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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소년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유리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5월
평점 :
마음산책 짧은 소설이 벌써 20권이라니 놀라우면서도 앞으로 출간될 짧은 소설들이 기대가 되는 가운데 그 스무번째는 이유리작가님의 「웨하스 소년」입니다.
보통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에는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과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시는 작가님이 함께 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 데(사실 이기호작가님의 「눈감지 마라」에서도 그림이 없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작은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나 읽어보지 않고 그대로 반납해버려) 이번 작품의 표지가 외국작가님의 작품이라 그런지 이번 「웨하스 소년」에서는 14편의 짧은 소설만이 실려있어서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를 통해 이유리작가님의 작품들을 접해왔기에 그림이 없어도 좋을 것이라는 예감을 하며 읽기 시작했고 그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우연히 냇가에서 발견한 캔을 따려고 하자 캔 속에 있던 존재가 제발 따지 말라고 다급하게 외쳐대던 (작가의 말)부터 지구와 같은 푸른 행성을 반려 동식물처럼 가꾸는 (가꾸는 이의 즐거움), 작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포착하여 보여주는 (기쁨 목걸이)와 내 생애 가장 특별했던 날로 돌아갈 수 있는 (돌이키는 하루), 랜덤으로 하루하루의 행복과 불행을 구독하는 (투데이즈무드), 나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차라리 버섯이 되는 선택을 하는 (버섯의 나라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흡혈하며 뺏어가는 (보석 모기)나 날개를 달고 태어나버린 (웨하스 소년)과 예기치 못한 상처로 인해 행복을 찾은 (따개비)의 연인, 그리고 공기가 들어있는 반투명한 고양이와 줄에 매달려 빙빙 돌고 있는 비쩍 마른 뼈다귀를 파는 백화점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모자와 구두를 팔던 (새해 다짐)의 인물들까지 한참 전에 바뀐지 오래지만 저를 애먹이던 가게 내 프런터기기와 세스코가 지켜주므로 이제는 볼 수 없었던 쥐새끼들이 떠올라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자연스레「브로콜리 펀치」를 읽었던 당시로 시간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유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