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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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작가님의 짧은 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라는 제목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아무 일도 없는 밤)에서 아직 가족들은 도착하지 않았는 데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노인의 곁을 지키면서 ‘오늘 밤은 죽지 말아요.‘ ,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라며 말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모르지만 곧 죽음이 머지않은 노인에게 꺼내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끝나서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가족들이 노인에게로 와서 말을 건내줘야 할텐데...... 하며 제가 조마조마했던 것 같아요.
총 13편의 짧은 소설에서 끝이 보이고 이제 끝을 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오랫동안 만나왔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를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키스할까?)의 그와 그녀와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캠퍼스커플은 상준과 효진, (어떤 끝)의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끝을 예감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여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곁에 있던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볼 수 없게 되면 (그 새벽의 온기)의 연인과 헤어진 그녀나 (여행의 시작)의 부인을 잃은 남편처럼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허전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그 새벽의 온기)의 그녀 곁에는 따뜻한 혀, 축축한 코, 부드러운 털을 지니고 있는 늙은 개가 (여행의 시작)의 남편에게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딸이 있기에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백수린작가님의 작품에서는 프랑스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다른 작가님에 비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평론가님처럼 굳이 작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작품만 봐도 백수린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가 있을 겁니다.
백수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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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리고 주식회사 - 2019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영 지음 / 광화문글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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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부터 수림문학상 수상작을 매년 이 시기에 만나보고 있는 데 벌써 7회더군요.
이번에 수상하신 최영작가님의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표지를 보고 약간 공상과학 소설이 아닐까 생각은 했던 것이 37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각 장이 있어서 혹시 너무 읽기 힘들 까봐 걱정이 들었는 데 웬걸 생각보다 잘 읽혀나가서 놀라웠고 긴 고시생활을 접고 ‘로메리고 손해사정 주식회사‘에 대리로 입사하게 된 이정우라는 인물 또한 놀라웠어요.
입사하자마자 대리로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자전거가 금지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꽈당하고 넘어져버린 황도광이 공원의 과실로 인해 넘어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황도광이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를 조사하는 일인 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보험금이 언제 나오냐며 재촉하는 황도광을 대하느라 말그대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한편 3년이나 정우를 만난 여자친구 희주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유리창이 깨져 한 남자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는 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국정원직원이었고 사실 그 광경을 정우가 먼저 목격해버려서 황도광의 사건 또한 그 것과 연관이 있는 지를 깊게 조사하게 되는 이야기인 데 특별히 원소 기호하고는 그다지 관련은 없지만 제일 처음에 인용이 된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복잡성 이론을 소설에서 보여주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꽤나 흥미로워서 사실 조금 아껴두려고 했는 데 저도 모르게 손이 가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까하고 상상도 해보고......
그리고 정우의 고향이 안개 많기로 유명한 ‘무진‘이어서 저는 김승옥작가님의 「무진 기행」보다 먼저 공지영작가님의 「도가니」가 생각이 났었는 데 「도가니」를 책으로도 보고 영화로도 봤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공지영작가님 또한 「무진 기행」에서 무진시를 가져왔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60쪽에서 ˝아니오. 전임 경리과장은 잠복해버렸고, 막내 직원만 남은 거에요.˝라는 대사에서 ‘잠복‘이 아니라 ‘잠적‘ 이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108쪽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 데 이때는 ˝들키니까 전임 경리과정은 잠적해 버렸고, 막내만 남은 거죠.˝라는 대사가 있네요.
아무튼 굉장히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최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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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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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콜렉션 13번째로 전경린작가님의 「이중 연인」이 출간되어서 로망콜렉션을 꾸준하게 챙겨보던 저는 안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9000원 하던 책 값이 11000원으로 오르게 된 것은 참으로 아쉽지만 물가가 올랐으니 당연히 책 값도 오르겠지요.
제목이 「이중 연인」이라서 그런지 본의 아니게 수완이 정신적인 만남을 갖는 어머니를 마마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는 이열과 육체적인 만남을 갖고 있으며 산을 좋아하여 에베레스트 산도 등반했던 황경오를 비슷한 시기에 만나게 되면서 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중략)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다.(98쪽)‘이라는 문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다소 집착이 심한 이혼한 전처가 있는 황경오와 자유로운 영혼인 이열 사이에 만약 제가 수완의 입장이라면 누구를 선택했을 지 아니면 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며 사랑할 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 같아요.
