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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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은 인류의 뇌이고 손인 사람들.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며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당신이 이제 폰 없이 어디도 나갈 수 없는 사람이다. 인정하는가.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자발적인 스마트폰 사용으로 보았다. 이를 포노 사피엔스로 명명하고 문명의 모든 권력은 폰이 있는 사람으로 흐를 것이라고 말한다. 즉,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고 시장의 논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에서 기업 이익을 위해 소비자 이익을 무시했을 때 외면받는 것은 당연하다. 권력이 소비자에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치권 눈치 보느라 소비자는 외면하는 사이 세계기업들은 왕(소비자)이 원하는 것을 한다는 자세로 혁신 중이다.

 

 

 

 

문명의 전환은 모든 국가에 절대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정책을 적극 실천 중이고, 미국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빅데이터는 고객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성장은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가진자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지체 없이 언제든지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기술 개발, 서비스, 편리성, CS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소위 아마존 고객 집착 경영(?)은 괜한 말이 아니다. 포노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고객 우선주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입니다. 비즈니스의 방식은 얼마든지 카피해서 적용할 수 있지만 고객 스스로 감동하고 퍼뜨리는 힘은 오직 킬러콘텐츠에만 담겨 있습니다.

p236

BTS의 ARMY, 애플 유저,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 등 팬덤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앵프라맹스(inframime)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너무 미세한 차이지만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가 있어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 소비자들은 광고보다 팬덤에 의한 소비를 즐긴다. 앵프라맹스를 찾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집착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내기 위한 디테일을 만들고 디테일이 완성되면 팬덤이 생긴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예술 세게를 디테일로 완성한 아티스트다.

 

 

현재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모바일과 같은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제활동인 '온디맨드'중이다. 음악이나 영화도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스트리밍 하는 것처럼 구매도 언제나 할 수 있는 형태다. 이를 뒷받침하는 킬러 콘텐츠는 당연히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중국의 미친 추진력은 대단하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소비 문명에서 미국과 겨룰 수 있는 수준이다. 공산당이 그렇게 하라는 지령이 떨어지면 15억 인구가 일제히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한다. 현금은 없어지고 스마트폰으로 주문, 결제 모든 것을 한다. QR코드로 무엇이나 전하는 것도 대단하다. 어제 코로나19 중국 상황을 보다가 한인 마을에 QR 코드로 주의사항과 지시사항을 붙여 놓은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상하이의 거지는 목에 QR 코드를 걸고 다닌다고 한다. 여기로 돈을 달라고 할 정도니까. 말 다 한 거 아닌가.

 

 

이미 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든 일은 일상이다. 그로서 빅데이터가 매일 쌓이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들이 이를 모아 혁신할 수 있다. 2030년이 되면 미국을 앞지를 수 있을 거란 전망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책은 포노 사피엔스의 탄생 기원부터 문명 변화의 선두주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 즉 밀레니얼 세대들이 시장 변화를 이끌어 낸 배경을 분석했다. 포노 사피엔스의 소비 행동 변화와 연계하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본다.

 

 

결국 작년에 이어 화두인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경영 경제적인 분석인 셈이다. 《90년생이 온다》가 밀레니얼세대의 사회 담론을 다뤘다면 이 책은 그들이 소비할 기업 쪽에서 궁금할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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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
앤디 퍼디컴 지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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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지막으로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때를 기억하는가?

앤디 퍼디컴은 세계적인 명사의 영적 스승이다. 추천사만 봐도 큰 존재감을 알 수 있다. 엠마 왓슨,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책벌레로 소문난 명사들이 하나같이 추천한 책, 궁금함이 커졌다.

 

그는 명상을 통해 인간관계, 스트레스, 삶을 다스릴 수 있다 말한다. 하루에 10분씩만 명상을 해도 삶은 윤택해질 것이며, 여전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일든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만족감이나 충족감, 즉 마음의 근원적인 평온과 평화를 묘사하는 '헤드스페이스'의 창시자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국에 딱 어울리는 마음 챙김, 마음의 평화를 책으로 달래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들어온 10여 년이 되었다. 당신은 스마트폰 없이 하루 아니, 5분이라도 버틸 수 있는가.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분도 못 버틴다고 말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없이도 행복하게 살았더랬다.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은 그저 단순한 불편일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려 의존과 중독 사이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우리는 어째야 할까.

