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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자 클럽에서 - 음악에 몸을 맡기자 모든 게 선명해졌다
소람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평점 :
새벽 두시 비트에 몸을 맡기고 레이빙하다보면 외로워진다는 저자. 춤도 못 추고 시끄러운 곳은 주파수 곤란으로 힘든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클럽 다니기가 취미인 사람을 향한 순수한 궁금증과 갈망.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레이버의 삶. 겉으로 보기에는 향락과 일탈의 정석처럼 보이겠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이야기다.
저자 '소람'은 뮤직 콘텐츠 기획자이자 작가 디제이라는 N잡러다. 나이트클럽을 좋아했던 엄마의 끈끈한 피를 이어 받아 어릴 때부터 음악이 나오면 정신없이 춤을 췄단다. 홍대,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음악에 몸을 맡겨 노곤한 몸을 왕복 4만 원의 택시에 뉜다.
14년 차 클러버는 택시비만 환산해 봐도 대략 4천만 원이다. 밝아오는 태양빛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낀다는 저자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 흥분하지만 결말이 다가오면 회피하는 성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클럽이 끝나는 것, 소풍 당일, 학예회 당일을 피하고 싶어 했고 혹시 병이 아닐까 진단도 받아 봤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혼을 내린다.
공허함을 받아들이기 힘든 자세, 절정의 순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결론지었다. 누군가는 도파민에 절여진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영화에 미쳐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저 클럽의 분위기, 음악, 사람들과의 어울림과 비트, 흔들림이 좋을 뿐. 남의 취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남들 눈치 보느라 포기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덕질은 세상을 구한다. 영화보기처럼 혼자서로 세계관에 인입할 수 있는 건강한 덕질, 취미생활을 또 하나 알아가며 몰입하는 즐거움을 대리만족하게 되었다. 클럽에 관한 편견, 선입견, 오해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외국은 음악문화의 다양성으로 각광 받는다는데 우리나라도 곧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유교걸로 자란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클럽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신발이 똑같은 인싸를 만난 일화, 춤추러 갔다가 디제이가 된 일화, 업무를 끝내지 못해 놀러 가는데 노트북을 가져간 일화 등등. 재미있게 읽었고 기억에 남는다. 브런치 대상을 받은 작품답게 '아.. 나도 이렇게 맛깔스러운 소재와 글재주로 써야 출판사에서 읽어주겠구나' 생각하며 속으로 반성했다. 나도 언젠가 나의 글을 써 내려갈 시간을 상상하며 오늘도 남의 글을 쓰고 있다.