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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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를 읽은 지가 3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그 느낌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 데, 이번에 박민정작가님이 두 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를 내셨길래 읽어보니 솔직하게 첫 소설집이었던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를 생각해볼 때 뭔가 더 확실해진 것 같았어요.
(행복의 과학)과 (A코에게 보낸 유서)의 초보편집자인 하나와 그의 사수이자 부당하게 허름하기 짝이 없는 물류창고로 발령났다 다시 돌아온 수영(사실 저도 이 부분에서 실제로 소설과 같은 상황을 겪으신 윤정기님이 생각이 났었는 데 작가님도 작가의 말에 언급해주셨더군요.), (당신의 나라에서-이 단편의 제목을 보며 김금희작가님의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이틀」에 수록된 (당신의 나라에서) 가 생각이 났는 데 단순히 제목이 같아서 생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김금희작가님의 당신의 나라에서는 일본이, 박민정작가님의 당신의 나라에서는 러시아가 배경입니다.)의 유나와 유나에게 편지를 보내던 윤지나, (청순한 마음)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상담을 하는 윤수지와 그런 윤수지를 가르치던 이수지 선생, (버드아이즈 뷰)의 자살소동을 하며 SNS상에서 열사로 불려지는 재혁과 재혁의 집에서 6개월 간 살게 된 유경, 표제작인 (아내들의 학교)에서 키가 180에 달하며 붉은 머릿결이 인상적인 선과 그의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던 선혜, 마지막으로 (천사는 마리아를 떠나갔다)의 남자친구 석준을 떠나보낸 딸 지은이와 친한 언니 필남이었던 수경과 주혜를 외면하고 떠나보낸 엄마까지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잘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단지 제가 남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의 단편 제목만으로 막연하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아내들의 학교」는 한 발 더 나아가 뚜렷하게 보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고 얼마되지 않은 1991년에 대해, 1991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습니다.

호 : 1.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인상을 주는 박민정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에서는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선명해진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불호 : 1. 책의 표지를 선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작품에 맞는 표지를 선정하기위해 고심한다는 것도 알지만 김금희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이후 문학동네에서 나온 여성작가님들의 책 표지들이 다 비슷비슷하네요. 조금은 다른 이미지였으면 하는 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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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입을 다무네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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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요.
읽은 것이라고는 2013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가 유일한 데, 사실 앞서 출간 된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 과 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는 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하고 도로 반납을 했었어요.
올해 초 저도 인터넷신문기사로 정미경작가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연재하셨던 「가수는 입을 다무네」가 영영 출간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는 데 이렇게라도 출간되어서 읽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대학과제물로 잊혀져가는 가수 ‘율‘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기 시작했던 대학생 ‘이경‘이 찍으면 찍을 수록 ‘율‘의 대해 ‘율‘의 음악에 대해 깊이 빠지게 되고 록 페스티벌이 끝나고 ‘율‘의 삶도 스스로 끝내버린 후 이제는 ‘율‘의 목소리나 ‘율‘의 얼굴을 화면이나 음원으로 밖에 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정미경작가님의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되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점프컷이라고 하여 길이에 맞게 주제에 맞게 극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편집을 할 수가 있지만 인생에서는 편집도 삭제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정미경작가님의 작품들을 빌려보던 때로 돌아가서 늦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읽어냈더라면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이제는 그 곳에서 아프시지 않고 편안해지셨으면 합니다.
저도 작가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호불호를 쓰지 않겠습니다.
(쓰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하고 예의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런데 83쪽에 살며시 문을 열고 불 꺼진 거실로 무심코 들어서다 이경은 깜짝 놀랐다 뒤통수를 보이며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건 율이다. 에서 이경이 아니라 여혜여야 되지 않을 까 싶은 데 원래부터 작가님이 쓰신 것을 그대로 출간했다면 어쩔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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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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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제저벨」의 듀나, 「첫숨」, 「예술과 중력가속도」, 「고고심령학자」의 배명훈,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장강명, 그리고 「7인의 집행관」을 쓰셨으며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보는 김보영작가님등 총 4명의 작가님들이 금성(장강명), 화성(배명훈), 토성(김보영), 해왕성(듀나)을 소재로 쓴 SF테마소설집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가 출간되었고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장강명작가님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모녀가 금성탐사선을 운영하는 탄산음료회사를 상대로 제대로 한방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배명훈작가님의 (외합절 휴가)에서는 앞서 읽었던 「고고심령학자」에서도 등장했던 조은수와 김은경이 역시 등장하는 데 「고고심령학자」에서는 동료이자 절친으로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조은수가 사고로 그만 죽게 되고 김은경이 비상사태에 해결하기 위해 역시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사실 예전에 읽었던 「맛집 폭격」처럼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사일이 등장해서 잠시 「맛집 폭격」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김보영작가님의 (얼마나 닮았는가)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겨우 목숨을 유지하며 생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가고 있는 우주선에서 인간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인간이 되길 원하는(?) 인공지능 AI와 선원들의 갈등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 듀나작가님의 (두 번째 유모)는 화성에서 해왕성으로 온 수상한 유모인 서린이 아버지가 해왕성과 해왕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트리톤을 어머니로부터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 조금씩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간파하고 막아내기 위한 서린의 활약이 돋보이는 단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앞서 SF장르를 띤 소설의 리뷰를 쓸 때마다 공상과학이나 우주같은 것을 나와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면 볼수록 소설 속에서 생겨나는 상황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 아니라 조만간 머지않아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현실로 닥치게 된다면......
