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궁금했던 작품을 드디어 시작했다. 많은 등장인물과 배경이 마치 실재하듯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잘 묘사가 되어있다. 최참판댁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사건 진행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2편을 빨리 보고싶게 만든다.
스토리를 끌고가는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e-book으로 운전중 빨간신호 대기중일 때, 학원에 아이 태우러 가며 기다리는 웨이팅 타임을 이용해 짬짬이 읽고있어 더 간질난다.

칠성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재물을 쌓기 위해서는 어떤 비행이나 악행도 허용될 수 있는 것같이 말하는가 하면 또 그 악행을 저주하고 비난하고.

"젠장! 자손이야 우찌 되든 나하고 무슨 상관이고. 꺼꾸러지든 나자빠지든, 내 당대에나 한분 소리치고 살아봤으믄 좋겄다!"

결국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잘사는 수단이면 비록 죄악일지라도 찬양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심보인 모양이다. - p108

그렇게들 옹졸해가지고, 한심스럽지요. 세계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가 판단하지는 못할지언정 사소한 단발령 하나 탓으로 한사코 대항하며, 그러지 않아도 어지러운 나랏일을 더 어려운 판국으로 몰아넣으려 드는 이 땅에서 국정을 쇄신한다는 것은 아예 바랄 수도 없는 일 아니겠소?"

"글쎄올시다. 단발령 하나 가지고 그런다 할 수만은 없을 것 같소. 어느 놈의 손이 나랏일을 주무르려 하는가 그게 관심사 아니겠소."p226



어차피 풍습이라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르게 마련인데 조만간에,"

이동진이 말을 가로막았다.

"알맹이를 모르고서 겉치레만 따른다고 문명인이 된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소이다. 이거 조공(趙公)을 걸고 도는 것 같아 실례의 말씀입니다만. 허허헛……."

문의원은 원수를 보는 것 같은 윤씨부인의 눈길을 조용히 받는다.

‘당신네들은 내 목숨을 내 손이 닿지 않는 나무 위에 걸어놓으셨소. 그리고 너의 죄는 너 스스로 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들 생각하시는 거요. 아직도 나는 내가 나를 벌주어야 한단 말씀이오?’

‘부인, 부인의 죄목은 무엇이오? 부인이 죄라 생각하시기 때문에 죄가 되는 게 아니겠소? 허나 그것은 좋소이다. 다만 임의로 죽을 수 없는 게 사람의 목숨이란 말씀이오. 설령 삶이 죽음보다 고생스러울지라도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게요. 제가 일개 의생으로 칠십 평생 얻은 것이라고는 사람의 목숨이 소중하다 그것이었소. 제 목숨뿐만 아니라 남의 목숨도, 죄가 있다면 사람마다 죄가 있을 것이요, 갚음이 있다면 사람마다 갚음이 있을 것이요, 살아야 할 사람이 죽는 것은 개죽음이요,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짐승일 따름, 사람은 아닐 것이외다.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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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호에 뽑힌 사람들은 선하고 최대로 착한 이들이 선택되어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우주 여행을 떠나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타락성의 한계는 넘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게 인간이지‘ 하면서도 파피용호 안에서 직업이 유지되는 것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무수한 전쟁과 파괴에도 자원과 공기가 고갈되지 않고 꽤 유토피아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 나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베르나르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제서야 읽는 느낌 이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나의 감성이 무뎌서인지 끝으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내용이 읽는 내내 떠올랐다. 파피용의 인간 파괴적인 모습을 보며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과 환경으로 설정된 바탕이 꽤 이유가 있어 보였다.



두진양쪽 군대의 병사들은 이웃을 죽이면서 희열을 맛보는 자신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카니발보다 훨씬나은 축제였다. 사람을 죽이면서 느끼는 모종의 쾌감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를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한 금기 사항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이든 무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이든, 모두 본능적인 욕구를 발산하기 위한 핑계라는 점에서는 하등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들은 활, 창, 새총, 더러는 주먹질로 서로 죽이고 죽는싸움을 했다. 시장들은 즉각 그동안 정확한 의미조차 잊고있었던, 아주 오래전 지구에서 쓰던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P325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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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짓는 문제에 있어서 나비인들은 자유로운 결합이라는 원칙을 따랐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같이 살다가 자유롭게 헤어졌다. 계약이나 구속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주례를 원하는 커플이 있으면 조슬린이 그 역할을 맡아 주었다. 그녀의 주례사는 이제 두 사람은, 사랑이 식어 서로 헤어지는 순간까지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고 마치곤 했다.

