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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네이버에 연재됐던 웹툰을 모은 작품인데, 좋은 만화 목록에 있기에 찾아봤다. 제목부터가 범상하지 않다. 신과 함께 저승편.
저승은 누구나 궁금해 하는 곳이다. 과연 죽음 이후의 세상이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으리라. 물론 그 이상은 생각을 진척시킬 수가 없었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 세상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다. 그러니 서양에서는 천국과 지옥의 개념이 나타난 것이고, 불교에서도 극락과 지옥의 개념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책은 불교에서 말하는 명부시왕 개념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명부시왕(冥府十王)은 불교에서 죽은 자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을 일컫는다. 이는 중국의 도교와 한국의 민속 신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일간 이승에서 머물다가 명부사자(冥府使者)의 인도로 명부로 간다고 믿는데, 이때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이 바로 명부시왕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말하면 진광대왕, 초강대왕, 송제대왕,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 평등대왕, 도시대왕, 오도전륜대왕(전륜대왕)이다. 이 중 다섯 번째인 염라대왕은 시왕 중의 우두머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죽은 자는 시왕 중 7명의 대왕에게 순서대로 각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살면서 죄업을 많이 지은 자는 49일 이후 3명의 대왕에게 다시 심판을 받는데, 죽은 후 100일이 되는 날은 평등대왕, 그리고 1년이 되는 날에는 도시대왕, 3년째에는 오도전륜대왕의 심판을 받아 총 3년 동안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는다.
이 만화는 이런 저승의 개념에다 슬픈 이야기를 얹었다.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살아온 직장인인 김자홍이 과로와 술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고, 명부에 들어가 시왕의 심판을 받는다. 이 심판에는 이승의 심판에서처럼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돈이 없던 김자홍에게는 염라국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배정된다. 김자홍이 이승에서 쌓은 공과에 대해 저승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이것을 보면서 살아있을 때 공덕을 많이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군대에서 사고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되지만, 사건을 은폐하려는 상사들 때문에 자살로 몰린 유성연이 원귀가 되어 떠돌다가 선한 영혼이 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전부 3권으로 되어 있으며, 만화지만 매우 감동적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후 세계에 대한 이런 설정들은 모두 현세에 올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에서 나왔다. 사후 세계가 있든 없든 우리는 인간으로서 바르게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준다. 지식도 꽤 많다. 나는 지식이 많은 책이 좋은데, 그런 점에서 이 만화 역시 흡족하다. 책 뒤에 실린 우리나라 유명 사찰에 있는 명부를 표현한 불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제 절에 가면 가능한 한 불화를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