잊지 않는다. 여성의 삶과 관점이 빛 속으로 나오게 된다. 이는 세계 곳곳의 여자들에게도 이롭지만, 코바늘뜨기하는 수학과 교수 타이미나의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인류 전체에게 이로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다시 프로이트의 "여성성이라는 수수께끼"로 돌아가보면 해답은 처음부터 우리 눈앞에 있었다. 여자들에게 물어보기만 했으면 됐던 것이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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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흉내는 내지 마라! 새로운 걸 해라!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라!‘
- P71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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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상,하)/도스토옙스키

무엇이 백치란 말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읽어보니
사람에게 어떤 면을 가지고 있어야 인정을 받는 것인가,
어떤 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을 만나게 되었다.


아가페와 에로스, 필리아와 스토르게라는 사랑의 종류와
집착과 욕망으로 뒤틀린 사랑도 이 작품에서 군데군데 만날 수 있었다.

끝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전개와 히스테리적이고 악한 인간 내면,
그와 완전 반대적인 순수와 고결한 인간의 내면의 대립이 작품의 끝까지 나의 눈을 붙들었다.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스타시야. 그리고 본 것도 없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내가 당신에게가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영광을 베풀어 주는 겁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은 고통을 받아 왔고 그런 지옥속에서도 순결한 몸으로 빠져나왔어요. 그건 대단히 많은 걸의미합니다. 무엇 때문에 수치스러워했고, 또 로고진을 따라 나서려는 겁니까? 그건 극단적인 흥분 상태에서 야기된 거요……. 당신은 토츠키 씨에게 7만 루블을 돌려주고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런 행동은 하지 못할 겁니다. 나스타시야, 나는... 당신을사랑합니다. 나스타시야,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스타시야, 나는 그 누구도 당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난…해진다면 나는 일을 할 겁니다, 나스타시야.」p323
- P323

10만 루블이 들어 있어요! 내가 이걸 모든 사람이 보는 데서 지금 벽난로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버리겠어요. 모두가 증인이에요! 이 돈 보따리가 화염에 싸이는 순간 벽난로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나 장갑을 끼면 안 돼요. 맨손이어야 해요. 소매를 걷고 불 속에서 돈뭉치를 끄집어내는 거예요! 그걸 다 끌어내면 이 10만 루블은 모두 당신 것이 되는 거예요! 손가락에 화상을 좀 입는 대신 10만 루블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니 잘 생각해 봐요! - P339

연민은 로고진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와 교훈을 줄 것이다. 연민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법칙이다.p449
- P449

무엇보다도 공작은 다루기 힘든 백치이고 세상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사회적 지위도 없는 바보예요. 그런 인간을 누구에게 선보이며 어디다 내세우냔 말이에요? (하 중에서) - P366

가톨릭과 반대되는 정신적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주의는 종교가 상실한 정신적인 권위를 차지하려 하고, 인류가 애타게 호소하고 있는정신적 갈증을 해소하려 하고, 인류 구원을 그리스도>가 아닌 폭력)을 통해 얻으려 한다는 점은 가톨릭과 별다른 점이없습니다. 사회주의 역시 폭력에 의한 자유, 칼과 피에 의한결속을 다지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신을 믿지 마라, 사유 재산도 가지지 마라, 개성도 살리지 마라, 2백만 민중이여!fraternite ou la mort(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들이하는 짓거리로 미루어 보아 어떤 부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겁니다. P437(하 중에서)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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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은 아이세계가 아닌 어른세계에 끼어들고 싶지만 전쟁 중 보호자 없이 떠도는 핀을 어른들은 무시하고 귀찮아한다. 욕지거리와 어른들에대한 선을 지킬줄 모르는 비난을 무기로 어른인 척하며 어른 세계에 끼어들려 하지만 핀의 내면은 전쟁중에도 검은무늬 버섯에 눈을 돌리고 숨바꼭질 하기 좋은 바위를 볼 줄 아는 천진난만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는 영락없는 아이다.
아무리 어른인척 하였으나 그 아이가 원한건 어른도 아이도 아닌 자신만의 비밀 장소를 공유하고픈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이 점이 다른 모든 사람과 달랐다. 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편에게 새롭고 낯선 의미였다. 골목 안에서는 밤이고 낮이고 고함과 싸움과 여자 남자들의 욕설이 가득했지만 적을 만나게 될 거라는 초조하고 괴로운 기대나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는 바람 같은 것은 없었다. 핀은 아직 적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몰랐다. 핀이 보기에 인간이란 존재 안에는 벌레처럼 구역질 나는 어떤 것과 친구를 끌어들이는 뜻하고 친절한 어떤 것이 함께 들어 있었다. P102
- P102

하지만 아침에 오솔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에 노새오줌들이 끼어 있던 낡은 도로나, 지저분한 자기 누나의 침대에서 나던 남자 여자의 냄새, 방아쇠를 잡아당겼을 때 열린 총구에서 피어오르던 매콤한 연기 냄새, 심문할 때 맞은 매서운 채찍의 뜨거운 맛을 잊어버렸다. 이곳에서 핀은 형형색색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흙에서 축축하게 자라는 노란색과 밤색 버섯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커다란 거미줄 위에 사는 붉은 거미들, 갑자기 오솔길에 나타났다가 지그재그로 달아나 버려 발과 귀밖에 보이지 않는 토끼 새끼들.
하지만 갑자기 누군가 짧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핀은또다시 소름 끼치고 이중적인, 병든 인간들 속으로 돌아왔다. P131 - P131

인간적이고 원초적이며 이름 붙일 수 없는 해방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당하고 있는 온갖 굴욕, 그러니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착취, 농민 입장에서는 무지, 프티부르주아 입장에서는 억압, 하층민 입장에서 보면 부패와 같은 굴욕에서 생겨난 거지. 난 우리의 정치 작업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믿어. 우리의 해방을 위해 굴욕에 대항해서 그것을 이용하는 거야. 마치 파시스트들이 굴욕을 영속시키기 위해 그 굴욕을 이용하고 인간과 인간을 싸우게 만들듯이 말이야."p158
- P158


"젠장, 사촌, 구역질이 나다니!"
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촌은 진짜 최고의 친구였다.사촌은 기관총을 다시 어깨에 메고 나서 핀에게 권총을 돌려주었다. 이제 그들은 들판을 걸어갔다. 핀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촌의손, 처럼 커다란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P219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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