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 사람을 통해 성공과 부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
부르르(Br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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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기약과 기대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고, 내가 상대의 편이 되게 만들며, 우리가 서로의 편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P109


내가 하는 일은 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물을 2시간 내외 응시하는 일 즉, 극장으로 출근하는 거다. 둘째는 사람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일이다. 대부분 카페로 출근하다. 이 두 가지는 하나는 수동적, 하나는 능동적이지만 다르지 않다. 사람을 만나야만 한다. 극장에 가서도 끝나고 함께 본 다른 기자나 홍보사들과 영화 관련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에 가도 인터뷰 시간 전후로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인터뷰어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곧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다. AI가 세상을 운용하고 나아가 인간은 필요 없을 거란 예측도 나오는 판에 아직도 사람이 먼저다. 


이 책은 18년 차 은행원으로 시중 은행 부지점장이자 유튜브 채널 '부르르 부동산-Brr' 운영자가 썼다. 오랜 은행 근무로 알게 된 VIP 고객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다 보니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성공한 인물, 본인이 모신 고객 등 최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예를 들며 생생함을 전달한다. 뜬구름 잡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라 바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법칙과 예시가 가득하다. 


저자는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길을 나서다 보면 가는 도중 또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는 말도 공감한다. 얼마 전 김희애 배우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40년 연기 인생의 롱런 비결, 수많은 젊은 배우, 신인 배우 사이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현재진행형 배우로 불리는 이유를 물어봤다.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열정 어린 사람과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채워라. 과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라. 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주는 사람, 그렇지만 나의 단점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칠 수 있게 조언해 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과 가까워져라. 이들이야말로 진짜 내 편이다." 

P151


나도 40년을 살다 보니 세상 사는 데 악다구니 쓰지 않게 되고, 돈은 없어도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게 되더라. 책을 읽다가 가장 공감 가는 목록이 있었다. '판을 흔드는 질문을 던져라'였다. <범죄도시>로 진선규 배우가 <무한도전>에 나와 멤버들에게 질문을 받는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그중 하하는 "선균 씨는 (제게서) 어떤 질문을 받고 싶으세요?"라고 했고 진선규는 선뜻 말하지 못했지만 잠시 뒤 "지금 제가 느끼는 기쁨으로 따지자면, 선규 씨의 동료들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싶어요"라고 했다. 


영화 하나가 개봉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협업이 필요하다. 주연 배우, 감독, 작가 등  몇몇 사람 때문에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진선규는 동료, 즉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인상적인 질문을 한 하하를 지목했다. 질문은 사람 사이 예상치 못한 스파크를 전달한다. 질문은 경우에 따라 상대방이 관심이 없다고 실망할 수도 있고, 진심을 이끌어 내어 기분 좋은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한 예로 <범죄도시 4>의 김무열 인터뷰를 갔을 때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빌런이 다채로워지는데, 김무열이 맡은  백창기란 인물은 칼리아르니스, 단검술, 카포에라로 액션을 완성한 유단자라는 컨셉이었다. 평소 무술과 운동에 진심인 그에게 마동석이  <악인전> 때 호흡 맞춘 바 있어 다양한 운동을 할 줄 안다고 칭찬했는데 항상 액션에 준비된 자세를 취하는 거 같다고 질문을 던졌다. 


김무열 배우 인터뷰 

▼▼▼▼


[인터뷰] 영화 <범죄도시 4> 김무열 배우ㅣ..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그는 신나서 "이런 이야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15분 동안 어릴 때부터 무술 배운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았다. 그때 김무열의 얼굴은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들떠 있었다. 아직도 그 표정과 무술(솔직히 무술 잘알못이라 다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단단하게 지켜준 관장님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날카롭고 인상적인 질문은 상대의 뇌리를 파고들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 사람이 나를 이만큼 생각하고 고민했구나. 나에게 이 정도로 진심이구나. (중략) 그렇게 상대의 기억 속에 당신이 남는다면, 빈손으로 갔더라도 더 이상 당신은 빈손이 아니다" P93


엊그제 변요한 배우 인터뷰 때 딱 이런 기분이었다. 올해 5월 <그녀가 죽었다>로 처음 인터뷰에 갔는데 6개월 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두 번째 인터뷰에 간 거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나를 기억하리라고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고 주인공인 변요한의 팬이기도 해서 얼굴 보러 간 거였었다. 매우 피곤했고 늦은 시각이라 끝나고 퇴근길에 올 생각하니 막막했었다. 하지만 끝난 후 사인도 받고 셀카 요청도 드리니 "우리 두 번째 만남이죠?"라고 하는 거다. 


