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론 -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 지음, 신승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궁정론>, 궁정의 신하의 자격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적양용의 <목민심서>가 떠올랐다. 비록 청소년들을 위해 만화로 만들어진 책이어서 백성들을 다스리는 목민관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가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이 두 책을 대비하면서 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보고는 다소 놀랐다. 책의 두께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표지의 장정도 양장으로 아주 근사해서 다소 위협적으로 보였다. ‘~론’이라는 제목부터 왠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었고 많은 지식을 담고 있었다.

  저자인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는 1478년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철저한 인문학 교육을 받았으며 세련된 예술 감상법을 익힌 사람으로서,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훌류안 궁정으로 손꼽혔던 우르비노 궁정에서 1504년부터 1516년까지 12년 동안 궁정 신하로 통치자 두 명(구이발도공작과 프란체스코 마리아 델라 로베레 공작)을 섬겼다고 한다. <궁정론>은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궁정 처세서로서, 당시 유럽 상류사회의 교양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궁정론>은 모두 4권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1507년 3월의 나흘 저녁 동안 우르비노 궁정에서 신사와 귀부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상상하여 쓴 대화록이다.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공작부인과 중정 신하들이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을 주제로 정하고 토론을 하는 내용을 그린 책이다. 

  ‘완벽한 궁정 신하’라는 토론 주제처럼 이 책에서는 정말로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을 그려낸다. 외모면 외모, 학식이면 학식, 인품이면 인품, 그 어떤 분야에서도 빠져서는 안 되는 최고의 인간을 궁정 신하의 조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조예도 있어야 하고 인간관계에서도 넘치거나 빠져서는 안 되고, 유머도 있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통치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그 통치자가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놓았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라면 굳이 궁정 신하가 아니라 궁정의 통치자가 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을 궁정 신하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읽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과장된 조건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저자의 박학다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의견의 근거로써 고전이나 신화로부터 이야기를 빌려다가 주장하는데, 바로 이런 데서 당시 서양 사람들의 생각과 지식을 엿볼 수 있었으며, 새로운 지식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요즈음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2인자론이 대두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표지에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이인자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통치자를 보필하는 2인자로서보다도 자기 직분에 충실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필요한 좋은 조언들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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