 

무의식, 명상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풀가동하고 있다. 말이 쉽지 명상은 몸은 쉴지언정 정신은 쉬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섭렵한 뇌는 적당한 비워두기를 통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걱정,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지나가는 차나 풍경, 건물을 인지하는 태도, 최저 사이트를 찾아 결제하기 위한 분투, 게임에 중독되어버린 삶, 오늘 뭐 먹지 같은 사소한 물음이 당신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머릿속은 한시도 비워짐이 없고 넣어 두기만 한다. 생각이 많기만 하면 원활한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때 명상이 필요하다.

 

머릿속이 꽉 차 있으면 결정 장애, 잘못된 선택, 조여드는 괴로움, 실패의 두려움을 계속해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나를 찾기 위한 기술을 명상에서 찾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호흡'이라 말한다.

 

현재 3년째 요가를 배우고 있다. 요가의 반은 늘 호흡과 연결되어 있다. 동작을 할 때 숨을 들이쉬고 내쉼을 잘하지 못하면 흐름이 엉켜 힘들고 지친다. 가끔 명상도 하곤 하는데 5분을 넘기지 못하고 가부좌를 틀고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명상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따라 할 수 있는 수행의 일부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초보자도 대환영이다. 명상을 하다가 자도 상관없다. 책에는 가만히 앉아서 하는 전형적인 명상 말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적어 놓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중요한 것을 얻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감정이 들쭉날쭉할 때, 비워야 할 생각과 쉼이 필요할 때 명상이 매우 효과적이다. 현대인의 친구인 불안, 우울, 과민함, 중독, 강박, 스트레스, 불면증, 두통 등을 줄이고 싶다면 권한다. 고요한 텅 빈 마음을 만들어야 또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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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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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 경제를 만들어가는 나라가 있다. 거래, 커뮤니케이션, 이동, 검색, 미디어, 콘텐츠 등 모든 영역이 플랫폼으로 해결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략)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등장할 것이라 이미 예상되어 있다. 중국 플랫폼을 이해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길일 것이다.

p72-73

저자는 싸이월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국내 플랫폼 기업의 초기 멤버였다. 이후 대학에서 플랫폼 이론 강의를 통해 국내외 플랫폼 사업을 가르쳤다. 서문에서 전작 《플랫폼의 생각법》서 들었던 생각을 중국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책에 풀어 내었다.

 

미국이 플랫폼의 시작이라면 중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활용도가 높은 국가라 할 수 있다. 플랫폼 성장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양면시장의 참여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도구와 참여자들이 동의하는 운영원칙이 있는가다. 또한 네트워크형 사업기도 하다.

 

기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선형이라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평면적이다. 다시 말해 평면적이라는 개념은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며 광장으로서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다수 참여자들의 동의와 인정을 얻어 플랫폼이 성립되면 이것을 양면시장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중국 플랫폼 행동 방식과 모범 사례들을 모았다. 개방과 공유라는 정부 주도의 중국 시장에서 포화된 플랫폼 시장의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징둥, 핀둬둬, 아이치이, 토우탸오, 화웨이 등 있지만 자국에서만 쓰일 뿐 해외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의 성장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한데 이 책을 통해 중국인들의 삶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뿐더러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세계정세와 중국의 성장에서 플러스로 작용할 것을 권고한다.

 

 

내가 주목한 플랫폼은 게임회사 텐센트다. 최근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부활시킨 곳이다. 거대한 자본력과 투자로 아무도 살려내지 못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런 텐센트는 QQ라는 메신저(우리나라의 네이트온과 비슷)를 통해 8억 명의 고객을 모으고 그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했다. 완전히 닫힌 서비스에서 완전히 개방된 플랫폼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위챗(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비슷)이다. 중국의 폐쇄성은 최근 위챗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점점 중국은 이방인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모든 소통, 예약, 지불을 위챗으로 가능하게 했기에 환전도 필요 없어진다.

텐센트는 모방으로 성장해 주변에 적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오로지 텐센트 안에서만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도 한데 인기를 끌고 있다 싶으면 빨리 카피해서 싼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렇게 QQ는 폐쇄성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고 그 수익을 통해 중국의 다른 인터넷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중국은 자국 내 거대 인구수가 주는 시장 확보와 정부의 개방적인 태도로 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의 활발하게 펼쳐질 미개척지다. 중국은 후발주자지만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점으로 상거래와 소통, 이동, 즐기는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즉 삶의 영역에 밀착된 서비스가 많다. 그리고 플랫폼이 소수의 사업자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특히 두 마씨(마윈, 마화텅)이 지배하는 시장은 양날의 검으로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장단점이 있다.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 입국자 무제한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의 입장은 사드 보복 같은 경제조치 및 여러 이후로 하지 않은 듯한데 두 진영으로 나눠 잘잘못을 따지기 바쁘다. 때문에 지금처럼 뒤숭숭한 시기에 중국 플랫폼 책을 읽는다는 게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곧 끝날 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미래를 대비하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게 어수선한 시국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비법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이 진리는 어떤 일에 대입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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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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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믹서에 담겨 출렁이는 수프와 같아서, 그 한가운데에서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칼날에 찢기지 않으려고 애써야만 하는 것이다.

