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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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이후 4년만에 출간된 장은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가벼운 점심」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을 모두 계절을 담고 있는 데 봄부터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계절의 순서대로 단편들이 실려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러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던 아버지가 조부의 부고로 인해 한국으로 잠시 돌아왔고 장례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다시 떠나려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사를 패스트푸드점에서 하게 되는(가벼운 점심) 부터 오래된 연인과의 결혼을 현실적으로 망설이는 남자가 원룸 앞에 버려진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게 되는 (피아노, 피아노), 역시 자신만의 소중한 한남동 집과 스타인 웨이 피아노를 아내의 건강을 위해 버려두고 올 수 밖에 없었고 아내의 소원으로 헌책방을 열며 스무 살때까지 쳤었던 피아노를 가지고 아내에게 들려줄 연주곡을 작곡하며 곡에 가사를 붙여보는 (하품)의 피아니스트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아 버려진 집에서 살아보기 위해 청소하는 (고전적인 시간)의 여자, 눈에 띄지 않았던 그녀를 눈에 담아 자신이 번역하던 아무도 모르고 또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작가의 소설을 그녀에게 보여주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의 복학생과 살아내기 위해 철길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열차들을 지켜보는 (파수꾼)의 철도 관리원까지 「가벼운 점심」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오늘 하루도 살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고양이를 포함한 여러 존재들의 무탈한 안녕을 마음 속으로 빌어보려고 합니다.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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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설가
조광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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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2일에 출간된 변호사 이력을 지닌 조광희작가님의 「밤의, 소설가」를 읽어보았습니다.
앞서 읽었던 판사 출신 변호사이신 도진기작가님의 「애니」를 읽었던 터라 이 소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밤의라는 필명을 지닌 소설가 미연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사법고시를 보고 변호사가 된 건우가 밤의의 소설을 계기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데 (밤의, 소설가)에서는 변호사 건우의 시점으로 (건우, 변호사)에서는 소설가 미연의 시점으로 그리고 (래비, AI)에서는 그 두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 AI 래비가 모든 일들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 데 물론 소설이기에 허구이지만 어떤 것이 소설 속 상황이고 그 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상황인지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정말로 소설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AI가 우리 사람을 대체하고 더나아가 그들에게 자아와 감정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왠지모를 두려움이 동시에 드는 것은 저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생존본능이 자연스레 작동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200쪽도 안되는 분량이기에 뇌과학자이신 정재승작가님의 말씀처럼 단숨에 읽었고 오랜 시간 토론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기는 했지만 그 위에 쓰여진 문구는 너무 스포일러가 아닐까 하는 데 사실 그것도 소설 속에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소설가가 쓴 소설인 것인지 모호하기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광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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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노산
김하율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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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11회 수림문학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던 「이 별이 마음에 들어」로 읽어본 적이 있는 김하율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어쩌다 노산」을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는 커녕 결혼을 하지 못한 결코 엄마가 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물론 소설 속의 작가인 김하율 씨는 이미 태리라는 예쁜 5살 딸 아이의 엄마이고 자신의 인생에서는 더이상 아이는 없을 줄 알았으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우연한 계기로 아이를 가지게 되어 태리의 동생이자 아들이라고 산부인과에서 알려준 둘째 태랑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그라들지 않은 시기와 작가라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원고 마감,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글 속에 도사리고 있지만 너무 심각하게 그리지 않고 그 것을 힘들지만 꿋꿋하게 해쳐나가는 작가 김하율 씨의 모습을 보며 아이를 낳아보고 키우지 않았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남편인 해윤 씨도 온전히 못 느끼는 걸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의 크나큰 착각이겠지요.
소설 중간 중간에 작가님이 앞서 저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출간하셨던 첫 소설집 「어쩌다 가족」에 실리거나 지면에 발표하신 단편들의 일부를 볼 수 있어 기회가 된다면 「어쩌다 가족」과 첫 장편소설 「나를 구독해줘」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다음에 출간하실 작품들이 기다려지는 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 것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사랑하시는 가족들과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하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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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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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하고 빽빽한 나무들 위로 바라 보는 이미지가 인상깊고 왠지 모를 서늘하게 느껴지는 성혜령작가님의 첫 소설집 「버섯 농장」을 읽어보았는 데 표제작을 포함한 8편의 단편모두 심상치가 않았어요.
