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권정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저도 모르게 ‘라빠빠‘를 흥얼거리며 미친듯이 제 곁을 떠나야했던 존재들을 만나보고 싶은 갈망을 느꼈습니다.(라빠빠)
바로 오늘 다 읽은 권정현작가님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를 읽어보면서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고 마네킹일 뿐인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겨주고픈 그녀(어둠은 어떻게 증식하는가?)나 영화관 주차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노사우르스를 기르고자 했던 외주 만화가(아르헨티노를 위하여), 매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지긋이 응시하던 미나를 사랑하게 된 모나드 미술관의 지하 수장고 관리자(존재와 이미지, 혹은 사랑에 관한), 자신이 쓰던 시를 발표함과 동시에 소멸하기를 원했던 B시인(거미의 집), 허름한 고시원에서 방세도 밀린 채 궁핍하게 살다 아무도 없는 마트에서 정차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 블랙컨슈머(마트의 왕)까지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깊은 심연에 정차없이 길을 잃고 헤매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리산도령같은 천안통을 가지게 된 예언자가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거나(옴, 바라마타리아) 오래 전에 불었던 피리소리가 불현듯 들려오게 되거나(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겨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정차 없이 떠돌며 살게 된다 해도(라빠빠) 나쁘지 않겠다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표제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현진건 문학상을 수상하셨고 최근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셔서 곧 출간예정인 「칼과 혀 : 사실 저는 앞서 나왔던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정범종작가님의 「칼과 학」이 연상되어서 또 다른 제목후보였던「붉은 혀」가 되었으면 했는 데 그렇게 되었네요.」도 기대가 큽니다.

호 : 1. 권정현작가님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를 읽으면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여 저도 모르게 출구가 없는 깊은 심연에 갇혀 정차없이 떠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호 : 1. 앞서 나왔던 이태형작가님의 첫 소설집 「그랑기뇰」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의 표지이미지를 구하실 여건이 크게 안 되었는 지는 몰라도 자세히보니 역시 이미지를 최대한 늘여놓아서 깨져있어요.
(별로 해상도가 좋아보이지 않은 이미지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던 것 같지만 소설의 느낌과 잘 맞는 이미지라 다행이긴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