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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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산장살인사건의 개정판이다. 밀실살인사건이며 마더구스를 암호로 풀어가는 이야기라고 해서 특히 흥미롭게 보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면서.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영국풍으로 지어진 하쿠바에 있는 펜션에서 1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오빠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던 여동생 나오코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여자 친구인 마코토와 함께 그 펜션에 머물면서 결국에는 오빠를 죽인 범인과 그 이전 사건까지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나오코는 오빠가 노이로제가 있긴 했지만 죽기 전에 희망이 있다는 내용의 엽서를 보내온 데 비추어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으며,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오빠가 이 펜션의 암호같은 방 이름에서 무언가를 알아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함께 펜션에 투숙한 사람들에게 질문도 하고 마더 구스 책을 찾아 암호 같은 방명의 의미를 해독하게 된다. 이 펜션의 방들은 저마다 마더구스에서 따온 이름을 갖고 있으며 방안에 해당 노래들이 현판으로 만들어져 걸려있는데, 이 암호 속에 사건이 벌어진 단서가 있다.

  런던 브리지 폴링 다운, 잭 앤 질, 레이디버그 같은 여러 마더구스가 나오며, 이 암호 같은 마더구스의 구절들을 조합해 보물이 묻힌 곳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노래들을 봐서도 알겠지만 이런 노래를 어린이들이 부르는 게 좋을까 싶은 내용들이 많다. 런던다리가 무너진다는 내용도 그렇고 잭과 질 이야기와 무당벌레 이야기도 그렇고. 그 내용이 뜻하는 바가 따로 있다고 하지만 누가 노래를 부를 때 그 진의를 파악하면 읽을까. 부르는 대로 해석하지. 영미권에서도 쓰여질 당시의 사회상이나 부조리를 부정적이며 잔인하게 묘사한 것이 많아서 어린이들에게 가려쳐야 하는가라는 논쟁도 있다고 한다. 

  마더구스의 이런 오싹함과 비밀스러움 그리고 3번의 살인이 얽힌 복잡함을 풀어가는 이야기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아울러 인간의 욕심에 대해 생각해봤다. 보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탐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다. 빈부에 대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빈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회의 약자들을 잘 파악해 적절히 지원하는 사회보장망을 더욱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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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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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본격 추리가 아니라고 비판을 하는 이도 있지만, 인간애를 담고 있는 그의 추리 소설들을 좋아한다. 하여 최신작들을 눈여겨 보는데, 이 작품과 하쿠바산장살인사건이 또 나왔다. "정말 대단한 다작가다!"라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이 두 작품은 기존 작품의 개정판이다. 이 작품은 이전에 창해에서 '도키오'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의 개정판이고, 하쿠바산장살인사건은 '백마산장살인사건'의 개정판이다.

이 작품 <아들 도키오>는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뇌신경이 사멸해 가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그레고리우스 증후군(가상의 병명)을 앓은 아들을 둔 부부가 아들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남편은 이 병의 유전자를 가진 아내에게, 그래서 이런 아이를 낳을까봐 청혼조차도 거절했지만, 남편의 애절한 뜻에 따라 결혼도 하고 아들마저 낳았던 아내에게, 자신이 20대 때에 미래에서 온 이 아들과 만났던 적이 있다며 들려주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될 대로 돼라며 철부지로 살고 있던 아버지에게 나타나 그 아버지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때 아버지 다쿠미는 특별한 직업도 없이 건달같이 살면서 치즈루라는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아들 도키오는 아버지 다쿠미가 친엄마를 용서하게 하고 친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결국에는 아버지와 엄마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다쿠미는 건달처럼 살지만 나름대로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했기에 레이코같은 참한 여자도 만나고, 그녀가 유전병인자를 갖고 있어 아들을 낳으면 그 유전병이 발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아들을 낳아 17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이런 아버지도 있는데, 오늘 아침 방송에서 친자 학대 금지법이 마련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째서 그린 짐승만도 못한 부모들이 나올까 화가 난다.

