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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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은 2015년 가을 건명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강연을 기초로 하며 KBS에서 <생각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네 차례 반영한 방송을 토대로 못다 한 이야기와 개선점을 거쳐 편집된 책입니다. '건명원'의 강연은 인문, 과학, 예술 혁신 학교로 전문가의 강연과 더불어 생각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몇 차례 건명원의 강연을 담은 단행본을 접했던 터라 언어로 풀어보는 인류의 진화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자연에서 수백만 년 동안 진행된 진화의 창발적 산물임과 동시에 최초의 인간 사회와 문화에서 시작해 오늘날까지 축적된 인간 문화의 소산이란 점에서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총체적 결과물이기에 그렇습니다. "

P54

 

46억 년이란 지구의 나이 동안 인류의 탄생은 지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탄생과 진화를 거처 현재의 인공지능을 만들기까지 인류라는 종(種)을 지탱해 온 밑거름은 무엇일까요? 생존적 본능,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 사고를 확장하는 뇌의 발달,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기술력 등등 다양한 진화론이 등장하고 있지만 언어학을 전공한 김성도 교수는 '언어야말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다'라고 말합니다.


만약 언어와 문자가 없다면 지식을 저장할 수 있는 그리고 후대에 계속 남길 수 있는 문명이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도구의 생성과 과학의 발전, 삶의 방식, 문화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테지요. 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여정을 시작으로, 문자 이전에 이미지를 창조한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선사를 종결하고 역사를 시작한 '호모 스크립토르(Homo scriptor)',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현재도 진화 중인'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까지 언어와 함께 진화한 인류사를 정리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가 특별한 이유는 '내일'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에 대해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다는 능력이죠. 호모 사피엔스는 영혼, 전설, 신화, 종교 등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지 혁명과 함께 허구, 또는 상상,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그 이전의 컴퓨터, 인터넷으로 발달로 새롭게 관계망을 형성하는 SNS의 언어를 가지는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에 관한 논의가 흥미롭습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러에서 처음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은 1차부터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산업혁명이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의 네트워크가 출현했다는 사실입니다. 철도, 전기, 인터넷, 그리고 현재의 AI, Iot, 자율 주행과 같은 것들이지요. 새롭게 디지털화된 언어들, 더 이상 손으로 글씨는 쓰지 않는 인간은 문자, 언어가 퇴화할 것이란 여론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영상을 통한 진화를 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최초의 이미지를 구현한 호모 그라피쿠스기도 하거든요. 지금까지의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명을 변화는 다시 구석기 시대 인류와 맞닿아 있습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순환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언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진화를 그들의 생각으로 읽어보고 미래를 예측해 본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인류의 언어는 생각만으로도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발달할지, 프로그램 언어의 엄청난 발달로 언어를 아예 잃어버릴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문명에서 살아가게 될까요? 여러 상상의 재미와 방대한 지식의 향연을 경험하는 지적 독서를 함께 하는 가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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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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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SNS로 세상과 소통하고 긴 머리로 우리들을 맞이하던 이외수는 없고, 암과 치열한 인생을 이겨낸 짧은 머리의 이외수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가 쓰고 정태련이 그린 그림 에세이로 30년 동안의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여덟번 째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책소개]

 

 그동안 이외수 작가는 《하악하악》, 《절대강자》 등에서 함께 작업한 작품과는 차별화된 그림체가 눈길을 끕니다. 붓으로 터치하는 듯한 기법은 버리고 연필, 색연필, 마커 등을 활용해 색을 넣고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대비를 강조했죠. 이는 '치열한 인생, 사랑 하나면 두려울 것 없네'라는 말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목차]

1장 적요는 공포
2장 청량한 액체 상태
3장 털갈이의 계절
4장 바람의 칼날
5장 솜이불과 가시방석
6장 조각구름 한 덩어리
7장 기다림 속 희망

 

 

 

 

 

 

 생명의 본능은 위기에 처했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기억은 이제 농담으로 받아칠 수 있는 기억으로 발화되었지요. 이외수 작가는 수많은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남모를 아픔과 외로움, 괴로운 마음이 들 때면 혼자만의 방으로 들어가곤 했는데요. 책에 등장하는 촌철살인의 말들은 작가만의 치유의 방에서 나온 글들로 채워졌죠.

 

 

 

그때마다 항상 마약같이 '사랑'이 있었노라고 털어놓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니까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통해 인생의 성숙을 맛보았다는 이외수 작가의 글들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언제든지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고 꼰대와 아재, 오빠의 차이는 한끗차이라는 것을요.

