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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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 작가는 세계를 다니며 여행 에세이를 쓴 시간이 무려

10년이나 됐다고 한다.  벌써 5번째 에세이다.

원래 그의 직업은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로 근무했지만 지금은 여행자로 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로 여행을 통해 그 의미를 새롭게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평소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생각이 여행을 하면서  그 정의가

조금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여행은 같은 사물이나 상황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많은 선물 중 가장 값진 것이 아닐까?

모두 같은 장소 같은 곳을 보아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같지 않다. 그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여행하는 시간 동안 그전의

나를 점차 바꿔주는 것 같다.

누군가 여행하는 것은 한 권의 책이라고 했다. 그 안에서의 경험들이

나만의 책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지혜를 배운다면 여행은 직접 경험하는

지혜의 습득인 셈이다. 생각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그렇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듯  세상을 직접 읽는

시간들 또한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평생 한 권의 책만 읽는 것과 똑같다고 했나 보다...

나도 어딘가를 걷고 걸어가면 세상이 나에게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알려주려나...


 현실과 비현실

산다는 건 현실이겠으나 현실이 더 낯설 때가 있다. 어느 때는 현실을 현실로 살 수 없으므로,

현실을 홀대하여 비현실에 부대낀다.

그러나 현실을 아무리 부정해도 비현실로 전환되진 않는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 뿐이니까.


<바람>

누군가와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어디 그곳에서뿐이던가.

너는 바람 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를 따라다녔다.

"가기 싫다.여기 당신이랑 그냥 있을까 봐."

그날의 네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도 들렸다.

"나를 사랑하니?"

"그게 중요해? 지금 당신이랑 있는데?"

공기 속의 뼈처럼 형태 없는 마음이 덜그럭댔다. 네 전부를 원했던 나는 늘 같은 걸 묻고

너는 그때마다 내 말을 피하다 결국 나를 버렸다.

평생 휘몰아칠 듯 불던 바람이 방향을 틀고 너도 떠났다.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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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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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두 번 읽을 일이 많지는 않다. 그것도 어릴 적 읽었던 책을 다 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한번 읽을 일은 더 흔치 않다. <비밀 독서단> 프로그램을 즐겨 보기 때문에 추천해 주는 책은 매 회마다 적어도 1 권정도는  꼭 읽으려고 노력한다. 10회에 나왔던  "1988년에 응답하고 싶은 사람들을" 편에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됐다. 그것이 다시 읽어보게 된 이유다.

사실 이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내용들이 상기되고 뭔지 모르게 새롭게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마 전 아이유의 신곡 발표 노래 중 '제제'라는 곡이 이슈가 된 것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다. 이 책 내용도 가물가물해서 그런 이유도 있거니와 아이유는 그냥 인기 많은 아이돌 여가수라고정도만 생각하고 있는 터라 그 노래에 사람들의 호불호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해서 단순하게 지나가는 생각으로는 그냥 소설 속 인물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서 만든 가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는 ....................

다시 읽은 내용은 새로워도 너무 새롭게 읽힘에 약간 당황했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제제는 자꾸만 나의 감성을 새롭게 자극했다. 징징 짜거나 동정을 바라는 아이가 아닌데 그 보다 훨씬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조숙해도 너무 조숙한 이 꼬마가 가지고 있는 '배려'는 놀라웠다.

제제는 외롭지만 자신에게 든든한 좋은 친구들이 있다. 밍기뉴나무가 있고 에드문두 아저씨,뽀르뚜가 아저씨도 있고 세실리아 선생님도 제제의 좋은 벗이다. 

​제제는 가족들에게 많이 맞는다.. 하지만 그 가족들의 폭력성은 가난과 힘든 삶에서 생긴 하나의 습관이 된 것은 아닐까.. 때론 제제가 나쁜 아이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때론 현실의 초라함에 대한 화가 매가 되어 제제에게 매로써 전해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기대하는 제제와 루이스형의 대화에서 제제는 자신이 착한 예수님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제제는 자신의 피에 악마가 들어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너무 빨리 철이 든다. 여러 현실의 상황들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눈치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형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 하거든.

아기 예수도 사람들이나 신부님이나 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야." / ~ 우리집 식구는 모

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해 주지 않느냔 말이야? /~그래서 난 아기 예수가 그

냥 보이기 위해서만 가난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

해. 그다음엔 부자들이 더 소용 있다고 깨달은 거야.... 이런 얘기 그만하자. 내가 한 말은 큰 죄가 될지도 몰라."』​

 

제제의 순수성은 에드문두 아저씨와 새에 대한 대화에서 사랑스럽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요즘 작은 새가 정말 있는지 의심이 간다구요. 어떤 때는 마음속으로 얘기도 하고 보기도 하면서 소리 내말한단 말이에요."