저를 포함한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소설집의 제목을 막연히 읽어봅니다.

호 : 1. 가장 SF적이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이 4명의 작가님이 쓰신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으니까」를 읽어보면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불호 : 1. SF장르에 익숙하시지 않은 분들은 조금 터무니없게 생각하실 수도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설정이나 전문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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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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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타워」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신 배명훈작가님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고고심령학자」가 출간되었고, 저는 예약구매를 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고심령학자‘라는 직업이나 학문을 처음 들어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것을 공부하는 지는 잘 몰랐는 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고심령학계의 대가인 문인지박사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리시자 살아생전 문인지박사의 연구자료나 평소에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여 데이터로 기록하는 일을 맡게 된 문인지박사의 제자이자 고고심령학자인 조은수(‘은수‘라는 이름을 배명훈작가님의 소설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가마틀 스타일」에서 나오는 군요.)와 그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지닌 은수의 동료이고 친구이자 역시 고고심령학자이지만 잠시 그 길을 벗어나고 있는 김은경(작년에 나온 소설집「예술과 중력가속도」의 단편의 대부분에서 등장하는 이름이 은경이지요.), 그리고 문인지박사와 인연이 깊은 요새빙의라는 단어를 정의시킨 스위스 건축사학자 한나 파키노티 같은 고고심령학자들이 평소에서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게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예고도 없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검은 벽이 생겨나고 그 것들이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지고 좀 더 많은 곳에서 생겨나자 그 이유를 풀기위해 고고심령학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배명훈작가님의 작품을 나름대로 많이 읽은 편이긴 해도 「고고심령학자」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SF적인 요소가 다른 소설에 비해서 짙게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고 ‘고고심령학‘을 연구하는 ‘고고심령학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았습니다.
특히 코끼리 아미타브와 수많은 변형이 일어나 생기게 된 체스, 장기, 샹치, 차투랑가같은 게임이나 구전으로 이어지고 변형되는 몬데그린현상같은 생소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소설과 같이 보게 되니 낯설었던 것 같았습니다.
영혼(혼령)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제가 직접 눈으로 보거나 영혼의 목소리같은 것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존재유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제 주위에 있다면 비명지르지 않게 침착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호 : 1.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배명훈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고고심령학자」는 이전의 배명훈작가님의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호 : 1. 다만 몬데그린현상이나 많은 변형으로 파생된 차투랑가, 샹치, 체스, 장기의 유래같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있어서 배경지식이 많지 않으면 읽으면서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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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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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박생강작가님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의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느꼈었는 데 읽어보니 역시 범상치 않았어요.
소설가이지만 문예지에 단편 3편정도 밖에 발표하지 않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아직 없었던 태권이 사우나를 관리하는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아니 그 사우나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 상류층에서도 1%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곳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실제로 작가님이 직접 상류층만 간다는 사우나에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하셨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나 밖에서는 회원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데 사우나 안에서만큼은 그들이 갑이고 손님이 아닌 회원님이며 그 사우나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은 을도 아닌 병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회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양말, 수건들을 재빨리 비치하고 정리해도 거들떠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회원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매장을 관리하는 서비스매니저의 입장으로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작가님이 처음 제목을 지었던 「살기 좋은 나라?」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라는 제목자체는 뭔가 특별하게 범상치 않을 것 같은 데 실제 제목이 언급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긴 합니다.
정말 읽으면서 유달리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호 : 1. 「보광동 안개소년」, 「교양없는 밤」의 박생강작가님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의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범상치 않은 회원님들로 가득한 헬라홀 사우나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태권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태권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불호 : 1. 결국 태권은 사우나를 그만 두게 되고 오래 사귀었던 공과도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는 데 그 후에 자신이 사우나에서 일했던 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려고 하는 모습이 끝부분에 나오는 데 뭔가 이질적이었다고나 할까,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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