유머리스트 질은 자신의 공연 레퍼토리에 이를 패러디한

냉소적인 문장을 하나 넣었다. 이제 두 사람은 ……… 둘 중 하나가 더 괜찮은 사람을 찾기 전까지 서로 하나가 되어 상대방에게 충실합니다.)

우주선 내의 집들은 대문을 닫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여자가 남자를 원하거나, 또 남자가 여자를 원할 때는 상대방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되었다.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의 뜻에 달렸다. 아이들의 호적 문제도 없었다. 모든 신생아들은 별들의 자손)이었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가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책임을 맡았다.

모든 아이들은 따라서 (14만 4천 명의 부모를 가진 고아들)이었다.p239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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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들의 가슴속에서 공명을일으켰다.

(우리 모두는 탈바꿈에 성공해서 나비가 되어야 하는 애벌레들이다. 나비가 되고 나면 날개를 펼쳐 빛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p31






텔레비전에 출연한 항공 우주 전문가는 우주선에 탑승한14만 4천 명이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는 소재의 특성상 우주 범선이 1천년 동안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 자기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를 비방하려 드는군.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증오하고 있어….…….」이브가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듣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겁을 주려고하는지도 모르지.」

「세상 전체가 선생이 틀렸다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어떻게옳다고 확신하십니까?」

「우리들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소. 끝까지가봐야만 알 수 있겠지」p219





「우리가 천 년 후에 도착할 곳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뭐야?」

이브가 눈썹을 찡그렸다.

「누가 그러더라고, 계측기보다 직관을 믿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만약 당신이 틀렸으면?」

「적어도 시도는 해봤으니까. 당신은 회의가 들어?」

「물론이야. 당신은 아니야?」

「나도 그래. 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모두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 테니까. 실수를 저질러 놓고도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게 진실을 확보해 놓고도 흔들리는 것보다 낫지. 회의를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거든.」

「하지만 그들이 옳은 거 아니야? 이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데, 사실 조금이라도 확신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거지.」 「그래서 자기만의 확신을 갖는 수밖에 없어. 난 우리가 떠나길 잘했다는 나만의 확신이 있어.」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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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르게 동서양의 공간과 그에 얽힌 역사,문화,예술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동서양의 문화와 공간이 어떠한 이유에서 다른지, 어떻게 두 문화가 만나 융합했는지, 앞으로의 미래사회에서 중요하게 짚어 볼 문제는 무엇인지까지 다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유현준 교수님의 역사와 문화와 공간을 꿰는 통찰력에 놀랐다.
많은 독서와 관심과 분석으로 이런 통찰이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분석 같다.

동서양 두 문화가 다른 특징을 갖게 된 이유는 두 지역의 강수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청의 색깔만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건축물이 자연에 흡수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건물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의 1인칭 시점에서 디자인적 판단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완전한 이데아 + 이성(수학)을 통한 탐구’는 유럽 정신세계의 기초가 되었다.



좌와 우의 관계 속에서 선을 찾는 것이다. 이는 동양 사회가 상대적인 가치와 관계를 중요시했음을 보여 준다. 동양에서 최고의 덕으로 이야기되는 ‘중용’은 절대적 선의 개념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과 관계에 따라서 변화하는 선의 개념이다.


동양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선을 찾으려 했다. 



동양의 건축 공간은 항상 내부와 외부, 자연과 건축물의 융화를 통해서 두 개체 간의 일치를 추구해 왔다. 따라서 동양의 빈 공간은 규정되어 있기보다는 유동적이며 내외부를 관통해서 흐르는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관계성이 조각품의 구조체 모양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 「모빌」의 가장 큰 특징이다.


크게 두 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는 제약이고, 둘째는 융합이다.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생각이 나오고, 서로 다른 생각이 융합되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둘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창조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디지털과 융합해 가는 이 시대에 창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간다움의 정의를 찾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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