눈썰미, 기억력 정말 좋은 배우다. 기자가 먼 길 달려와 자신을 위해 시간 내주고 질문 주며 글로 써내주는 행위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건넨 작은 멘트인 거다. 나는 "헉 어떻게 아셨어요?" 했고, "왜 몰라요. 아까 들어오실 때 눈 인사 보냈는데 그거 받으신 거 아니셨어요?"라더라. 아.. 그게 그거였구나. 난 저번보다 더 멋져져서 얼굴 구경하느라 미쳐 그게 그건지 몰랐다. 이게 바로 오래가는 배우, 인기 있는 배우의 인성이고 홍보 마케팅인 거다. 


"잘 던진 질문 하나가 

'나의 인적 자산으로 이어진다"

P94


생의 첫 인터뷰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며 손편지와 초콜릿을 준비하는 배우, 자신이 모델인 상품을 선물로 주는 배우, 로또를 선물하는 배우, 드라마의 캐릭터에 빙의해 노란 장비와 파란 우산을 준비한 배우, 피곤할 때 먹으라며 영양제를 챙겨오는 배우 등 각양각색이다. 


이날은 영화제 다녀오면서 쌓인 피로와 감기가 한 번에 사라지던 날이라 평생 기억될 것 같다. 일본의 학자 사이토 다카시는 <질문의 힘>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질문은 상황이나 맥락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방향과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에 수준, 깊이, 정성에 따라 상대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말, 보석 같은 대답을 해줄 거라는 거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좋은 사람을 곁에 두라'였다. 어릴 때부터 연기 생활을 해 왔던 김희애는 많은 일을 겪으며 인상만 봐도 상대를 대충 간파할 수 있는 도가 텄을 거다. 어릴 때는 사람을 가려 만나라는 말에 반색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말의 뜻을 알겠다며 좋은 사람을 주변에 두고 일하면 좋은 일이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인적 자산'이 곧 나의 현 위치를 말해준다는 거다. 이 책을 사람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영업, 프리랜서,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분, 혹은 신입사원 등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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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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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잘 지었다. 원제는 맹숭맹숭한 제목 'THE HUSBAND' 자고 일어나니 미혼인 로렌의 다락방에서 남편이란 작가가 끝도 없이 생겨난다니. 이게 무슨 황당하고도 감사한(?) 일인가. 매일 아니, 몇 시간, 몇 분에 한 번이라도 원하는 남편을 갈아치울 수 있다면? 이 기발한 발상은 호주 출신의 소설가 '홀리 그라마치오'의 데뷔작이다. 게임 디자이너 출신인 작가는 게임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바뀌는 것처럼 판타지 설정으로 페이지터너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평범한 토요일 밤 친구의 결혼 축하 모임에 다녀온 로렌은 처음 보는 남성이 집에서 남편 행세를 하고 있다. 낯선자의 침입을 경찰에 신고하려던 순간, 손가락의 결혼반지, 휴대폰 배경화면, 친구와 가족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갑자기 유부녀가 되었다.

놀랍고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로렌을 저 남편, 이 남편과 함께 하며 연애와 결혼 생활을 경험한다. 현실 속에서는 연애와 결혼, 이혼이 쉽지 않지만 게임, 상상, 꿈속에서는 자유자재로 가능한 상황이 소설 속에서 펼쳐져 짜릿한 쾌감을 전해준다. 독자는 다음 남편이 내려옴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기대하고, 실망과 흥분을 오고 가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내가 '로렌이라면'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남편이 바뀔 때마다 가족, 친구의 상황도 세트로 변하는 게 신기했다. 여러 남편을 만났지만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외모, 피지컬, 성격, 직업, 인종, 국적이 달라져도 말이다. 과연 언제까지 남편을 화수분처럼 만들어 낼까? 남편이 바뀔 때마다 가족, 친구와 시간도 지워버리는 짓을 언제까지 반복하게 될까? 진정한 반려자를 찾아가는 여정은 쉽게 끝나지 않고 수백 가지의 인간 군상을 맞으며 성장한다.