 

"작은 새는 어린애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는 걸 도와주려고 하느님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걸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해. 그러면 하느님은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다른 꼬마에게 넣어 주시지. 아주 멋진 일 아니니?

 

/나는 가슴이 뭉클해져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었다

메마른 가슴에서 새가 떠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작은 새야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가. 계속 올라가

하느님 손끝에 앉아.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

주실거야. 그러면 너는 내게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지. 잘 가, 내 예쁜 작은 새야!"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제...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이지만 '어른들의 권장도서'가 더 맞지 않을까 싶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주어야하는지...아이가 아이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한다. 또래보다 조숙한 제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제제가 앙큼한 제제가 되어 들려오는 노래는 불편한것이 사실이다. 잔혹동화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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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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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잘못 보낸 메일로 시작해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메일로 이루어지는 주인공 에미와 레오의 대화를 읽어 있다 보면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지만 마치 그들 둘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된 듯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남 연애에 대해선 모두가 선수라는 말이 있듯이... ㅋ 나도 모르게  속 터지는 둘의 대화법을 읽으며 혼자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 아놔~ 지금 장난들 하나? 얼씨구? 왜 저래?'라고 참견하게 된다.

때론 긴 대화가 오고 가지만 짤막 짤막한 말들을 메일로 보낼 땐 은근히 짜증 나서 실시간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텐데 참~ 둘 다 유들이 없다. 생각하다가도 또 요런 게 꽁냥꽁냥하는 맛이 있지...라며 성질 급한 나는 다시 심호흡 한번 한 후에 착한 독자로 돌아가 다시 읽기를 한... 4,5번쯤 됐었나..픕.

이 소설책은 남자와 여자가 대화법에 있어서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남녀의 차이인것이다.

그 정도 대화를 하면 한 번 만날 법도 한데... 두 사람은 두려웠던 거였겠지... 혹시 모를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황이 꼬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미리 차단하는 것일 것이다.

내꺼인듯 내 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아슬 아슬 썸타는 두 사람 연애 스타일도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묘~한 심리전.  하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갈 사람이 있다. 에미의 남편은 뭔 죄냐...;;; 남편은 이런 말을 에미에게 퍼 붓고 싶었을 수도 있다. "육체적인 관계만 외도냐? 정신적인 관계도 외도다!!!"

"가깝다는 것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는 게예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 만을 보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외모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머,,,,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야겠지만. 외모가 호감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사랑까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감'이 중요한 것이다.

이 소설은 남녀 사이의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외적인 면이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이는 시간이 좀 더 관계 형성에 있어서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 읽은 후 이런 생각을 해봤다. '지금 새벽인데 미친척하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메일 한번 보내봐?'  그러곤 두 번 생각 안 하고 잤다. 나에게 있어서 새벽 세시는 숙면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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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황승식.전현우 옮김 / 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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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저자는 심리학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계와 확률에 대해서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위험을 말해준다.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들은 얼마나 될까? 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진리라고 생각되고 있는 많은 것들이함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적인 사람들이 행하는 병원이나 법정 등등에서도 그 예를 들며 설명한다. 절대적이라 믿어지는 통계들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정말 허무할 정도로 해석의 실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범죄현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단서인 DNA는 100% 확신을 갖는것은 의심하지않는 믿음 중 대표적인 예이다. ​범인이 아닌데도 DNA가 같다는 기본 전제가 있다. 하지만 말하는 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가령 1."DNA가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10만 분의 1입니다."  2. " 10만 명 중에 1명꼴로 DNA 일치가 관찰됩니다." 법정에서 DNA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의사가 1번을 이야기할 때와 2번을 이야기할 때 진술에서 오는 해석이 달라진다. 2번을 바탕으로 진술한다면 DNA 일치라는 증거만으로는 범인이라고 잡혀 온 사람이 실제 100% 범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위 전문가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올바른 해석 방법을 '선택'하냐에 따라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180도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만큼 우리들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확률과 통계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에 대해서 이 책에서 그동안의 믿음이 얼마나 위험했는지에 대해서 알려준다. 흔히 자주 접하는 것 중에 "앞으로 성인 3명 중 1명은 암이다."라는 어마 무시한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런 말들은 우리를 미리미리 병원으로 향하게 한다. 예방하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이런 질병의 예방에 대해서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해준다. 

