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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연습 ㅣ 창비시선 413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10월에 처음 읽은 한국 시집은 바로 8월말에 신작 시집을 발표하신 창비시선 413번째, 박성우시인의 「웃는 연습」입니다.
사실 저는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훑어만 보고 있는 데 「웃는 연습」에 실린 (개구리), (뱀), (콩), (꾀꼬리), (지네), (보리), (오디), (염소), (비닐하우스), (토란), (배추꽃)처럼 자연친화적이며 농촌마을이 눈 앞에 있는 것 같은 제목을 가진 시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웃는 연습」에 실린 시들 중
커진 입이 나를 뛰게 한다 (개구리)
내 몸이 길어져서 짧은 하루였다 (뱀)
내 속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칫솔과 숟가락이다
(칫솔과 숟가락)
대지도 알약을 삼키듯 하루해를 넘긴다 (회사원)
같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시집 제목이 「웃는 연습」이어서 (웃는 연습)이 제목인 시가 있거나 ‘웃는 연습‘을 주제로 한 시가 있는 줄 알았는 데 (순전히 ‘웃는 연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마흔)이라는 시 마지막 부분
늦은 밤 거울 앞에 선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에서 제목이 나오더군요.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저로서는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서도 마흔이 되면 저도 그럴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웃는 연습」시집에서 제가 손으로 쓴 시는 바로 앞에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4개의 시(개구리),(뱀),(칫솔과 숟가락),(회사원) 뒤에 실린 (카드 키드)라는 시입니다.
처음에 이 시를 보며 재미있었는 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이에요.
카드로 결제한 정장, 구두, 침대, 패스트푸드음식이나 카드론으로 얻은 원룸, 직장 동료의 결혼식같은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할 때 현금서비스를 이용하여 마련하는 등 카드가 요긴하게 우리의 삶에서는 절대 없어선 안되는 존재가 되었죠. 저 역시 카드 키드가 된지 5개월정도 된 것 같네요.
그리고 카드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월급날에 받은 급여는 정해진 날에 어김없이 카드에게 옮겨가고
카드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헬스클럽이나 여행같은 쉽게 지불하기 망설여졌던 것들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카드 키드(여기서는 4대보험이 적용되는 이름만 대면 어느정도 아는 번듯한 기업의 정규직사원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다면 저는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카드 키드에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요?)가 되고자 학점관리하고 스펙이라는 것을 만들고 입사지원을 하지만 번번이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고 운이 좋아 면접을 보는 ‘언제 취직할 거니‘를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정도로 듣는 청년들이 최종합격하여 카드가 지켜주는 직장생활을 하며 ‘언제 결혼할 거니‘로 바뀌는 말을 또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정도로 듣거나 서로의 반쪽을 찾아 그 말까지 듣지 않게 되는 것까지 머리 속에 그려지더군요.
한 글자씩 손으로 쓰면서 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뜻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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