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땅속에 묻힌 형제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이틀 전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것 때문에 어젯밤도 전전긍긍했다. 신분증과 카드 때문에 더욱 더 속이 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이런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지갑 잃어버린 것에 대한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을 크게 보면 그런 일들은 얼마나 하찮은 일인가? 보다 크고 중요한 일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자각이 든다.
이 책은 구드룬 파우제방의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이라는 책과 소재가 똑같다. 핵폭발 뒤의 세상을 다루고 있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이 핵폭발의 참상과 그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핵폭발 뒤의 인간성 상실, 즉 야만화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감사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땅속에 묻힌 형제>라는 제목은 고대 이집트의 현인 ‘이푸웨르’가 파피루스에 기록하여 왕과 왕실에 올린 필사본에 적혀 있던 글귀인 ‘형제를 땅에 파묻는 이가 세상에 가득하구나’에서 인용됐다고 한다. 이 필사본에는 출애굽 당시 애굽 사람들이 겪었던 재앙에 대한 목격담이 기록된 것으로서, 당시 이집트의 상황과 음울한 미래를 예견하면서 파라오의 실정을 꾸짖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 힘들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갑자기 일어난 핵폭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땅에 묻혔으며, 그 속에서 살아난 사람들도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약탈하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야만인이 돼 가는 상황을 지적하는 말로 쓰였다.
핵폭발이라는 처참한 상황에서 살아났음에도 불구하고 곧 죽을 것을 예견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먹을 것을 빼앗고 남을 해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저 책 속의 이야기로만 넘겨지지가 않는다. 언제 어느 때이고 우리의 상황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잘 보낸다. 물론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핵폭발 같은 인간으로 인한 재앙이라든가 일본의 후쿠시마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만 한 번 발생해도 세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하여 지금과 같은 평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음을 감사하며 늘 이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작은 일에도 불평하며 내 것만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전에도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스윈델스의 <사라지는 아이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도 흥미로웠다.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