대표적으로 '유방암 검진'의 불확실성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적어놓았다.

『 실제로 60여 명의 의료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소에서 (만약 남성이라면 여성이라 가정하고) '유방촬영술을 받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부인과 전문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도 YES라고 하지 않았다는 일화는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이런 해석과 확률의 오류를 받아들일 수 밖엔 없는가? 통계의 함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이 책에서는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정리해주었다.

 책을 통해 불확실성을 의심할 의식을 갖게 된다면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겠지만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한 번 더 신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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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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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이 소설을 알게 된것은 비밀독서단 프로그램에서이다. 8회에 '한국 문학 안 읽은지 오래된 사람들'편에 나와서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되었는데 나는 '퀴르발 남작의 성'을 재밌게 읽었던 지라 이 소설이 뽑힌것에 대해서 의아했다. 퀴르발 남작의 성 보다 더 재밌어서 뽑혔나?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결론은... 뽑힐만하다. 예상보다 여운이 깊게 남는다!

 

한 여자가 숲으로 무엇에 이끌려 계속해서 들어간다. 뒤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불러 세운다.

어딜 가느냐고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누군가 따라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를? 인상착의를 말하다 보니 자신이다. 본인의 그림자였다.​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말라고 남자가 말한다.

소설의 초반부터 '그림자'가 마치 사람인양 이야기들을 한다. 그림자가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읽다 보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실 그림자만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갔다.

그림자가 자주 등장한다. 단골손님이다. 서서히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가 어렴풋이 안 좋은 느낌임을 짐작하며 여주인공 은교와 남자 주인공 무재의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순수하게 '썸 타는'대화를 즐기며 읽었다.  도시에 오래된 전자 상가가 있다. 곧 철거된단다. 그 전자상가 안의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한 번씩 그림자들을 만난다. 은교가 전자상가의 한 수리점에 있는 여씨 아저씨와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그림자가 일어났다고 여씨 아저씨에게 말하자 아저씨가 은교에게 묻는다.

『 그래서 그림자를 따라가는 기분이 어땠나.

나쁘지 않았어요. 자꾸 따라가게 되던데요,라고 말하자 그렇지,라는 듯 여씨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서운 거지, 그림자가 당기는 대로 맥없이 따라가다 보면 왠지 홀가분하고, 맹하니 좋거든, 좋아서 자꾸 따라가다가 당하는 거야, 사람이 자꾸 맥을 놓고 있다 보면 맹추가 되니까, 가장 맹추일 때를 노려 덮치는 거야.. 』​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여씨 아저씨와의 대화에서 아저씨의 그림자가 일어섰을 때 어땠는지를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림자'가 힘들게 살아가며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림자가 일어선다는 뜻이구나 해석했다. 내 해석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의 판단은 그렇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 거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림자'를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읽고 있는 나는 좀 오싹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등장인물의 대화들에서 무서움을 느꼈달까...

무재가 은교에게 이런 말을 한다. 간밤에 자신이 그림자에 걸려 넘어졌었노라고... 그 말 안에 어떤 의미들이 있는 것일까... 무재의 그날은 유독 힘든 하루였던 것일까...

『 그림자 같은 것은 완전히 잊은 채로 한동안 누워 있었다, 바닥이 차갑고, 무언가가 묵직하게 등을 당기는 듯해서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때 뭔가 들러붙었다, 등 쪽으로 빈틈없이 붙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대단히 힘이 셌다, 엎드리지도 못하고 돌아눕지도 못한 채로 밀착되어 있었다, 밀면 미는 만큼 등 뒤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힘을 느끼며 애를 쓰는 와중에, 차피,차피, 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자세히 듣고 보니 어차피, 어차히, 라고 말하고 있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이 밀어붙이는 대로 몸이 뒤집히면 만사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다해 버텼다...... 』

무재의 그날 밤... 그림자에 걸려 넘어져버린 밤. 새벽에 깼을 때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자의 존재.. 그리고 들려오는 말. '어차피...어차피...'​ 이 말에 무서움을 느꼈다.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이 자포자기할 수도 있는 순간이라고 느껴서 일까... 이 소설은 마치 한편의 짧은 독립영화를 본 거 같은 기분이 든다. 2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는 짧은 장편소설이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은 더 길었다. 잔잔하게 내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 그림자를 따라가려는 사람은 무재가 말한다.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라고 말이다. ​ 아무리 길을 잃어도 말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따라가지 말자! 그림자는 그저 우리를 따라 오게해야 하는 존재이지 우리가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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