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일광욕"이라는 말이 사라져 버렸다.
과거에는 "햇볕을 쬔다"는 말은 수시로 사용되는 일상 용어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린 문화? 혹은 습관이 된듯하다.
작년 9월 유럽여행에서 돌아오다 핼싱키 공항에서 연결편을 기다리던중, 스웨덴에 사는 교포 여성을 우연히 만나 행싱키 시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되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스웨덴 교포 남편을 만나 스톡홀름에서 살게된지가 벌써 7년이 넘었다고 하였다. 그분은 차를 마시는 내내, 비행기 연결이 늦어져서, 2 시간 이상으로 기억되는데.. 아무리 북구라고하지만, 9월 초의 여름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는데도.. 햇볕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앉아서 얼굴을 해를 향하여 내밀고있었다. 그러한 행동은 한국인으로서는 특히 여성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어서 놀람을 금치 않을 수없었다.
그녀는 하루 10분의 햇볕도 아깝다고 하면서, 여름이 가기전에 충분히 햇볕을 쐬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이 검어지고 기미가 생기는게 무섭지도 않는냐고 말하자.. 웃으면서 자신도 한국에 살때 항상 가리고 다녔다고 말하며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나 북구의 스웨덴에서 살다보니 햇볕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고, 이젠 여름철이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충분히 햇볕을 쬐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마져 생기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얼굴이 충분히 햇볕에 그을리고 기미가 많이 있어야, 부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얼굴이 허여멀건하고, 기미도 없으면 오히려 없는 사람, 실내에서 일만해야 하는, 햇볕도 못보는 하층민으로 보인다고 했다. 요컨대 기미가 많고 그을려야 더 귀티나게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스웨덴에 사는 흑인들은 피부가 검어서 햇볕을 충분히 흡수 하지 못하여 매우 괴로와하며, 결국에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엷은 햇볕에 적응하기 위하여 피부색소가 옅어지게되어 백인 황인이 되었다는 것이 인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아니던가!
이말을 듣는 순간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귀국하여 햇볕과 건강에 대한 의학적 논문을 검색해보았다. 물론 햇볕은 알려진 대로 몸에서 비타민 D 합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니 가장 중요하다기 보다는 인간이 알고있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실은 햇볕이 피부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몸에 미치는 영향, 눈에 통하여 뇌에 미치는 영향, 이로인하여 발생하는 수많은, 아마도 엄청나게 많은 변화의 대부분은 아직 모르고있을 것이다.
그나마 알고있는 햇볕의영향을 대략적으로 정리한다면,
1. 말할 필요도 없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비타민 D를 합성하게 한다. 돈주고도 못사는, 자가 제조한, 진짜 비타민이다. 합성이 아니다. 진짜와 가짜는 완전히 다르다.
2. 햇볕과 피부암 암발생과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햇볕에 의한 피부암은 주로 엷은 피부색의 백인들이 자신들이 살던 북유럽을 떠나, 웑래는 자신들이 살지 않던 지역 특히 호주나, 미 서부 같은 햇볕이 강렬한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온대나 열대 지방의 아시아, 아프리카 인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햇볕에 의하여 발생하는 피부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3. 햇볕은 피부암을 제외한 여러암의 발생과 이로인한 사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꽤있다. 특히 유방암, 폐암, 난소암을 비롯한 여러암의 사망률은 일조량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즉 일조량이 많은 지역일 수록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한다. 이러한 효과는 비타민D와도 관련이있지만, 햇볕의 알려지지 않은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4. 그 자체가 강력한 살균제 역할을 한다. 이불을널어 말리거나 하는 것이 중요한것도 이때문이다.
5. 햇볕은 그 자체가 우울증 치료에 사용될 만큼, 직접적으로 정신적인 작용이 있다.
6. 악어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들이 햇볕을 받아야 살 수 있으며, 이미 알려진것보다 휠씬 많은 여러가지 작용이 생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서 여러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효과들이 책과 논문에서 넘쳐나지만, 사실 믿기 어려운 것도 많고,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햇볕 차단제 연구라면 돈이되니 열심히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굳이 돈벌이가 되지도않고 팔아먹을 수 도없는 햇볕을 쪼이면 좋다는 연구를 누가 기를 쓰고 하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구의 대부분 아니 모든 생명은 직접 간접적으로 햇볕없이 살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온통 모든 사람들이 햇볕을 차단하기위하여 야단들이다. 이토록 햇볕을 피하는 것이 과연 건강에 좋은 일일까하고 생각해본다. 오히려 과거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부에 햇볕이 노출되는 경우가 적은데도 , 요즘 모든 사람이 햇볕 차단제를 바르고, 심지어는 그늘에서도 실내에서도 바르라고 권하는 의사를 본적도 있다. 야외에서 열심히운동하는 사람들도 온통 수건과 모자, 선글라스, 차단제로 중무장하고 다닌다. 우리가 그 짧은 기간동안 백인종으로 급작스럽게 진화라도 한 것인가? 과거 하루 종일 모든 사람들이 햇볕에 나가 노동하던 시절에도, 모든 얼굴이 검게 그을리던 시절에도 피부암으로 죽었다는 사람을 본적도 들은적도 없다.
왜 일광욕이 사라졌냐고? 그야말로 마켓팅의 승리다. 돈 못벌어주는 일광욕은 퇴출된것이다. 맨발로 뛰거나 걷는 것이 없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햇볕에 대한 연구를 기를 쓰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니, 그동안의 건전한 상식과 문헌을 종합하여 판단을 내릴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하고있고, 권하는 행동 방식은
1. 야외에서 햇볕차단제나 선글라스는 전혀 쓰지 않는다. 가급적 모자도 쓰지낳는다. 피부를 보호하라는 주위의 권유는 그냥 무시한다. 피부암에대한 협박은 웃고 만다.
2. 가급적 여름에 자주 십분이라도 햇볕을 쬐거나, 바라보기라도 한다. 눈으로보는 햇볕도 소중하다.
3. 얼굴이 검어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등이나 엉덩이에 쬐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 집에서 창문을 열고 등을 노출한 상태로 신문을 읽으면된다. 등만 새까많다,
5. 서울시에서 한강변에 누드 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반신이라도 탈의가능한 비치를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 가끔 상반신을 탈의했다가 민망해진 경험이있다.
햇볕과 물과, 바람등 자연이 인체에 미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인간은 수백만년에 걸쳐서 자연속에서 살도록 진화해 왔다. 우리가 알고있는 햇볕과 몸의 작용에 대한 지식은 그 중 극히 일부분, 아마도 1%도 알고있지 못할 것이다. 단지 피부에 않좋다는 이유로, 피부 노화를 이유로, 햇볕을 피해서는, 아직은 모르지만, 사실은 필수적일 수 있는 너무 많은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햇볕은 충분히 쏘여야 하면, 특히 실내 생활을 하는 한국 사람은 수시로 한국의 기후에서 내려 쏘이는 햇볕을 감사히 쬐는 것이 어쩌면 결정적으로 건강에 중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 검게 그을리고 기미낀 그녀의 얼굴이 휠씬 건강하고, 귀티나게 보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