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스 놓친 날 ㅣ 사거리의 거북이 2
장 뤽 루시아니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장애아가 주인공에서 그런지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무 불편하는 하는 행동 모두가 장애아들에게는 큰 모험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아들을 동정하고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도와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그들도 그런 지나친 호의는 오히려 불편해 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싫어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벵자멩은 여덟 달도 안돼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정신지체가 있는 열두 살 소년이다. 또한 벵자멩은 뭐든 자기가 계획한 시간표대로 진행돼야 안심을 하는, 시간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시간강박증이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준비까지 모두들 벵자멩이 스스로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서 1분1초라도 어긋나면 지구가 거꾸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심지어 스쿨버스에서도 자기만의 고정자리가 있어서 그 자리가 아니면 앉지를 않는 정도이다.
이런 벵자멩에게 큰 일이 생긴다. 자명종이 고장나는 바람에 벵자멩의 가족 모두가 아침에 제 시간이 일어나지를 못한다. 벵자멩은 항상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는데 스쿨버스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바빠서 벵자멩을 학교에 태워다 줄 수 없었고, 아빠도 동생을 동생 학교에 데려다 주어야 했기 때문에 도저히 벵자멩을 학교까지 데려다 줄 없었다. 그래서 벵자멩은 생애 처음으로 콜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하필 그 택시가 사고를 내서 제 시간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게다가 엉뚱한 곳에다 벵자멩을 내려 놓게 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벵자멩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벵자멩의 모험담이라는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벵자멩이 겪는 수난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지만, 사실 벵자멩은 이 일탈을 즐기게 된다. 그러니 그의 모험담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비록 벵자멩의 집에서는 벵자멩이 실종됐다며 찾느라 난리였지만, 항상 정해진 틀에서만 살아왔던 벵자멩은 이 일을 계기로 평상시에 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체험들을 해낸다. 물론 굉장히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움과 성취감도 맛보게 된다.
다음은 벵자멩이 속으로 하는 말이다. “내가 매일 겪는 어려움을 반만 겪어도 사람들은 엄청 긴장할 걸? 나의 하루는 극지 탐험을 떠난 모험가의 하루와 마찬가지라고, 내가 하루를 살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치는지 들어 볼래?” 그러면서 벵자멩은 100미터 걸어가기, 계단 기어서 올라가기, 정확하게 말하기, 이닦기, 흘리지 않고 물마시기, 화장실 가기, 한 단어 이상 글씨 쓰기 등과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자신에게는 큰 모험이 된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나름 짐작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럴 정도였는지는 몰랐다. 이 책을 보니 매사가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