결혼은 싫지만 남편을 갖고 싶은 요즘 MZ 세대의 마음을 취향 저격한 소설은 마치 영화 <뷰티 인사이드>처럼 원하지 않는 모습과 상황으로 살아가는 설정이다. 다락방에 블랙홀이 있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 SF적인 물음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결혼을 해봤다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웃음을 유발한다. 지긋지긋한 남편과 평생을 함께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200여 명의 남편과 살아 볼 수 있다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형태의 결혼이 소개되고 19금의 자극적인 설정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한 번 잡으면 끝낼 수 없는 몰입감 높은 필력은 다소 두께감이 있지만 금세 읽어갈 수 있었다. 벌써 판권이 팔렸을 것 같은데 (역시 출간 전 전 세계 12개국 판권이 계약되었다고..) 넷플릭스 시리즈나 영화로 만들어질 스토리다. 남편이 바뀜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도 세트로 바뀌는 설정은 21세기 연애, 결혼관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다만 아쉬웠던 건 로렌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면 좋았을 거 같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로렌과 로렌의 지인, 친구, 가족, 남편을 관찰하는 기법이 대체로 산만하다. 로렌의 시점과 감정으로 흘러간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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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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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도 너무 많이 알면 피곤하고 불안하다는 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아니 더 까마득히 문자가 없어나 있어도 소수에 의해 정보가 공유되던 시절에 살았던 대중, 시민, 백성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많이 알면 알수록 호기심이 많아지고 부당함을 느끼며, 더 나은 미래를 꾸리려고 노력한다. 그게 욕망, 사랑, 힘, 지성일 수 있지만 아무튼 앎이라는 것은 변화를 초래한다.

저자 '사이먼 원체스터'는 "모든 인생의 발자취는 끊임없는 지식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라며 스마트폰 하나로 뭐든 가능한 시대 지식의 유무, 지식의 정의, 진화에 대해 논한다. 책은 인도 중남부의 도시 벵갈루루의 작은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지식은 배우려는 행동에서 시작되며 작은 행동은 큰 변화를 일으킨다. 뇌는 사고하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해 걷지 못하는 몸의 기능과 가까워질까.

전쟁이 일어나면 도서관을 파괴하는 비극은 모든 것은 '지식'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IS 지도부가 모술의 도서관을 위협으로 생각해 파괴한 일은 "책은 이집트에서 집필되고, 레바논에서 인쇄되고, 이라크에서 읽힌다"는 아랍 속답에서 기인한다.

가깝게는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한 나라의 전쟁이 벌어지면 왕을 피신 시켜야하는 것도 있었지만 사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지식의 전승이 거듭되어야 역사가 유지되고 나아가 국가가 설립되는 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수없이 반복되었으며,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정보를 숨기고 지키는 일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가짜 뉴스, 포르노, 딥페이크와의 싸움은 정보화 시대에 자신만의 견해, 해석이 필요한 이유가 되었다. 조작된 진실 앞에서 제대로 안다는 건 어떤 의미, 챗 GPT, 계산기, GPS, 스마트폰으로 외울 필요, 계산할 필요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류 문명의 지식이 21세기 지혜로 숙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나아가 미래를 진단한다. 방대한 지식을 500여 페이지에 집약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지적인 도서다. 휴가철 조용히 지식의 향연에 파묻히고 싶다면 단 한 권의 책으로 추천한다.

더불어 지성인의 논쟁에 흥미가 동한다면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을 추천한다. 무신론자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유신론자인 옥스퍼드 교수 C.S. 루이스를 만나 삶과 죽음, 신의 존재에 대해 치열하고 예리한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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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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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좋든 싫든 자본주의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생에 자본주의 밖에 경험해 보지 못한 1회차 인생은 헬조선에서 태어나 천조국(미국)의 상황은 낯설었다. 저자 매들린은 어릴 때부터 정착하지 못하고 전전했다. 가난한 부모님을 둔 탓이기도 했다. 열심히 공부해 더 나은 삶을 꿈꿔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아 취업을 하지 못했고, 생활비가 모자라 쓴 카드 빚은 쌓여 빚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남자친구는 사업 실패로 삶의 끈을 놓아 버리는 비극이 발생한다.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져버린 매들린의 최악의 상황은 점점 심해졌지만 현재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체를 키운 CEO가 되었다. 


매들린은 '피할 수 없으면 비판하라'를 실천했다. 즐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조목조목 따져들며 문제점을 찾아 나서는 거다.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되찾으며 적용해 보는 거다. 매들린이 찾은 15가지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SNS로 이어져 틱톡의 180만 팔로워와 나누고 있다. 과연 매들린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이 책은 그 답이 적혀 있다. 