전경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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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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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팽이」이후 6년만에 두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을 출간하신 최진영작가님이 쓰신 「겨울방학」에 실린 10편의 단편들을 소중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돌담)과 (겨울방학)을 읽으면서 저 또한 저에게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시기를 떠올려봤는 데 저는 (0)의 주인공처럼 보여주기 위한 일기는 물론 나만 보기 위한 일기를 쓰지는 않았지만(그래서 늘 선생님께 혼이 났지만) 아파트나 빌라에 살며 집에 컴퓨터가 있어 숙제를 쉽게 해오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같은 반 아이들 앞에서 거짓말한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잘 다니다가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가까운 곳에서 하는 날이면 두려웠어요. 왜냐하면 끝나고 걸어서 각자의 집으로 가는 데 아파트에 살지 않던 저는 늘 조마조마하며 아파트에 가는 척하다가 같은 반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자 곧장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13만원이나 하는 보일러도 연탄도 없어 차가운 물만 나오고 겨울에는 그나마 수도가 얼어 주인집에서 따뜻한 물을 얻어 쓰곤 했던 그 집으로 도망치듯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못가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멱살잡히며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첫 소설집에도 (첫사랑)이라는 단편이 있었던 걸로 기억나는 데 두번째 소설집에도 동명의 제목을 가진 (첫사랑)이라는 단편에서 좋아하기 싫은 데 이렇게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데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는 다며 울상을 짓던 우현의 마음과 그런 우현이 보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린 혜지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가족)또한 가족을 갖지 못한 주은을 멀리서도 사랑하겠다고 어떻든 간에 너와 같이 살고 싶다며 이야기한 수호라는 남자가 아니, 사람자체가 멋지더군요. 소설에서라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그외에 다른 단편 또한 어쩌면 가족보다 훨씬 더 유대감을 가졌던 외할머니가 불현듯이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는 (의자), 만담같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던 (막차), 곧 머지 않아 돌멩이가 우리가 사는 지구로 날아오게 되는 상황(어느 날(feat. 돌멩이))또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방금전에 택시기사님이 제게 마시라고 주신 레쓰비 한 캔을 (오늘의 커피)라 생각하고 마시면서 이 리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정겨운 표지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지만 읽다보니 어느 정도 칠이 벗겨지는 디지인이 맘에 들지는 않았던......
아무튼, 최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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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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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 시리즈의 두번째로 조우리작가님의 「라스트 러브」를 읽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박사랑작가님의 「우주를 담아줘」가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을 덕질하는 팬들이 주인공이었다면 「라스트 러브」는 5년차 걸그룹 ‘제로캐럿‘ 의 멤버인 다인, 준, 루비나, 3년차에 탈퇴한 지유와 재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하여 새로 들어온 마린까지...... 이들의 이야기와 파인캐럿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쓴 팬픽이 교차되는 소설이었습니다.
팬픽을 저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아이돌그룹의 팬이 쓴 걸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단행본에서 만나 본 것은 처음이라 독특하면서 신선했습니다.
꾸준히 데뷔하고 멤버의 탈퇴없이 20년이상 그룹을 유지해오고 있는 ‘신화‘나 ‘god(한 번 해체하기도 했지만 재결합하여 꾸준히 앨범들을 내고 계시죠)‘같은 예외의 그룹도 있지만 대부분의 걸그룹이 보이그룹은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여 바뀌거나 7년이라는 계약이 끝나면 해체하여 각자의 길을 가거나 일부만 재계약을 하면서 그 일부만 그룹으로서 활동하거나 그 것도 아니면 해체발표만 하지 않은 채로 기약없이 세월이 흘러가거나......
어느 쪽이든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우주를 담아줘」에서 언급했지만 특별히 좋아하거나 덕질을 하던 아이돌그룹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잘 감이 오지 않지만 「라스트 러브」를 읽으면서 조금은 알 것같아요.
조우리작가님, 흥미롭고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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