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카드 게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4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에다 E.L. 코닉스버그의 작품이어서 망설임 없이 펼친 책이다. 코닉스버그의 작품으로는 <내 친구가 마녀래요>, <클로디아의 비밀>, < 퀴즈 왕들의 비밀>이 있다. 이 중 내가 본 책은 <클로디아의 비밀>이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수상하는 아동문학상이다. 그런 만큼 재미는 보장한다.

<침묵의 카드 게임>은 자신의 이복 여동생인 니키를 혼수상태에 빠뜨렸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청소년보호소에 수감된 브란웰에 대한 이야기다. 브란웰의 친구 코너가 실어증에 걸린 브란웰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고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코너는 실어증에 걸린 브란웰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영화 <잠수종과 나비>에서 찾아낸다. 이런 코너의 활약으로 브란웰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이 책은 추리 형식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히는데, 재미뿐 아니라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란웰의 가정과 코너의 가정 모두 재혼 가정이다. 브란웰은 아빠가 재혼을 해서 새엄마와 니키라는 여동생을 맞이했고, 코너는 코너의 엄마가 마거릿 누나의 아빠와 재혼을 한 경우이다. 어린 나이에 아빠의 재혼을 겪은 브란웰은 좋은 아이 콤플렉스가 있다. 브란웰과 입장이 같은 마거릿은 브란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런 이해가 바탕이 된 마거릿 누나의 조언 덕에 코너는 브란웰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사건을 풀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에는 재혼가정의 아이들의 겪는 심리적인 불안뿐 아니라 니키를 돌봐주는 오페어(au pair:미국 국무부에서 만든 만 18세~2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문화교류 프로그램. 미국의 호스트 가족과 함께 살면서 호스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용돈을 벌고, 영어 실력을 쌓고 호스트 가족과 문화교류도 하며 수업도 듣고 여행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로 브란웰의 집에 살고 있던 비비언에 대해 브란웰과 코너가 사춘기 소년으로서 느끼는 성적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갑자기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빠진 브란웰을 보면서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고 자신의 감정을 하소연할 수 없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공감이 매우 필요한 시대다. 모두가 매우 바쁘다 보니 남의 마음을 헤아려줄 시간은커녕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도 부족하다. 대화가 많이 필요한 세상이다. 코너도 브란웰의 사건을 풀어가면서 재혼한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마거릿 누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화의 필요성, 백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침묵은 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글귀 중에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흔히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보물섬의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큰 죄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말은 여러모로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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