아무튼 이 책은 부모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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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생활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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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외모를 갖추고 호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바다. 이런 바람을 쉽게 이뤄주는 가면이 있다면? 가면만 쓰면 외모도 멋지게 변하고 상류사회 신분을 가진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도 마음껏 갈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된다면? 누구나 이런 가면을 사려고 애쓸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이런 특별한 가면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구분돼 사는 미래 사회에, 부모가 누군인지도 모른 채 버려져 함께 기숙 생활을 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 이런 특별한 가면을 시험 착용해 볼 수 있는 베타 테스터가 된다. 이 아이는 이 마스크 덕에 평범했던 외모가 예쁘게 바뀌고 상류층만 드나들 수 있는 정원도 마음껏 드나들게 된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마스크 회사로부터 감시를 당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 아이는 뿐만 아니라 현실의 삶과 가면을 통한 허구의 삶 간의 괴리감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 된다는 부작용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가면이 주는 현재의 달콤한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가면을 계속 쓰려한다. 이렇듯 가면을 추종하는 이 아이와 가면의 부작용을 알리고 그로 인한 피해자를 없애기 위해 애쓰는 세력간의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다. 

  나라면 그 가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지금이야 달관을 해서 가면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아 어떤 흔들림도 없겠지만, 어린 나이라면 대부분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도 이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나의 모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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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1997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라임 청소년 문학 33
루스 화이트 지음, 김세혁 옮김 / 라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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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아침 엄마의 물건이 고스란히 남은 채 엄마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엄마가 길을 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사고나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이 바람에 엄마를 잃어버린 우드로는 자기집에서는 떨어진 곳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묵게 되고, 엄마가 젊은 시절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집에는 엄마의 언니 가족이 외조부모들과 함께 사는데, 이들의 딸이자 우드로의 이종사촌이며 열네 살로 동갑내기인 집시는 친아빠가 돌아가셔서 새아빠를 맞이한 처지다. 눈이 사시인데다 촌스런 외모와 다릴 우드로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다. 집시는 우드로와 생활하면서 자신의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실상도 알게 되었고, 우드로의 얘기를 통해 우드로의 엄마가 어찌 되었을지를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엄마가 사라진 어느 날>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과 동일본이다. 제목과 역자가 바뀌었을 뿐.

어쨌든 이 책을 보면서 우드로와 같은 성품은 어떻게 갖게 될까 생각해 보게 됐다. 우드로의 가정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드로는 밝게 생각하고 엄마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을 가졌다. 그의 환경을 보건대 그런 성품을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데, 누구는 전혀 이해심 없고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태어나는데 또 누구는 이런 밝고 사려깊을 가질까? 미스테리다.

아무튼 엄마가 사라지는 큰 충격을 겪었음에도 우드로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외가 친척들 덕분이다. 이처럼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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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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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 추리 작가 히기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또 어떤 반전에 반전을 잇는 재미난 추리를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이렇게나 자주 작품을 낼까,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 읽었는데, 책 뒤 역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다작가가 아니라 꾸준한 집필가란다. 이 부분에서 또 감탄했다.

아무튼 이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있기에 또 한 편의 대단한 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이 소설은 일반 추리소설은 아니고 추리 기법을 쓰고 있으나 따뜻한 휴먼드라마였다. 그의 전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류의.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였다가 전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집안에서 관리하는 녹나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 가족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하는 야나기사와 집안의 치우네와 이종조카 레이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몇 년 전에 죽은 형의 염원을 받으려는 사지 씨와 그의 딸 유미, 아버지의 염원을 들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오바 소키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녹나무의 파수꾼의 역할에 대해 주위의 교육 없이 스스로 깨달아가야 하는 레이토처럼 독자도 '녹나무에 대한 기념'이라는 왠지 사이비종교같은 행동을 이해하려면 레이코가 알게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데다 억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악덕고용주에 대한 앙갚음으로 도둑질을 하다간 감옥에 갈 뻔했던 레이토가 나중에는 타인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데다 기업 임원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와 성장을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책을 덮을 때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하는 감탄이 나온다.

잘 산다는 게 뭘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형이 작곡한 노래를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머리속 모든 생각을 딸에게 전해줘야 하는 입장에 다다른 사지 씨가 망설인 것도 아무리 반듯해 보이는 사람도 나쁜 생각을 할 때도 있고 그릇된 행동을 했던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반성하고 용서하고 더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잘 사는 삶일 것이다.

암튼 앞서 말한 세 가문의 이야기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하는 훌륭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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