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코의 봄
유응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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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도 걸리지 않았던 소설을 6년만에 책으로 내신 유응오작가님의 「하루코의 봄」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하루코와 나이트클럽 문지기였던 승룡, 명문대출신이지만 동성애자이며 과감하게 화류계로 뛰어든 떨이, 호스트바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 아빠방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나며 아직도 도박을 끊지 못한 불새, 나이트클럽에서 DJ로 활동했으며 CD보다 레코드판을 사랑하는 판돌이, 그리고 전문대를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으며 불새와 달리 카지노의 마이다스 손인 난주까지 음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가슴 아팠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과거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얼굴과 몸으로 먹고 살아가는 화류계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보여지기도 하지만 직업을 떠나서 그들도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뜻하지 않게 이별하고 함께 했던 사람을 배신하게 되는 상황을 접하며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화류계에 머문 적이 전혀 없음에도 하루코, 떨이, 불새, 승룡, 난주, 판돌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더 힘들 수도 있거나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호 : 1. 유응오작가님의 「하루코의 봄」을 읽으며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뜨겁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

불호 : 1. 재작년에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된 강윤화작가님의 첫 소설집「목숨전문점」이나 작년에 출간된 김민정작가님의 첫 소설집 「홍보용 소설」같은 감각적인 책 디자인을 올해에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책 표지는 정말 좋은 데 추천사가 하얀 글씨여서 잘 눈에 띄지가 않아요. 물론 검은 글씨였다면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죽어버리니까 어쩔 수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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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권정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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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도 모르게 ‘라빠빠‘를 흥얼거리며 미친듯이 제 곁을 떠나야했던 존재들을 만나보고 싶은 갈망을 느꼈습니다.(라빠빠)
바로 오늘 다 읽은 권정현작가님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를 읽어보면서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고 마네킹일 뿐인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고픈 그녀(어둠은 어떻게 증식하는가?)나 영화관 주차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노사우르스를 기르고자 했던 외주 만화가(아르헨티노를 위하여), 매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지긋이 응시하던 미나를 사랑하게 된 모나드 미술관의 지하 수장고 관리자(존재와 이미지, 혹은 사랑에 관한), 자신이 쓰던 시를 발표함과 동시에 소멸하기를 원했던 B시인(거미의 집), 허름한 고시원에서 방세도 밀린 채 궁핍하게 살다 아무도 없는 마트에서 정차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 블랙컨슈머(마트의 왕)까지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깊은 심연에 정차없이 길을 잃고 헤매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리산도령같은 천안통을 가지게 된 예언자가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거나(옴, 바라마타리아) 오래 전에 불었던 피리소리가 불현듯 들려오게 되거나(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겨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정차 없이 떠돌며 살게 된다 해도(라빠빠) 나쁘지 않겠다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표제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현진건 문학상을 수상하셨고 최근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셔서 곧 출간예정인 「칼과 혀 : 사실 저는 앞서 나왔던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정범종작가님의 「칼과 학」이 연상되어서 또 다른 제목후보였던「붉은 혀」가 되었으면 했는 데 그렇게 되었네요.」도 기대가 큽니다.

호 : 1. 권정현작가님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를 읽으면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저도 모르게 출구가 없는 깊은 심연에 갇혀 정차없이 떠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호 : 1. 앞서 나왔던 이태형작가님의 첫 소설집 「그랑기뇰」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의 표지이미지를 구하실 여건이 크게 안 되었는 지는 몰라도 자세히보니 역시 이미지를 최대한 늘여놓아서 깨져있어요.
(별로 해상도가 좋아보이지 않은 이미지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던 것 같지만 소설의 느낌과 잘 맞는 이미지라 다행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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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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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물류창고아르바이트를 하다 소셜미디어 BJ까지 하던 인물이 등장하던 첫 소설집 「어비」의 김혜진작가님이 오늘의 젊은 작가 17번째인 「딸에 대하여」가 출간되자 바로 구매하였으며 바로 어제 오후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엄마는 교사일을 하다 봉고차를 몰고 보험을 판매하고 구내식당에서 일하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까지 하며 딸은 여러 곳의 대학을 전전하는 보따리 강사인 동시에 비정규직이며 그 것도 모자라 같은 동성의 연인과 7년동안 만나고 있는 데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아버지와 많은 다툼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띠팟처럼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후원자님들에게 도움만 받았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소설에서처럼 저는 동성애자나 동성인 친구와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남들처럼 좋은 데 취업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을 아버지와 당당하게 남들처럼 내가 일하는 만큼 내가 쓰길 원했던 제 자신과의 많은 갈등과 서로에게 뾰족한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으며 서로를 불신하고 인생에서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생각까지 했던 것이 이제는 갑갑했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지 한참 되었음에도 삶이 윤택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온 것 같고 사실 하실 만큼 하셨기에 (나를) 포기하셔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한 번 찾아 가 보고 싶기도 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런 나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을 생각하면 막상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네요.
한편으로는 좋았던 추억 대신 불행했던 기억들로만 가득차서 원망하기도 했었으며 아직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미루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호 : 1. 인상적인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김혜진작가님의 「딸에 대하여」를 비교적 빨리 읽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과 느낌이 교차되더군요.

불호 : 1. 아버지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데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더 어렵겠지요. 솔직히 동성연인인 레인과 그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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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른 달보다 조금 빨리 완독한 것 같아 기쁩니다.
아마도 10월 추석 연휴로 인해 신간들이 조금 빨리 많이 나왔네요.
그래서 20일까지 구매한 것들만 10월까지 읽으려고 합니다.
이승우, 백민석, 김하서작가님의 소설집과 세계문학상 우수상,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을 받은 책과 박성우, 이시영시인의 신작 시집까지 정말 읽을 것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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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탄생하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501
이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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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창비 시선이 400번째를 돌파했고 얼마 전에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500번째를 돌파했더군요.
문학동네시인선도 지금 98번째이니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는 100번째 돌파할 것 같네요.
그중 문학과지성 시인선 501번째, 바로 이원시인의 5번째 시집인 「사랑은 탄생하라」를 훑어보았는 데
사실 이원시인의 이름도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시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는 말입니다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앞서 훑어봤던 다른 시인들의 시집들과는 다르게 같은 제목을 가진 시가 많더군요.
보통 같은 제목을 가진 시들은 옆에 부제를 표시하는 거에 반해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그런 표시가 없었습니다.
(애플 스토어)라는 제목을 가진 시가 4편, 제목이 (사월 사월 사월)인 시가 3편 연달아 있으며 (플라밍고)도 2편 연달아 있고 (오늘은 천사들의 마지막 날)과 (4월의 기도)도 2편 연달아 실렸더군요.
이 시집에서 제가 골라서 쓴 시는 (한 편의 생이 끝날 때마다)라는 시인데,
‘눈이 햇빛에 녹는 시간을 생각했다/
몸에 쌓인 죄가 빛나기 시작했다‘라는 구절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제가 이 시를 써야 겠다고 마음 먹은 구절이 있었는 데 바로 뒤에 있는
‘더 꺼낼 수 있는 표정이 없다/갖고 있던 표정을 모두 썼다‘라는 구절이 제 눈길을 끌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 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쓰다 보면 알게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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