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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이달의 책 선정, 리뷰를 쓰고 있는 현재(6월 16일) 알라딘 종합 주간 5위를 기록 중인 김기태작가님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드디어 읽게 되었는 데 그전에 작가님의 작품들이 각종 문학상 후보에 들거나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어서 나름 기대를 했지만 우연찮게 작가님의 사진을 보자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보여져 놀라웠고(실제로 서른 일곱에 등단하셨다는 기사를 리뷰 쓰시 전에야 접했어요.) 단편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추기 위해 애쓰시는 것이 아닐까하는 선입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실린 (세상의 모든 바다) 부터 (로나, 우리의 별) 에 등장하는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상의 아이돌과 오디션출신 싱어송라이터, (롤링 선더 러브)의 맹희가 출연하게 된 연애예능 프로그램등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상황이 아닌 실제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나 아이돌, 뮤지션들이 자연스레 생각났고 이러한 것들을 작가님이 잘 활용하시며 소설 속에 녹아들어 젊은 세대가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다)의 재일교포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선택한 하쿠, <솔로 농장>에 출연하기 전에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별소득이 없지만(출연 후에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은 것 같은)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롤링 선더 러브)의 맹희, 평범하고 무난하게 학업, 취업, 결혼을 하며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만나는 (전조등)의 평범하지만 인생을 잘 영위하고 있는 남자, 아무도 맡지 않으려던 <고전 읽기>를 선택하여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자신의 수업을 의미있게 들은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무엇보다 1년에 2달정도는 쉴 수 있는 (보편 교양)의 정교사인 곽, 부모로부터 배운 강박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에 주기적으로 가면서도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어 해외를 포함하여 가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팍스 아토미카)의 작가까지 어떻게보면 평균보단 높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가 반면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마트 알바를 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진주와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니콜라이,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채 그동안 힘겹게 운동했던 역도를 그만두게 될 예정인 (무겁고 높은)의 송희,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명민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아무도 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태엽은 12와 1/2바퀴)의 노인같은 인물들이 있어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사람들 속에서 곳곳에 피어나는 각종 악숙한 매체들은 덤으로 접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저 역시도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으며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43쪽 변형하여 인용)‘하며, ‘모두가 공평하고도 아늑하게 하얀 눈에 덮여서, 미처 닿지 않는 그늘에서도 단정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여밀 수 있는 날(무겁고 높은, 263쪽 변형하여 인용)‘이 제게로 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기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