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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판사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4
마고 제마크 그림, 하브 제마크 글,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이 무슨 말을 하든 믿어버리는 귀가 얇은 사람도 문제지만, 남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도 큰 문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말에 대한 신뢰에 관한 이야기다. 왜 어리석은 판사인지는 표지의 그림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만 이야기를 다 읽은 연후에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한 사람이 판사 앞으로 끌려온다. 그는 판사에게 괴물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판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 사람을 투옥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사람들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다음 사람이 될수록 괴물의 끔찍한 생김새를 더 자세히 알려주는 데도 판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며 유죄를 선언하고 투옥한다.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것도 아저씨, 아줌마,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믿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표지가 바로 그 답이다. 괴물에게 판사는 잡혀 먹지만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서 예라고 할 수 있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라는 말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말을 할 땐 그럴 말한 이유가 있음을 먼저 헤아려 보라는 이야기다.
칼데콧 아너상이다. 그림도 좋고, 짧은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 마고 제마크(1931~1989년)는 미국 그림책계를 부흥시키고 그림책을 예술형식으로 끌어 올린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