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 이야기
송진헌 글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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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비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검색해 보니 삐비는 서랍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고도 하고, 삘기에 대한 전남과 충남의 방언이라고도 한다. 삘기는 띠라는 식물의 어린 순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보면 아무래도 ‘서랍’을 뜻하는 듯 싶다. 책에 저자에 대한 설명이 따로 있었으면 좋으련만 친절한 설명은 없었다.

   서랍 속에 갇힌 아이처럼 삐비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숲을 배회하며 노는 아이다. 해가 져서 엄마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갈 때까지 나뭇가지로 자기 머리를 때리며 돌아다니는 아니다. 나는 우연히 그런 삐비를 만났고 그 아이가 궁금해서 같이 놀았다. 아이들이 그렇게 비삐랑 노는 자기를 보고 피해 다녀도 놀았다. 하지만 1년 뒤 학교에 가게 되자 그 아이를 멀리 하게 되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삐비를 보고 아이들을 나쁜 별명들을 붙여대며 놀렸고 무섭다고까지 했고 나도 학교 가느라 바빠져서 더 이상은 삐비와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럴수록 삐비는 더욱 더 숲으로 들어가 혼자 놀게 되었다.

  자기반성의 이야기다. 분명 잘못인 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했을 때를 회상하며 적은 글이다. 아마 한두 번은 경험이 있으리라. 나만은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노라고 생각되는 때가 말이다. 그런 날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나부터 손을 건네야 할 텐데, 내가 먼저 손을 건네기가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슬프게도.

  작가 송진헌은 <괭이부리말 아이들> <돌아온 진돗개 백구> <너하고 안 놀아> <너도 하늘말나리야>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오세암> <무릎 위의 학교>,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 등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고, <삐비 이야기>는 그가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삐비 이야기>는 그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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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 아이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 5
엘레나 스베타에바 그림, 김세실 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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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니 'The Gingerbread boy'라는 외국 동화가 생각났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번역한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구워 낸 아이 모양의 ‘생강빵’이 갑자기 살아나서는 “나 잡아 봐라!”하며 놀리듯이 달아난다. 그 뒤를 할아버지, 할머니뿐 아니라 염소, 말과 농부가 따라 간다. 그래서 생강빵이 도대체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면서 보게 되었다. 생강빵은 그들 모두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도망치지만 강가에 이른다. 그러자 여우가 나타나 생강빵 아이에게 강을 건네주겠노라고 하고선 등에 올라타게 하고 차츰차츰 입 근처로 유인하더니 그만 먹어버리고 만다. 필사적으로 달아나지만 결국은 잡아먹히는 생강빵 아이가 참 딱하고 불쌍하다.

  이야기 자체는 별 것 없는 것 같았다. 책 뒤에 있는 아동문학가 김서정 님의 설명을 보니, 이 이야기는 영미권의 교육 현장에서 즐겨 쓰이는 이야기로서 어떤 의미나 메시지보다는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온화하고 세련된 문학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즐거움 말이다. 이 이야기의 중심 소재는 아이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매혹되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보여준다. 먹기 위해 뛰고 먹히지 않기 위해 달리는, 가장 원초적인 생명 현상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동성이 넘치며, 아이들은 자기표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로써 입이나 머리가 아니라 아직은 몸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들처럼 몸의 활동이 두드러진 생강빵에 흥미를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검색해 보니 gingerbread에는 생강빵이라는 뜻 외에도 허울만의 장식, 값싼 장식이라는 뜻도 있다. 나의 억지스런 해석이겠지만, 생강빵 아이처럼 호기롭게 도망치기만 결국 여우의 잔꾀 앞에 무너지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처럼 짧은 그림 동화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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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사계절 그림책
폴 티에스 지음, 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김태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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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노예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에 한 책에서 파키스탄의 양탄자 공장에서의 자행되고 있는 어린이 노예 노동의 실태를 세상에 고발한 ‘이크발 마시흐’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책의 주인공 자이처럼 이크발도 어려서부터 카펫 공장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고 노동 착취와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데, 이 공장에서 탈출해 노예 노동 해방 전선이라는 단체와 함께 파키스탄의 전국을 돌며 어린이 노예 노동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로써 이크발은 열 두 살인 1994년 12월에 인권을 위해 애쓴 서른 살 이전의 남녀에게 주는 상인 ‘행동하는 청년상’을 받았지만 13살 때 괴한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자이는 인도 아이지만 역시 양탄자 공장에서 일을 한다. 고향 마을에서는 신비한 눈빛을 가진 자이를 어린 마법사라고 불렀다. 자이가 짠 멋진 양탄자가 완성된 날 자이를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 공장 주인과 그의 딸을 만나게 된다. 그 아름다운 양탄자는 애초부터 공장 주인의 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자이는 이들에게 양탄자를 줄 테니 자유를 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자이를 잡아다 발을 쇠사슬로 묶어 놓는다. 아예 자이는 노예처럼 취급당한다. 자이는 쇠사슬을 끊어내고 공장의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쳐  자유의 삶을 살게 된다.

