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도시 이야기
최정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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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첫 소설집「지극히 내성적인」으로 일그러지는 균열을 보여주시며 인상적으로 남았던 최정화작가님.
2016년 12월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읽으면서는 마치 영화DVD의 본편과 부가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2018년 7월에는 두번째 소설집 「모든 것을 제 자리에」을 읽으며 한층 더 두터워진 불안과 더 깊은 균열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말에 두번째 장편소설 「흰 도시 이야기」가 출간되어서 최정화작가님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줄곧 읽었던 저로서는 읽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고요를 만나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가 되었는 데 제목이 「흰 도시 이야기」로 바뀌어서 연재당시에 읽어보지 않아서 의아했지만 읽어보니 확실히 「흰 도시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기억을 왜곡하고 손에서 하얀 각질이 생겨서 마침내 손이 잘려나가며 전염성이 강한 이른바 다기조병에 잠식당한 L시의 교역소에서 일하던 이동휘역시 다기조병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억을 잃고 손이 잘려나가는 데 그러던 중 모래마을을 찾아가서 만난 희라와 점점 앞이 보이지 않던 와중에도 보이던 아이로 인해 자신에게 딸과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딸인 이고요를 만나기 위해 교역소에 자의적인 타의로 해고당하고 진실을 은폐하며 과거를 삭제하는 L시에 맞서 싸우는 ‘흰개들‘이 거주하는 모래마을에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인 데 앞서 읽었던 「두 방문객」의 김희진작가님의 표지가 매력적이었던 첫 소설집 「욕조」에 실린 (혀)라는 단편에서 혀가 입에서 분리되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 데 실제로 신체의 일부에서 갈라지고 손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손이 트곤 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괜찮았는 데 또 다시 추운 겨울이 되면 속수무책으로 손이 트게 되었는 데 다가올 이번 겨울에는 손이 안 트면 좋겠어서 보습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음성, 불규칙적인 과호흡, 신체 말단 부위의 근육 소실증, 가벼운 건망 증세, 갈증, 기침, 단기 기억상실, 허언증, 청색증, 자기 인식 불능, 신체 말단 부위의 각질화가 생기는 다기조 초기와 신체 말단 부위의 건조와 소실, 주변 인물 기억 상실, 선택적 주의력 결핍,
선택적 주의력 집중, 일정 기간의 시력 상실, 감각의 재배치가 되는 중기의 다기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정말 끔찍하고 불안이 증폭될 것 같아요.
최정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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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방문객 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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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작가님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와 동시에 출간되었던「옷의 시간들」로 같이 처음 만나본 김희진작가님의 작품을 첫 소설집 「욕조」와 「양파의 습관」을 읽어보면서 차츰 알게 되었는 데
그 이후로 별다른 작품 소식이 없어서 아쉬웠던 것 같았는 데 이번에 오늘의 젊은 작가 22번째로 「두 방문객」을 내셨더군요.
3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상운을 잃은 손경애씨가 매년 아들의 생일에 맞춰 생일 식탁을 차리는 데 3주기를 맞이하면서 뜻밖의 두 사람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데 상운의 집을 직접 건축한 권세현과 그림을 좋아하는 큐레이터 정수연. 이 두 사람이 상운의 생일을 앞두고 방문하면서 한 동안 북적한 분위기를 느끼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왔던 정수연과 달리 상운의 집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던 권세현을 보면서 이들이 하필 3주기를 맞은 생일에 찾아왔는 지 의문을 갖게 되는 손경애, 그리고 그러한 세현을 의심하고 추궁하던 수연에게 마침내 알려주는 세현의 진짜 목적.
210여쪽에 걸친 이야기 속에 저는 몇번이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물론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될 줄은 몰라서 놀라움도 있었지만 엄마인 손경애씨나 배은망덕한 아들인 유상운이나 상운이 남긴 무언가를 찾던 권세현이나 그런 세현을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수연, 그리고 일정이 취소되어 갑작스레 찾아온 유상희가 만나는 ‘두 방문객‘이라는 제목이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진 것이 더 놀라웠던 것 같아요.
아, 상운이에게는 한 명이 더 있었네......
손경애씨에겐 그림을 좋아 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조은영씨에게 심심한 위로와 명복을 빌면서......
김희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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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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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윤이형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인 「큰 늑대 파랑」이라는 작품을 읽을 때와 2016년 1월에 세번째 소설집이었던 「러브 레플리카」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작가님이구나 그렇게 신선하게 다가왔었습니다.
2017년 12월에 읽었던 로망콜렉션인 「설랑」을 읽었을 때에는 이 작가님이 이런 장르 소설도 잘 쓰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아직도 이성과 동성간의 사랑을 잘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며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네번째 소설집인 「작은마음동호회」를 읽어 보았는 데요.
