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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말할 진실 ㅣ 창비청소년문학 93
정은숙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재미있는 청소년소설을 많이 쓴 정은숙 작가의 책이라 특히 기대가 됐다.
제목도, 표지도 학생들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감각적이며 재치있는 문장들은 술술 읽어나가게 해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내일 말할 진실>을 비롯해 <빛나는 흔적>, <손바닥만큼의 평화>, <버티고vertigo>, <영재는 영재다>, <경우의 사랑>, <그날 밤에 생긴 일> 총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중 <빛나는 흔적>과 <영재는 없다>, <경우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어서 읽고나서 개운했으나, 나머지 4편은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의 성희롱 문제, 아들의 사망으로 인한 가족간의 균열,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가난한 청춘, 공부 아닌 자신만의 진로 찾기 등 요즘 청소년 사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두루 다뤘다.
특히 표제작인 <내일 말할 진실>은 교사의 성희롱 문제를 다뤘는데, 추리소설과 같은 느낌으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저울질 하면서 스릴 있게 읽었다. 이 글을 보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당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짓고 성급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 규명되기까지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비슷한 맥락의 공연 음란죄를 다룬 <그날 밤에 생긴 일>은 못 가진 자의 비애가 느껴졌지만, 불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만 있다면 그런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영재는 없다>와 <경우의 사랑>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한 이야기이고, <빛나는 흔적>은 옳은 가치관의 고수 문제, <손바닥만큼의 평화>는 학교폭력 문제를 다뤘다.
가장 참 안타깝게 읽은 이야기 중 하나는 <버티고>이다. 버티고는 영어로 '어지러움' 또는 '현기증'이라는 뜻으로, 이 글에서는 전투기 조정사가 밤에 하늘에서 빛나는 별빛과 바다에 비친 선박의 불빛을 착각해서 생긴 사고를 말한다. 아버지와 사망 사고와 오해 때문에 빚어진 우정의 균열을 다뤘는데, 오해는 더 큰 오해를 부를 뿐이니 문제가 있을 때 바로바로 이야기하라는 이야기.
아무튼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