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놈은 사람 아니가. 사람우 도리는 상놈 양반 다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라고? 고대광실에서 고기반찬 씹어내는 놈하고 게딱지 같은 오두막에서 보리죽 묵는 놈하고 우예 같노."

"나보고 묻는다고 내가 자네보다 더 잘 알겄나? 최참판댁 은덕으로 살믄서 헐뜯는 거 아니다."

"허허, 허파에 바람 들겄네. 무신 은덕고?"

칠성이는 용이 켠으로 바싹 얼굴을 돌리며 눈을 깠다.

"조상 적부터 그 댁 땅 부쳐 묵고살믄서 헐뜯어 쓰겄나."

"야아야! 성인군자 같은 소리 마라. 고방에 쌀이 썩어나는 기이 뉘 덕고? 응? 말 한분 해봐라."

"……."

"흥 머지않았다, 멀지 않아. 종놈이 상전 기집 뺏는 판국인데, 아 국모도 머리끄뎅이 끌고 가서 개같이 죽있다 카는데, 정승이랑 높은 벼슬아치들도 서울서는 몰죽음을 당했다 안 카던가? 또 민란이 나야……."

"부질없는 소리."

"부질없는 소리라니? 다 같이 세상에 나와가지고 사대육부가 남만 못해 우리는 평생 등 빠진 적삼에 보리죽*이란 말가?"

칠성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재물을 쌓기 위해서는 어떤 비행이나 악행도 허용될 수 있는 것같이 말하는가 하면 또 그 악행을 저주하고 비난하고.

"젠장! 자손이야 우찌 되든 나하고 무슨 상관이고. 꺼꾸러지든 나자빠지든, 내 당대에나 한분 소리치고 살아봤으믄 좋겄다!"

결국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잘사는 수단이면 비록 죄악일지라도 찬양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심보인 모양이다. - < 토지 1, 박경리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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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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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혁명가의 모습도 있었지만 의사로서 주민들을 돌보며 게릴라 작전을 펼치고 피곤에 지쳐도 밤 늦도록 책 읽느라 부대의 양초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와닿았다. 머리로만이 아닌 자신의 이상적인 생각을 생활에서도 실천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한 그에게도 아쉬운 점은 한 명의 아내와 자식에게 만족한 것이 아니라 네 명의 여인(결혼식은 두 번 한 것으로 읽었음)과 그에 따른 자식들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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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는, 기층민중을 헐벗게 만드는 자본주의와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지 몰라도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제물로 삼는다. 한편 공산국가는 자유에 관한 한 전체적인 개념 때문에 인간의 권리를 희생시킨다. 우리가 그 어느 것도 일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혁명은 쿠바만의 주제적인 혁명이어야 한다" 라고 카스트로는 썼다.  P406


"체는 학문적인 논쟁의 가치라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농민들을 굳게 신뢰했죠. 게릴라전을통해 얻게 된 버릇이었겠지만 그는 유독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과학적인 연구, 이론적인 사고와 사실주의적인 형식에 세속적인 취향이 끼여들 틈이 없었죠.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폭넓은 교양을 그는 모두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게릴라든,전권대사는, 체스 선수, 혹은 경제 관료이든 간에 그는 엄격한금욕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단순한 돈키호테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했습니다. 그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상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혁명가의 힘이었죠. 그러나 그를 무작정 최상의 존재로 치켜세우는 것도 그의 겸양을 배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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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토는 훨씬 나중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다시 한 적이 있었다. "반동적인 폭력에는 혁명의 힘으로 맞서는 수밖에없다!" 라고,
- P102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닿는한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저들이 나를 십자가에매달아두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어머니가 바라시는 방식대로도하지 않을 겁니다.
- P188

 전략과 퇴각 방식을 논하는 회의에 체가 참여하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차츰그는 정통 게릴라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빈틈없는 전략과 냉정하고 통찰력 있는 전사로서의 모습이 돋보였다. 게다가 그는 환자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 P226

시에라마에스트라의 척박한 땅에서 게릴라들과 농민들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상호침투현상은 신비적인요인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펼치는 전사들과 자유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민중들의 협조가 어우러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혁명이라는 공통적인 명사를 얻게 하였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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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일상생활의 모든 행동에 죽은 자의 추억을 섞어넣었다. 이미 집 안에 드나들고 있던 그 시체는 이제공공연히 들어앉게 되었다. 그 시체는 의자에 앉고 식탁 앞에 자리잡고 침대에 눕고 집 안에 널려 있는 가구와 물건들을 사용했다. 로랑이 포크나 솔, 그밖의 무엇이든 만질 때면 언제나 카미유가 이미 건드렸던 것임을 테레즈가 느끼게 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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