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몇 기 인가?” 라는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4기라는 말을 들으면, “그럼 말기 암이군요” 라고 체념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4기암이 곧 말기 암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이다. 암이 1~4기까지 있으니, 이런, 4기면 말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천만에 그런 것이 아니다. 말기 암 (terminal stage cancer)은 일반적인 암의 병기와 전혀 무관하다. 의학적인 “말기” 라는 의미는 “6 월 이내에 죽음을 맞이할 상황” 의미가 가장 적당하다. 이는 암의 병기보다는 환자의 상황 특히 전신 건강 상태가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말기 암” 이란 말이 사용되는 경우를 든다면 다음과 같은 대화에서 볼 수 있다.
암 환자의 아들 : 어머니가 전에는 식사도 곧잘 하셨는데 한 달 전 부터는 부쩍 쇠약해지셔서 , 식사도 거의 못하시고, 거의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상황 이예요. 이젠 “말기” 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담당 의사 : 예, 그렇게 생각하셔도 될 듯합니다. 더 이상의 항암 치료는 오히려 어머님께 해가 될 듯합니다. 그리고 더 상황이 악화되면..,1-2개월 이내에 돌아가실 수도 있습니다.
이 대화에서 보듯, “말기” 로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오래 살거나, 치료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은 기간을 “편안하고 고통 없이” 지내게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미국의 뉴욕 주에서는 2011년에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규정한 소위 “ 완화의료 법 : Palliative Care Act /2997-c‘. 이 법에 의하면, 의사는 생존 여명이 6 개월 이내로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적절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를 선택하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에게는 무슨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든지 하는 말이 오히려 해가 된다. 특히 여명이 수개월 이내의 말기 환자에게는 항암 치료나, 수술은 물론, CT 검사나, 피검사등도 최소화 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식사와 물을 먹지 않고 가능한 빠르게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도록 자유롭게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 Voluntary stop eating and drinking . : VESD)
4기 암을 말기 암으로 오해하는 것 중에 황당한 것은 , 4기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건강상태가 좋은 경우에도 불구하고, 지래 짐작으로 자신이 “말기 암 환자” 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또는, 불순하고 고의적으로 4기 암 환자를 말기 암으로 호칭하여, 곧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을 유발 시키는 행위이다. 어떤 환자는 자신이 스스로 내린 “4기암은 곧 말기암 판정”으로 해석하고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이 살아 있는 것 보면, 자신이 달여 먹은 “00삼, 00뿌리” 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4 기암은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는 판단되지만, 생존기간은 암에 따라서, 혹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갑상선 4기암이라면 수년 ~ 십년 넘게 생존하는 것이 흔하다. 유방암이나, 대장암 암 환자도 수년이상 비교적 활발한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4 기 암 환자로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지래 “나는 말기 암” 이 라는 생각을 가지 말아야 한다. 4 기암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강구해볼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남은 생을 자신의 주관 하에 의미 있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다.
혹시라도, 4 기암을 말기 암으로 잘못 오해하여 지래 치료를 포기하거나, 곧 죽을 것 만 같은 불안감에 이끌려 여기저기 치료가 된다는 말로 현혹하는 잘못된 치료법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기암이 곧 말기 암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