(버섯 농장)
진화와 만났던 남자친구의 아는 동생이 개통해준 휴대폰, 정확히는 진화도 모르게 만든 또 하나의 휴대폰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며 수많은 빚을 지게 된 진화가 친구 기진과 함께 아는 동생의 아버지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 그 아버지를 만났지만 자기 신세 한탄만 늘어놓아 분노가 치밀어오른 진화를 보며 제 일도 아니지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윤 소 정)
윤, 소, 정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정이 보이스피싱을 당하여 자기 자신을 자책을 넘어 혐오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만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위로말고는 없었던 윤과 소가 정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며 정과 함께 살았던 어머니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는 버스에 오르는 대목인 60쪽에서 ‘윤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 매점에서 물과 초콜릿을 샀고 쇼핑백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정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라는 문장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물가)
항암치료를 받는 아이를 보살피는 유안을 대신해 유안이 키우던 치와와 치약이를 대신 보살피게 되고 산책을 시키지만 날씨상황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대신 산책시켜주는 크림이라는 사람에게 치약이를 맡기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치약이를 찾는 두 사람(유안과 나)의 상반된 심정이 눈길이 가더군요.
(주말부부)
조오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남미와 살림이라는 이름이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한 개비에 무려 100만원이나 하는 살림의 담배를 피워버린 조오때문에 살림의 외국인 친구가 남미와 조오에게 찾아와 돈 500만원을 요구하는 다소 터무니없는 상황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대체 근무)
육아휴직으로 잠시 자리 비운 임 주임을 대신해 학원 강사일도 그만 두었던 단강이 예상밖으로 임 주임이 다시 복직하면서 위태로워진 단기계약직 단강의 자리와 일처리가 늦고 매번 자리를 비우지만 정규직이기에 묵직한 임 주임의 자리가 대비되는 와중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혐오가 뒤섞여 있어서 읽으면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공장의 매캐한 냄새가 여기까지 번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구간에서 하룻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입증되지 않는 제품들을 팔아치웠고 심지어 돈까지 빌렸으나 돈을 갚지 않고 문진의 소유가 된 별장에 찾아와 손님을 가장해 방문하여 문진에게 문진은 생전 처음 듯는 문서를 들이밀며 역시 터무니없는 관리비를 요구하는 노부부와 함께 웃고 떠들며 마치 별장의 주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문진의 일상을 뒤흔드는 순연이 괘씸하였고 돈 갚기를 요구하는 문진의 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는 모습에 더더욱 분노가 치솟아 살인 충동까지 느껴졌다면 너무 오버한 것일까요.
(간병인)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로 인해 아직은 발병되지 않았지만 절제술을 받기로 한 나진의 간병을 맡게 된 의뭉스러운 간병인 미형과 아버지와의 관계또한 의뭉스러웠습니다.
(사태)
아이를 맡기고 캠핑을 즐기려는 희도와 보정 부부를 따라 역시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감시카메라가 있는 애견호텔에 맡긴 경주에게 소나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산사태주의보까지 내려지며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군인이 찾아와 화장실을 쓰며 물 먹는 하마처럼 경주와 희도, 보정 부부가 가지고 있던 물을 다 마셨음에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수돗물을 받아 마시기까지 하는 기이한 모습에 불길하고 나쁜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암이 발병 되어 투병생활을 하셨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시는 작가님을 보며 거울 속에 비친 현재의 제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어 많은 생각이 들었고 저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성혜령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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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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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고용된 사람이기에 자영업자이신 사장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홀로 저녁부터 해가 뜨는 아침까지 일을 하면서 손님이 한 분도 오시지 않은 채 1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사장님 못지 않게 불안(사장님과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더 열심히 응대를 하고 권유도 많이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들긴합니다.)하고 조마조마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서수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에 등장하는 한강공원 근처이지만 보증금없이 월세가 저렴한 자리에 카페를 차리게 된 자영업자 공마은이나 그 맞은 편에 꽃집을 운영하는 채영, 마은보다 먼저 카페를 차린 솔이, 그리고 서울을 떠나 울산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마은의 엄마 지화 씨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내며 읽으면서 물론 이 소설에서는 여성 자영업자들의 시선이 주로 담겨져 있지만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여러가지의 두려움을 안으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졌고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더 나은 쪽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서로를 의식하고 질투하며 경쟁을 벌이는 야근을 잘 하지 않는 보영과 그런 보영이 뽑은 야망을 지닌 신입 현수의 불꽃튀는 경쟁구도 또한 소설 속에서나 있는 일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손님(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취향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센스있게 착 손님에게 드리면 좋아하시겠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시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면 뒤에서 험담하거나 다시는 오지 않으실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는 그러한 모습도 있고 손님의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데 자기 자신만의 입장만 내세우며 고객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자영업자의 모습을 보며 138쪽 ‘결국 주민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이가, 반면에 자신의 가게 앞을 모른 척 스쳐 지나가는 주민들을 은근히 미워하며 마음을 굳게 닫고 그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이도 있다. 아마도 우리 자영업자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하루를 보내고 견딜 것이다. 거기에 정답은 없다.‘ 라는 구절이 오랫동안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이서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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