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죽을 사람들이 가는 곳 아니냐?”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자는 의미로 웰 다잉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이므로,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 호스피스 창시자 시실리 손더스 박사  (1918-2005)

 

 

그러나 사실 호스피스는 죽으로 가는 곳도 아니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자는 웰 다잉운동도 아닙니다. 우선 어떻게 죽는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 , 혹은 웰 다잉이 무엇인지도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고통 없이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흔히 오랫동안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서, 가족과 친지도 없이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지막까지도 암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비방 약을 찾아서 재산을 낭비하고, 가족과 친지들과는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도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이 삶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진통제를 충분히 써서 통증이 없고, 가족과 친지들이 가까이 있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임종 실에서 존엄한 임종을 맞이했다한 들, 하고 싶은 여행도 못하고, 맛있는 음식도 못 먹고, 친구와 가족과 서로 대화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웰 다잉일지는 몰라도, 호스피스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물론 호스피스가 누구나 존엄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나 죽음 자체가, 혹은 존엄하고 평화로운 죽음이라 해도, 죽음 자체가 호스피스의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암 환자가 죽기 전에 어떻게든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을 보고 싶어서, 무리하게라도 차를 타고 보러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갑작스럽게 고통을 받으면서 가까운 가족도 없이 임종을 맞이했다고 해서. 그것은 웰 다잉 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까요 ?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안중근 의사이순신 장군의 처절한 죽음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구하고, 수 십, 수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족의 혼을 깨우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좋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인지 대해서는 너무 따질 것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이렇게 혹은 저렇게 주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유서쓰기 운동까지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어떻게 죽어야 한다는 좋은 죽음의 정해진 틀이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죽음은 그저 찾아오는 대로 맞이할 뿐이지, 미리 걱정하고 고려할 대상의 성질이 아닙니다. 죽음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물론 현재 웰 다잉이니 좋은 죽음을 위한 사회운동이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호스피스 운동을 웰 다잉운동으로 혼동하는 바람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호스피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오히려 존엄한 죽음자체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당연히 죽고 싶지도 않지요. 누군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철부지이거나, 거짓말 장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며, 호스피스 환자는 더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호스피스 정신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더구나 존엄한 죽음이나 혹은 죽음을 받아드릴 것을 누구에게라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유서 쓰기나, “웰 다잉등은 하고 싶은 사람은 개인적인 소망으로 해도 되겠지만, 대다수 호스피스 환자에게는 권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호스피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론 선호가 있다면, 미리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겠지만, 굳이 미리 정해놓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해도 되는대로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니 굳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미리 정하라고 환자들에 권하거나, 가족에게 정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죽음을 맞이하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음에 대하여 구태여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죽음은 오히려 각 개인의 생각과 각자가 지내온 삶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호스피스의 창시자인 시실리 손더스 박사의 말씀대로 삶의 방식이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지,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손더스 박사가 설림한 호스피스 기관 : St Christopher Hospice 1957  

 

호스피스 환자라고 해서 죽음을 받아드려야 한다거나, 아니면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것은 호스피스 팀인 우리가 살아가면서 준비하고,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몫이 아닙니다. 가족의 몫도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호스피스는 좋은 죽음이나 웰 다잉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호스피스는 무엇일까요 ?

 

현대의 호스피스 정신을 창시한 시실리 손더스 (Dame Cicily Sanders) 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matter to the last moment of your life, and we will do all we can not only to help you die peacefully, but also to live until you die.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신이 마지막까지 살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잘 죽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잘살기 운동입니다. 의료진, 가족, 친지를 포함한 모든 사회구성원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모으고 투자하여, 누구나에게, 가난하든 부자이든, 유명한 사람이든 아니든,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최소한 마지막 6개월간은, 죽는 그 순간까지는 , 자신의 뜻을 최대한 존중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호스피스입니다. 그러니 호스피스는 죽음과는 관련 없고, 오로지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하여”, 삶을 고민하는 의학이자 사회운동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가 된다면 아래 몇 가지를 유념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 죽음이니, 임종이니 하는 말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주십시오.

환자나 가족에게 죽음을 준비하라든지 하는 말조차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호스피스는 웰 다잉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명심해주십시오.

 

2. 환자가 무슨 병인지, 언제까지 살 것 인지도 굳이 알려고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오늘이 바로 마지막 시간이라고, “오늘, 이번 주, 이번 달을 어떻게 잘~ 살 것인지만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먼 미래나 한 달 후보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미래에 어떻게 하자든지 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환자에게나 우리에게나 오늘,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이 가장 중요한 시간임을 항상 명심해 주십시오.

 

4. 무엇보다도 환자의 의견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주십시오.

먹고 싶은 것은 먹을 수 있도록 가고 싶은 곳은 가도록,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능력이 닿는 한 도와주십시오.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의 지시나, 권유는 무시해도 됩니다. 호스피스에서는 환자의 의견만이 유일한 기준이 됩니다.

 

5. 환자가 싫어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환자를 위한 일이라 해도 해서는 안 됩니다. 주사나, 검사, 치료도 환자가 싫어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호스피스 봉사자는 누구라도 환자가 싫어하는 것은 누구라도 단호하게 제지해야 합니다.

 

6. 환자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가장 소중합니다.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마주보고, 같이 웃고 같이, 울어주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값어치 있고, 가장 소중한 호스피스 활동임을 명심합시다.

 

 

호스피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를 생각하기보다는 남아있는 생을 활기차고, 행복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에 뜻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신입니다.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야 편안하게 잠이 오듯이, 충실하고 활기찬 인생을 살면 죽음도 편안하게 올 것입니다.

 

호스피스의 정신은 죽음이 아니라 삶에 있음을 알고 항상 어떠한 삶을 살도록 도울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호스피스 회 자원 봉사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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