매들린은 LA 기반 의류 회사 터널비전의 창립자 겸 CEO다. 주 4일일하고 대표와 직원이 동일 임금을 받고 자차를 회사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대표직을 서로 하지 않겠다고 떠밀고 은퇴 후 모두가 행복하게 살만한 자금을 마련해 주려는 이상한 회사. 공동체 정신에 입각해 사업체를 꾸려온 방식으로 모든 직원이 자기 집을 갖게 하는 게 최종 목표다. 


한국의 재벌 경영 방식, 하이브와 레이블 어도어의 진흙탕 분쟁 등이 화두로 오르는 상황을 지켜볼 때 신박한 생각이었다. 현 MZ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아갈 최초의 세대다. 부모의 사정에 따라 자식도 그 지위가 이어진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 풍족한 돌봄으로 가장 많이 배웠지만 가장 가난하게 살 확률이 높은 2030 청년 세대를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제도 속속들이 변하고 있다. 불평등으로 시작된 불만족은 세상의 불신으로 이어질 테다. 


이 책은 미국의 상황을 다뤄 한국에서 읽기에는 조금 벅차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삶을 경험했던 매들린의 경험은 충분히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거라고 내내 생각했다. 미국의 흙수저 이야기 <힐빌리의 노래> 실제 모델인 상원 의원 J. D 밴스는 실제 백인 하층민이 사는 러스크 벨트 힐빌리에서 유년 시절을 겪으며 예일대 진학 정치인이 된 미국의 개천용이다. 현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이원을 부통령 후보로 발표하면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실화-저서-영화라는 구조가 매들린에게도 오지 않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매들린의 행보를 주목한다. 


자본주의 생존 기술 15

신용 쌓는법, 집을 빌리는 법, 일을 구하는 법, 대입 관련 고려해야 할 것들, 열심히 일하는 것의 기준,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기, 연봉 협상하는 법, 자동차 사는 법, 재정적 스트레스 관리법, 행복해지기, 예산 짜는 법, 빚 상환 법, 집을 사는 방법, 공정한 사업체 운영법, 더 나은 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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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자 클럽에서 - 음악에 몸을 맡기자 모든 게 선명해졌다
소람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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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비트에 몸을 맡기고 레이빙하다보면 외로워진다는 저자. 춤도 못 추고 시끄러운 곳은 주파수 곤란으로 힘든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클럽 다니기가 취미인 사람을 향한 순수한 궁금증과 갈망.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레이버의 삶. 겉으로 보기에는 향락과 일탈의 정석처럼 보이겠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이야기다.

저자 '소람'은 뮤직 콘텐츠 기획자이자 작가 디제이라는 N잡러다. 나이트클럽을 좋아했던 엄마의 끈끈한 피를 이어 받아 어릴 때부터 음악이 나오면 정신없이 춤을 췄단다. 홍대,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음악에 몸을 맡겨 노곤한 몸을 왕복 4만 원의 택시에 뉜다.

14년 차 클러버는 택시비만 환산해 봐도 대략 4천만 원이다. 밝아오는 태양빛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낀다는 저자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 흥분하지만 결말이 다가오면 회피하는 성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클럽이 끝나는 것, 소풍 당일, 학예회 당일을 피하고 싶어 했고 혹시 병이 아닐까 진단도 받아 봤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혼을 내린다.

공허함을 받아들이기 힘든 자세, 절정의 순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결론지었다. 누군가는 도파민에 절여진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영화에 미쳐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저 클럽의 분위기, 음악, 사람들과의 어울림과 비트, 흔들림이 좋을 뿐. 남의 취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남들 눈치 보느라 포기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덕질은 세상을 구한다. 영화보기처럼 혼자서로 세계관에 인입할 수 있는 건강한 덕질, 취미생활을 또 하나 알아가며 몰입하는 즐거움을 대리만족하게 되었다. 클럽에 관한 편견, 선입견, 오해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외국은 음악문화의 다양성으로 각광 받는다는데 우리나라도 곧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유교걸로 자란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클럽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신발이 똑같은 인싸를 만난 일화, 춤추러 갔다가 디제이가 된 일화, 업무를 끝내지 못해 놀러 가는데 노트북을 가져간 일화 등등. 재미있게 읽었고 기억에 남는다. 브런치 대상을 받은 작품답게 '아.. 나도 이렇게 맛깔스러운 소재와 글재주로 써야 출판사에서 읽어주겠구나' 생각하며 속으로 반성했다. 나도 언젠가 나의 글을 써 내려갈 시간을 상상하며 오늘도 남의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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