세번째 소설집이었던 「러브 레플리카」와 「설랑」을 읽었을 때의 감정과 느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제목부터 제 마음에 들었던 (작은마음동호회)부터 작년 은행나무에 출간된 바통시리즈 2번째였던 「파인 다이닝」에서 읽은 적이 있던 (승혜와 미오), 다른 입장이 되어보면서 읽어 본 (마흔셋),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피클), (이웃의 선한 사람)과 처음 윤이형작가님의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물씬 풍기던 (의심하는 용 - 하줄라프 1), (용기사의 자격 - 하줄라프 2),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 (수아), (역사) 그리고 다소 혼동스러웠던(시점이 여러번 바껴서 그런듯한) (님프들)까지 꽉 채운 11편의 단편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었던 「작은마음동호회」를 읽으면서 저 또한 추천사를 쓰셨던 구병모작가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싶습니다.
윤이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셨던 (그들의 첫번째와 두번째 고양이)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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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 잠든 자
정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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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정결한 집」, 「새의 시선」. 장편소설「유랑자」, 「길, 저쪽」으로 인상깊은 정찬작가님이 존 레넌, 체 게바라, 엘리아스 카네티라는 실존적인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작가님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17번째 작품이자 장편으로는 9번째인 「골짜기에 잠든 자」를 발표하셔서 이렇게 뒤늦게나마 제가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습니다.
존 레넌에서부터 체 게바라, 그리고 엘리아스 카네티라는 작가까지 이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일들이 나뭇가지처럼 여러갈래로 뻗어지는 것이 저도 이름을 얼핏 들어봤던 역사적인 인물들이기에 제가 밑천이 없기도 해서 잘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다고 해야할까, 사실 제가 이제 30대에 들어섰지만서도 아직까지 인생이니 삶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이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도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일들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고 있고 또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만서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라기보다 제게는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더 정확하겠지요.
정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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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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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으면서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했던 소설들은 많았습니다.
느낌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던 소설들도 있었지요.
사실, 저는 냉철하거나 냉정하지 못해서 거의 모든 소설들을 읽으면 다 인상깊었고 조금 읽기가 어려워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했었지요.
조해진작가님의 전작이었던 「빛의 호위」도 쓸때 물론 창비출판사의 외래어표기법에 대해 많이 할애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 소설집에 실린 단편 (문주)에서 시작된 장편소설인 「단순한 진심」.
출간당시에 읽으려고 했지만 제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여 작은도서관에서 나중에 빌려서 읽게 되었는 데 뭐랄까, 이렇게 눈물이 나는 이야기였구나 새삼 슬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뭉클한 적은 간혹 있었는 데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눈물이 나와버린 적인 거의 없다시피 했었는 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버렸던 그 사람과 그 사람에게 버림받고 저에게까지도 버림받은 그 사람이 동시에 생각이 났었고 남들은 고아원에 갖다버리라고 말했지만 끝내 부성애를 발휘하여 버리지 않았던 그 사람이 한편으로는 나를 고아원에 버렸더라면 어쩌면 운이 좋아 외국에 입양되어 살게 된다면 더 훨씬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하는 결코 보통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망상을 하게 된 제 모습을 보게 되어 부끄럽고 창피하고 또 슬펐습니다.
편의점에서 야간에 일을 하다가 아침에 퇴근하여 텔레비전을 켜서 보면 나오던 「아침마당」에서 어릴때 헤어진 아버지나 어머니, 통틀어서 가족을 찾는 해외에 입양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애틋함 대신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왜 저들은 나를 버렸던 부모를 찾는 것일까? 저라면
찾아서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덴마크 국적을 가진 수지처럼 이렇게 힘들고 절망적인 데 두 다리 뻗고 호위호식하는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고 미국국적을 가진 스티브를 낳은 엄마가 어렵고 힘들며 또한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지 못하며 치매로 살아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해도 결국 그렇게 살려고 버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황이 어떻든 나를 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기를 낳았던 부모를 찾는 것(물론 찾으려고 합니다만 워낙 정보가 없으므로)이 아닌 자신을 철로에서 구해주고 1년간 키워주며 ‘문주‘라는 이름까지 지어준 지하철운전사와 그런 자신을 보며 끌끌 혀를 차지만서도 정성스레 보살펴주시던 운전사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품 속에 우주를 지닌 나나가 한국에서 서영과 남자친구 은, 그리고 극장에서 티켓팅을 도맡아하는 소율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특히 복희 식당에서 나나를 한 눈에 알아보고 이것 저것 챙겨주며 ‘수수부꾸미‘를 해주며 입맛에 맞는 지 확인하던 복희이자 연희였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무했던 제가 감정이 복에 받혀서 눈물이 나고 소리없이 울었던 것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신변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어디서 일하는 지도 알지만 차마 대면하기가 무섭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회피버리고는 했는 데 지금 또한 너무도 멀리 와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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