  어린이 노예 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공정무역이라는 말도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의 노예 노동의 대가로 값싸게 만들어지는 제품 대신에 그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 제품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사실 이런 취지를 알면서도 싼 제품을 찾게 된다. 이 책을 보니 반성이 된다. 그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또한 풍족하게 살면서 이렇게 가난한 나라의 배고프고 힘든 아이들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고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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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론 -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 지음, 신승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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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정론>, 궁정의 신하의 자격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적양용의 <목민심서>가 떠올랐다. 비록 청소년들을 위해 만화로 만들어진 책이어서 백성들을 다스리는 목민관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가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이 두 책을 대비하면서 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보고는 다소 놀랐다. 책의 두께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표지의 장정도 양장으로 아주 근사해서 다소 위협적으로 보였다. ‘~론’이라는 제목부터 왠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었고 많은 지식을 담고 있었다.

  저자인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는 1478년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철저한 인문학 교육을 받았으며 세련된 예술 감상법을 익힌 사람으로서,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훌류안 궁정으로 손꼽혔던 우르비노 궁정에서 1504년부터 1516년까지 12년 동안 궁정 신하로 통치자 두 명(구이발도공작과 프란체스코 마리아 델라 로베레 공작)을 섬겼다고 한다. <궁정론>은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궁정 처세서로서, 당시 유럽 상류사회의 교양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궁정론>은 모두 4권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1507년 3월의 나흘 저녁 동안 우르비노 궁정에서 신사와 귀부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상상하여 쓴 대화록이다.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공작부인과 중정 신하들이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을 주제로 정하고 토론을 하는 내용을 그린 책이다. 

  ‘완벽한 궁정 신하’라는 토론 주제처럼 이 책에서는 정말로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을 그려낸다. 외모면 외모, 학식이면 학식, 인품이면 인품, 그 어떤 분야에서도 빠져서는 안 되는 최고의 인간을 궁정 신하의 조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조예도 있어야 하고 인간관계에서도 넘치거나 빠져서는 안 되고, 유머도 있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통치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그 통치자가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놓았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라면 굳이 궁정 신하가 아니라 궁정의 통치자가 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을 궁정 신하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읽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과장된 조건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저자의 박학다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의견의 근거로써 고전이나 신화로부터 이야기를 빌려다가 주장하는데, 바로 이런 데서 당시 서양 사람들의 생각과 지식을 엿볼 수 있었으며, 새로운 지식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요즈음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2인자론이 대두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표지에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통치자를 보필하는 2인자로서보다도 자기 직분에 충실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필요한 좋은 조언들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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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글쓰기로 아름다운 책 만들기 - 어린이 북 아트
박경순 지음, 이경규 아트디렉션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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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잠깐 아이들 학교에서 마련한 북아트 특강에 다니면서 북아트를 배운 적이 있다. 다양한 북아트 기법을 배우면서 이를 활용하면 아이들의 독서 활동이 더 즐거워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실 그다지 활용하지를 못했다. 이런 활동을 하려면 엄마가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곧 겨울 방학이다. 올 겨울 방학에는 전에 배운 북아트 기법을 활용해 방학과제로 내준 보고서도 아이와 함께 예쁘게 만들고, 아무래도 여름 방학보다는 겨울 방학에 독서를 많이 하므로 재미있는 독후활동으로 북아트를 하면 좋겠다 싶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책만드는도서관’ 대표이자 대한북아트협회 부회장인 박경순님의 저서다. 책과 미술이 결합된 북 아트를 흔히 ‘손으로 만든 책’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 북아트에서는 종이를 접거나 오려 붙여 완성하는 책 만들기와 만들어진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넣어 내용을 완성하는 두 가지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단순히 만들기 과정에만 치중한다면 북아트는 재미있는 미술 교육의 한 방법으로 그치게 된다. 그러나 나만의 글쓰기로 내용까지 채워 넣으면 아이들은 조리 있게 글을 쓰는 방법과 꼼꼼한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국어, 논술, 사회, 미술 등 모든 교과 과정이 자연스럽게 통합 적용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북아트를 하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 섬세하고 침착한 아이, 완성의 기쁨을 아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나도 이런 점에 100% 공감하면서 이 책을 보았는데, 다양한 북아트 기법들이 소개돼 있어서 재미있게 여러 가지 책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북아트에 필요한 재료 소개를 시작으로,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책, 재미있는 책, 조금 복잡한 책으로 나누어서 여러 가지 북아트 기법들을 소개해 놓았다. 멀티플북, 파일북, 스크랩 북, 팝업북, 프렌치 도어북, 패널북, 코덱스북, 오브제북, 롱북, 폴드북, 핸드메이드 페이퍼 북, 플래그 북, 필름 북 등 이름이 영어로 돼 있어서 어려울 것 같지만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어서 집에서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만의 책 만들기, 아주 매력적인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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