가을을 재촉하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 커피와 함께 오직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나만 알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여러분에게는 있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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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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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선선한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했더랬죠.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싶었는데 다시 낮에는 덥더라고요. 막바지 여름이 물러가기 아쉬워하는 듯 늦더위로 심술을 부리고 있는데요. 심장 쫄깃한  스릴러는 여름에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남아 있는 여름의 끝자락에 반전 스릴러 어떤가요?


이야기의 화수분 '스티븐 킹'은 저자 '사라 핀보로'에게 이와 같은 찬사를 했습니다. '사라 핀보로의 소설은 명확하고 감정적인 울림이 있다. 그녀의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이죠. 그 밖에도 닐 게이먼, 조 힐 등 내놓으라 하는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 믿고 보는 한 편의 소설을 소개합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 루이즈. 모두가 비밀을 가질 자격이 있어야 하고.

 사람에 대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 그러려고 하면 미쳐 버릴걸. "

P25

단조로울만큼 일상의 쳇바퀴를 돌리던 싱글맘 '루이즈' . 술집에서 만난 잘생긴 남자와의 하룻밤의 짜릿한 일탈을 즐기며 다시 살아난 기분이 듭니다.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며 못내 여성으로의 매력을 잃었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이내 그 날의 로맨틱한 파트너가 새로운 그것도 유부남 상사라는 점을 알고 좌절하게 되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고 다독이며, 그날을 아름다웠던 키스를 간직한 채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첫 결혼에 실패한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내 생에 로맨스는 없을 거라고 믿었던 루이즈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까 싶었더니. 혼자 헛물 켰던 겁니다. 점입가경으로 범접할 수 없는 아내까지 봤는데도  직장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약간의 호기심과 흥분이 생긴 루이즈. 하지만 소설의 본격적인 스릴은 남편 '데이비드'와의 불륜이 아닌, 아내 '아델'과 친구가 된 '루이즈'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거죠.

 

한편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최강 부부 데이비드와 아델. 이들은 사실 쇼윈도 부부입니다.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갖춘 아내를 피하는 남편, 강박적으로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는 아내.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약 선반을 보고만 루이즈, 대체 이 부부의 과거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는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냉정하고, 거리감 있고, 전에 본 그 편안한 매력과 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신경이 곤두서고 목이 조여들었다. (중략) 내가 별일도 안 했는데 상대가 이렇게 화를 낸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게 그의 또 다른 모습일까? '

P106

 

루이즈는 사실 부부 둘 다에게 호감이 있습니다. 오히려 아델과 친해지게 되면서 데이비드는 의심하게 되죠. 관계를 발전 은 야경증으로 고통받는다는 공통점으로  불붙게 됩니다. 아델은 자신도 이 일기장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며 약 없이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사람인 것 같죠. 덫에 걸렸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델은 모두가 반할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외모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아는 아델은 데이비드를 위해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은 외모로 원하는 것을 얻는 세이렌 같은 존재죠.  생활비를 받아서 생활하고 마치 집안의 인형처럼 존재하는 아델, 겉으로는  피해자인 것 같지만 원하는 관계는 얻고야 마는 숨어 있는 지배자입니다. 결국 아델의 이런 비뚤어진 광기는 데이비드를 향한 광적인 사랑과 루이즈를 향상 사랑이 점철되며 파국을 치닫습니다.

이들 관계를 의심하는 루이즈는 아델을 구해주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당신의 뒤통수는 어떨까요?

부부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들의 설정은 일종의 맥거핀일 뿐, 독버섯처럼 예쁜 외모로 무장해제시키는 아델의 실제 표적은  루이즈였다는 걸 독자들은  알아차리게 되죠. 스릴러로 시작해 자각몽과 유체이탈을 지나, 초현실적인 장르로 환승하게 되는데요. 무거운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몽롱한 결말이 소설의 매력입니다. 누가 진짜 악인인지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다중적인 결말은 논란을 낳을 것 같습니다.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런던 도서전에서 큰 화제를 몰고 유럽 및 미국, 캐나다 등 20여 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했습니다. 읽는 내내 가독성 있는 스타일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요. 현재 '레프트 뱅크 픽처스'에 판권 계약을 해 영화화 소식도 있다고 합니다.

빨리 영화로 만나보고 싶어 현기증 날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 보면 반할 만한 외모의 아델은 '제니퍼 로렌스'가 멋진 외모의 남편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루이즈는 살을 좀 찌워 '에이미 아담스'가 하면 어떨까요?

