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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평점 :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했던 소설들은 많았습니다.
느낌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던 소설들도 있었지요.
사실, 저는 냉철하거나 냉정하지 못해서 거의 모든 소설들을 읽으면 다 인상깊었고 조금 읽기가 어려워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했었지요.
조해진작가님의 전작이었던 「빛의 호위」도 쓸때 물론 창비출판사의 외래어표기법에 대해 많이 할애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 소설집에 실린 단편 (문주)에서 시작된 장편소설인 「단순한 진심」.
출간당시에 읽으려고 했지만 제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여 작은도서관에서 나중에 빌려서 읽게 되었는 데 뭐랄까, 이렇게 눈물이 나는 이야기였구나 새삼 슬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뭉클한 적은 간혹 있었는 데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눈물이 나와버린 적인 거의 없다시피 했었는 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버렸던 그 사람과 그 사람에게 버림받고 저에게까지도 버림받은 그 사람이 동시에 생각이 났었고 남들은 고아원에 갖다버리라고 말했지만 끝내 부성애를 발휘하여 버리지 않았던 그 사람이 한편으로는 나를 고아원에 버렸더라면 어쩌면 운이 좋아 외국에 입양되어 살게 된다면 더 훨씬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하는 결코 보통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망상을 하게 된 제 모습을 보게 되어 부끄럽고 창피하고 또 슬펐습니다.
편의점에서 야간에 일을 하다가 아침에 퇴근하여 텔레비전을 켜서 보면 나오던 「아침마당」에서 어릴때 헤어진 아버지나 어머니, 통틀어서 가족을 찾는 해외에 입양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애틋함 대신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왜 저들은 나를 버렸던 부모를 찾는 것일까? 저라면
찾아서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덴마크 국적을 가진 수지처럼 이렇게 힘들고 절망적인 데 두 다리 뻗고 호위호식하는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고 미국국적을 가진 스티브를 낳은 엄마가 어렵고 힘들며 또한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지 못하며 치매로 살아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해도 결국 그렇게 살려고 버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황이 어떻든 나를 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기를 낳았던 부모를 찾는 것(물론 찾으려고 합니다만 워낙 정보가 없으므로)이 아닌 자신을 철로에서 구해주고 1년간 키워주며 ‘문주‘라는 이름까지 지어준 지하철운전사와 그런 자신을 보며 끌끌 혀를 차지만서도 정성스레 보살펴주시던 운전사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품 속에 우주를 지닌 나나가 한국에서 서영과 남자친구 은, 그리고 극장에서 티켓팅을 도맡아하는 소율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특히 복희 식당에서 나나를 한 눈에 알아보고 이것 저것 챙겨주며 ‘수수부꾸미‘를 해주며 입맛에 맞는 지 확인하던 복희이자 연희였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무했던 제가 감정이 복에 받혀서 눈물이 나고 소리없이 울었던 것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신변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어디서 일하는 지도 알지만 차마 대면하기가 무섭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회피버리고는 했는 데 지금 또한 너무도 멀리 와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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