p91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성장은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힘겹다. 하지만 누구나 성장한다. 상처받은 유년 시절이라고 해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이겨내야만 한다. 그 과정을 과연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벨기에의 공쿠르상이라 불리는 빅토르로셀상을 비롯해 전 세게 14개 문학상을 석권한 《여름의 겨울》은 잔혹한 성장소설이다. 《모모》, 《자기 앞의 생》을 잇는 경이로운 성장소설이란 찬사를 받은 이 소설은 아버지의 폭력에 속수무책인 가족들의 심경을 다루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텍스트로 경험하는 폭력이다.

사냥을 즐기는 아버지는 엄마는 물론 소녀와 그 남동생까지 가족이 아닌 사냥감으로 치부할 뿐이었다. 사랑이란 이름은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끔찍하리만큼 보여주고 있다. 무기력한 엄마는 아이들을 돕지 못한다. 자기 목숨값도 챙기지도 못하는 상태니까 말이다.

십 대 소녀는 이름이 없다. 발에 밟히는 잡초에게도 이름이 있건만 소설 속 주인공 아이는 이름이 없다. 그저 아버지의 부속품일 뿐 개인의 삶, 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

 

여자아이가 무슨 교육이냐고 말하는 아버지 탓에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철저히 남동생 '질'을 빼고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철저히 숨긴다. 익명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원제 (La vraie vie) 진짜 삶의 의미처럼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짜였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소설을 통해 진짜 삶을 살고 싶었던 아무개 소녀의 가짜 삶을 먹먹한 문체로 만나볼 수 있다.

항상 음지에서 도사리고 있는 가정 폭력의 위험에서 제대로 된 치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폭력을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무관심 할 때 사회도 도와줄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는 지켜보고 관심 가져 주어야 제2, 제3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정의 울타리가 어쩌면 누구도 넘어올 수 없는 높은 장벽이 되는 양날의 검이란 생각도 들었다. 책을 통해 공포스러우리만큼 폭력의 공포를 함께 하는 듯했다. 나야말로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것 같은 힘겨움에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힘겨운 독서였다.

나는 먹잇감이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정말로 살아 있고 싶었다.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존재로.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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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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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여행책을 읽었다. 원래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만은 예외였다. 세상이 하도 흉흉하여 집에서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는 이때, 대리만족도 할 겸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실제 비행기를 타고 걸어서 다니는 여행보다 생생하게 다가온 즐거운 대리만족이었다. 여기저기서 한국인 출입국이 불허되거나 억류되는 뉴스를 보다 보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저자는 22년간 창원 시청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30여 개국을 여행했고 그때 받았던 소회를 여행 에세이로 풀어 냈다.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해져 그 세계로 들어가 본 듯 느낌도 잠시 가졌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 담백하게 쓴 문체가 퍽 마음에 든다.

 

 

 

 

그 순간 내 여행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행은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비루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오늘처럼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여행에서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한 풍경을 목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풍경을.

p133

 

 

저자와 다녀와 본 곳이 겹칠 때는 나의 추억을 꺼내서 함께 곱씹어 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보았다. 지금쯤 그 나라의 공기, 색감,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순간이다.

 

저자의 말대로 여행으로 삶이 은유하는 기분을 살짝 맛볼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사람들, 음식들, 풍경들. 꼭꼭 눈에 담아두고 사진으로 남겨두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적절한 치유제가 된다. 여행을 가보면 알겠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이 아니다. 역도 없고 정확한 시간도 지켜지지 않아 계획이 틀어진 오슬로 여행 편을 읽으며 생각했다. 여행도 우연이라고. 삶은 큰 우연의 연속이고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되는 것이다.

 

 

 

 

나도 몇 년 전 다녀온 여행지 사진을 보면서 답답한 마을을 달래고,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았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을 치료하는 상비약이다. 피로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 달콤 쌈싸름한 다크초콜릿처럼 다시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사치다.

 

 

비록 내가 직접 가지 못해 책으로 읽고 보는 거였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대체 언제쯤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마음 놓고 사람을 만나고 지나가고 부딪히며 침 튀기며 만나는 일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만남 자체에 부담을 느끼며 사람을 한 객체가 아닌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로 몰아가고 있다. 요즘 더욱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여행의 낯섦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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