참고로 루이즈는 <걸 온 더 트레인>의 '레이첼'이 아델은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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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 오늘을 여행하는 부부, 지구 한 바퀴를 돌다
김미나.박문규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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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러우면 지는 건데.. 이들 부부의 애틋함 부럽고, 모든 것을 내던지고 세계여행 떠난 용기도 부럽습니다. 부부는 결혼 후 돈을 모으기 위해 바쁘게 일하면서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현대인의 고질병인 '번아웃 증후군'으로 몸의 한계치에 다다랐고. 바짝 돈을 모아  주말마다 짬짬이 국내 여행을 다니며 무료함을 해소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체득한 경험과 풍경은 그들의 삶을 바꿔 놓기에 충분하였습니다.

 

20대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29이면 세상이 다 끝나가버릴 것 같은 절망에 빠질 때가 누구나 있죠? 유독 19나 39보다 29이란 나이가 주는 상실감이 큰 것 같습니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마성의 2란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순간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근데 또 삼십 대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흔을 바라보며 서글퍼질 것 같긴 해요.

메밀꽃 부부도 20대의 마지막에 앞으로 맞이할 30대를 기념할 겸, 세계 여행을 가보자는 계획을 세웁니다. 차근차근 여행 준비를 시작하던 20대 후반의 평범한 맞벌이 부부는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커다란 배낭을 멘 채 세계로 한 발짝 나가게 되죠.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그들의 여행 경로를 따르며 즐거운 동행을 제안합니다.  다른 여행책과 다르게 굉장히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당시 여행한  아시아는 2014년-2015년 유럽은 2016년 환율로 적용되어 있고요.  준비해야 할 것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놓고 나라마다  경비 지출 내역서를 한눈에 읽기 쉽게 정리해 놓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세계여행을 꿈꾸는 분들은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아요.

 

인기 블로거인 '메밀꽃 부부'란 닉네임은 탄생기도 기억나네요. 처음으로 여행 간 봉평의 상징적인 꽃이자 '연인', '사랑의  약속'이란 꽃말이 예뻐 선택했다고 합니다. 토속적이고 정감 있는 닉네임이라 궁금했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네요.  알콩달콩 친구 같고 연인 같은 메밀꽃 부부는 여행 동안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가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책에는 세계 각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과 멋진 풍경, 그리고 사소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나라가 많이 있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메밀꽃 부부가 말하는 아시아 여행은 나이 들어서 가는 효도 관광지가 아니라, 충분히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말에 설득당했습니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동남아시아는 '나이 들어서 가도 되는 곳'이라고 아예 논외로 했기 때문에 이번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체험하면서 성장하는 회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수려한 자연경관도 사진으로 대신 만족할게 아니라 가보는 경험을 해보길 강력 추천하는 나라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 부분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드디어 유럽에 건너왔지만, 책에는 유럽 부분이 많지가 않아 약간 아쉬웠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깨끗한 나라 스위스. 하루 종일 이런 풍경을 보고 있어서 전혀 질리지도 않고, 절로 자연인이 되는 것 같은 청정지역이죠.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았던 곳이기에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메밀꽃 부부도 필자가 꼭 가보고 싶던 스페인 카미노에도 다녀왔더라고요. 프랑스 길부터 시작했던 이들의 걷기는 노란색 조개껍데기가 주는 안내 길을 따라 살아온 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는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필자도 종교가 없지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다녀오고 싶은 마음에 무척 들떴습니다.  언젠가는 순례자의 도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걷기 연습,  체력을 키워놔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가보고 싶은 나라, 관광 천국 프랑스에서 여행권 태기가 오다니. 이런 이런. 여행에 권태기가 온다는 말 처음 들어봤어요. 그 아름답고 눈에 담아두고 싶은 도시가 매력 없는 무채색으로 보였다니, 운이 없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언제나 가도 좋은 파리는 메밀꽃 부부가 다시 찾을 무렵 환한 파스텔톤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여행은 같은 곳을 떠나더라도 당시의 기분에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전환을 주는 활력소가 되거나,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설렘이거나, 낯선 곳에서 오는 신선함이거나, 어쩌면 지우고 싶은 기억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기도 할 겁니다.

