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갑상선 암 수술해야 하는가 ?
“암으로 진단 받았는데, 수술 건수가 밀려서 8개월 후에 오라고 합니다.”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를 받고, 초기 갑상선 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의 하소연이다. “무슨 암이 이렇게 늦게 수술해도 되는 건가요?” “수술을 하기는 해야 되는 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잠 못 자고 불안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 하루도 기다리기 어려운데, 도대체 8개월을 기다리라니, 이러다 암이 커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무슨 암이
8개월
후에 수술해도 된다면, 암은 암이란 말인가? 의사들이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닌가?
우리 주위에 갑상선 환자 천지이다. 교과서에는 50대 이후의 여성에서나 생기는 간혹 생기는 드문 암으로 나와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20-30대
젊은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극히 드물어야 할 젊은 남성에서도 갑상선 수술을 받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갑상선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의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30 년
동안 갑상선 암이 3배나 증가했다고 각종 의학 저널뿐 아니라, 뉴욕타임즈 등
각종 신문지상에서 “불필요한 과잉 진단”이 아니냐고 떠들썩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30 배가 증가했다. 세계 평균의 6-12배이고,
매년 25%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과잉진단이다.
이미 알려 있다시피, 그
원인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때문이다. 실제로 각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에서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밖에 없다. 물론 어떤
의학 교과서도, 어떤 갑상선 전문의도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를 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겠다는 환자를 말릴 뾰쪽한 수단도 없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갑상선 환자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고, 지금도 매일
100여명이 갑상선 수술을 받고 있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나는 갑상선 전문의가 아니다. 종양내과는 일반적으로 갑상선 암을 치료하지 않는다. 치료하는 환자
중 갑상선 암환자의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폐나 뼈로 전이된 환자 들이다. 그러나 종양내과 전문의 수련을 받았고, 20년
이상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초기 갑상선 암은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암이 절대로 아니다. 8개월 기다렸다가 수술하자는 의사는 미치지 않았다.
갑상선 암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암이다. 1-2 개월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 가라 안치고 갑상선 전문 의사와 상담해도 늦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조금
지켜본 다음 치료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일 담당의사가 무조건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부작용은 없는지,
수술 후에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자세히 들어보자. 필요하다면 다른 갑상선 전문의사에게도 찾아가서 다른 방법은 없는지도 들어볼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혹시 위험하지 않다면, 천천히 지켜보면서 나중에 수술해도 되는지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도저히 불안해서 하루도 참지 못하겠다면, 수술해야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다면, 급한 수술은 다른 환자에게 양보하고 좀 더 시간을 갖고 결정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다른
암은 몰라도 갑상선 암은 천천히 여유 갖고 수술해도 되는 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굳이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은 갑상선 암 발생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데 일조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