 

부부나 연인, 친구가 함께 가는 세계여행을 꿈꾸신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부부는 세상은 넓고 사람 사는 모습은 다양하다고 세계여행의 매력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여행하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더랬는데, 이제는 당장의 행복에 집중한다고요. 맞는 말 같습니다. 우리는 왜 전전긍긍하면서 하루를 살고 있을까요? 걱정한다고 해결된 일도 아닌데.. 책을 통해 오늘 하루를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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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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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장르를 뭐라고 규정해야 할까요? 범죄소설, 사회소설, 페미니즘 소설 등등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대만의 소설가 '핑루'는 그동안 꾸준히 대만 사회를 소재로 소설을 써 내려간 작가인데요. 실제 사건이나 유명인과 관련된 기사를 소설로 재구성하는데 탁월하다는 점은  '김별아' 작가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검은강》은 그동안 유명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실제 범죄를 저지른 언론에 의해 '사갈녀(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 꼬리표가 붙은 여성과 피해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담습니다.  어떤 사건을 접할 때 한쪽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아닌, 마치 재판장의 판사가 된 것처럼 양쪽 이야기 모두를 들어보게 하는 다중 시점을 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판단을 넘기고 있죠.  소설 속 가해자 '자전'의 속마음과 피해자 '훙타이'의 속마음을 교차해서 보여줌과 동시에 챕터마다 언론, 주변인, 네티즌, 가족, 판사, 검사 등 다양한 입장의 여론을 끼어 넣어 다양한 시점을 제시하죠.

"자전의 내면 깊숙이 깔려 있는 그 혼란한 마음을 건드리면 아저씨든 훙보든, 그가 무엇을 하든 그녀는 순순히 허락했다. "

P147

 

이로써 독자는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 '자전'의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카페의 점장이 되기까지.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상처뿐인 과거 때문에 어떻게 또 다른 범죄에 빠지게 되었는지 세세히 따라가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은 어머니의 잦은 심리적 학대 속에 자신도 모르는 새 비정상적인 사랑을 배웁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속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돈에 대한 탐욕과 집착은 자전의 삶을 조금씩 좀먹고 있었던 거죠.


 

한편, 또 다른 화자인 '훙타이'는  남부러울 것 없이 직업적 성공을 거둔 전문직 교수였지만 나이 많은 남자 훙보와 결혼하며 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립니다. 생각해보면 이 결혼은 사기결혼이나 진배없습니다. 재혼이지만 나이차가 나는 부부 사이는  아내 보듬어주고 믿음직할 거란 생각, 그리고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첫날 산산이 무너지고 말죠. 아내를 그저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만 대하는 탓에 아내 또한 남편에게 증오심을 키워오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녀의 순정이 남편의 사랑으로 보답받지는 못했지만 '아내'라는 신분이 이마에 찍힌 주홍글씨 같았다. "

P224

철저히 남 앞에서는 쇼윈도 부부로 살며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 삽니다. 아내인 훙타이는 '늙은 남자에게서 나는 지독한 냄새'를 참지 못하며 '남편의 장례는 아내의 진정한 결혼식이다'라는 말을 그려보기까지 합니다.

자전의 삶도 안타까웠지만 이혼도 하지 않고 유지하는 이런 결혼 생활. 완벽한 결혼을 꿈꿔온 훙타이에게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혼났습니다. 어느때 보다도 소설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깊게 한 탓에 소설을 덮고서도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차가운 강물 속에서 망상에 빠져 혼잣말하는 훙타이의 영혼은 그래서 더 처절하고 구슬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은강》은 '어떻게 젊은 여자는 돈을 목적으로 노인과 그의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하였나'에 포커스를 맞추는 소설이 아닙니다. 소설은 법정에서 심문을 받는 피의자의 모습으로 시작해 사건 당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법정으로 돌아오는 순환적인 구성을 취하죠. 범인을 추론하고 과정을 맞추고 원인을 분석하는 르포나 논픽션이 아닌,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는 제시하는 소설입니다.

 

제목 《검은 강》은 오염된 강, 시체를 유기한 단수이허 강, 기레기란 은어까지 생긴 과장된 저널리즘, 그리고 커피를 뜻하는 거대한 은유입니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 범죄소설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챕터 사이사이에 구성된 다양한 집단의 코멘트는 한 여성을 어떻게 사갈녀로 몰아가는지 폐해를 고발하고, 피고를 몰아세운 판사의 짜증 섞인 태도, 진실은 상관없다는 둥 남 이야기하듯 끄적이는 악플러를 상세히 다루죠.  살인을 저지른 죗값을 묻기 전에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일지 정답 없는 물음을 던지는 소설은 우리 사회가 가진 어두운 민낯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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